일요일 오전 10시, 평양 대동강 변의 대한민국 대통령관저 응접실 안, 벽 쪽에 장착된 대형 TV를 중심으로 대통령 서동수와 10여 명의 고위층 측근이 둘러앉았다. 그중 서너 명은 북한 측 인사다. 이윽고 화면에 김동일이 비쳤으므로 방 안이 조용해졌다. ‘대마도 수복군총사령관’이라는 긴 직함을 가진 ‘김동일 북한 총리’가 지금 부산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시작한 것이다. 기자회견 명칭은 ‘출정보고’ 회견이다. 김동일은 5년쯤 전부터 서동수의 권고를 받아 맹렬하게 다이어트와 운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체중 90㎏의 날씬한 체격에 수려한 용모의 지도자가 되어있다. 최근에 중국 네티즌 200만 명이 투표한 ‘핸섬한 세계지도자’에서 김동일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동수는 9위였다. 그때 화면에서 사회자의 인사말이 끝나고 곧 김동일의 얼굴이 비쳤다. 어깨를 부풀린 김동일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마도 수복군 52만5000명은 출동준비를 마치고 이제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수복군총사령관으로서 대마도 수복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김동일의 눈빛이 강해졌다.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의 명령을 받은 즉시 수복군은 대마도로 진입합니다. 대한민국은 빼앗겼던 영토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김동일의 목소리에 열기가 띄워졌다.
“나는 수복군총사령관으로서 지금이라도 일본군이 대마도에서 철수해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총사령관 직권으로 일본군이 철수 일정만 밝혀준다면 진입을 연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깨를 편 김동일이 똑바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지금부터 5일, 120시간의 여유를 드립니다. 일본 정부의 성실한 답변을 기다립니다.”
오늘 ‘출정보고’의 요점은 이것이다. 일본 측에 결정할 시간을 줄 것이다. 5일이다. 김동일이 발표를 마쳤을 때 기자들이 벌떼처럼 엉키더니 질문 소리가 벌통 안 같았다. 먼저 지명된 CNN 기자가 소리쳐 물었다.
“5일이 지나면 공격할 겁니까?”
“수복해야지요.”
간단하게 대답한 김동일이 다른 기자를 지명했다. 이번에는 문화일보 기자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쇼라는 소문이 퍼져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때 김동일이 빙그레 웃었다.
“400여 년 전에 우리 조상들도 그런 실수를 했었지요. 일본이 대군을 준비하고 있는데도 국론이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7년 동안 국토를 유린당했지요.”
그때 화면에서 시선을 뗀 서동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김 총리가 순발력이 뛰어나.”
그 말을 들은 북한 측 고위관리들이 제각기 어깨를 추켜올리거나 콧구멍이 커졌다. 서동수가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임진왜란과 비유하다니, 절묘하군.”
기자회견이 끝났을 때 서동수가 둘러앉은 측근들에게 말했다.
“전(前)에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한반도가 세계 최강 4개국에 둘러싸인 최악 조건의 반도라고 말이야.”
모두 숨을 죽였다. 그렇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일본, 이들은 모두 사자나 곰, 독수리나 뱀이다. 그래서 조선 시대부터 ‘밥’이 되어왔지 않은가?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당파 싸움이나 하고 권력 투쟁으로 날을 세웠던 시대가 있었어.”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제3제국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출정보고’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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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요~
잘~~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