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편지 / 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출처] [220201] 2월 시 모음 / 2월 혁명(임영준), 2월 편지(홍수희), 2월에는(이향아)|작성자 푸른들녘
2월의 시/정성수
https://www.youtube.com/watch?v=VXmPhpZWSdE
날씨 확 풀려
마치 봄같다
햇볕 드는 옆 베란다에 앉아
막걸리 한잔
이게 행복 아닌가?
아침밥을 짓는데 콩나물이 있으니 콩나물 밥을 지어먹잔다
콩나물을 깨끗이 씻어 솥에 넣고 그 위에 쌀을 넣으면 좋다는데 내가 쌀을 먼저 씻어 넣어 버렸다
그래도 집사람이 콩나물을 씻은 뒤 쌀을 뒤적여 위로 가게 하고 밑에 콩나물을 깐다
콩나물 밥은 간장에 비벼 먹으면 맛있다
요즘엔 쪽파나 달래장에 비비면 입맛 돌게 하는데...
겨울철 콩나물 시래기 무밥 등을 해먹으면 어릴적 추억이 떠오른다
없던 시절 쌀을 늘여 먹기 위해 곧잘 이런 걸 해먹었는데...
이젠 추억을 곱씹기 위해 한번씩 해먹고 싶다
집사람이 오이를 양파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쳤다
오이 무친 양판에 갓지은 콩나물밥 넣고 참기름 김치 등을 넣어 비비니 참 맛있다
무려 두그릇이나 먹었다
너무 과식했다니 콩나물 밥이라 금방 꺼질 거란다
그래 맛있어 먹었으니 탈은 없겠지
집사람이 정월 장을 담는단다
보통 정월에 손없는 날이나 말날을 가려 담는다고
메주가 잘 떠서 지금 담으면 된단다
2월 5일 토요일이 말날인데 집에서 소머리 삶아 먹자고 해서 힘들겠다며 오늘이 손없는 날이니
오늘 담는게 좋겠다며 나에게 거들어 달란다
지금 안 담으면 다음 말날까지 기다려야한단다
이번 장은 약장으로 담는단다
나에게 약물을 끓여 달라고
장 담을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데 손없는 날과 말날에 꼭 담아야하나
정월안에 담는다면 자기 편할대로 아무 날이나 날짜 잡아 담으면 되는 것 아닐까? 했더니
집사람이 예부터 그렇게 해 왔단다
우리가 꼭 먹어야할 기본 반찬
이왕이면 좋은 날 가려 담으면 더 좋지 않겠냐고
오늘은 날씨도 좋다니 딱이란다
그래 미신같지만 우리 조상들은 매사에 조심하고 삼갔다
그런 전통은 이어가는 것이 좋겠지
동물들 먹이주었다
닭장에 가니 닭이 알을 하나 낳아 놓았다
이 알도 부화시키면 되겠다
알을 가져와 부화기를 열고 빈자리에 넣었다
부화기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알을 자동적으로 굴러주어야하는데 어제 넣어 놓은 그대로 있다
1시간마다 알이 구르게끔 설정해 놓았으니 알들이 왔다갔다 했으면 알들이 흐트러져 있어하는데...
뭐가 잘못되었지
다시 전선을 빼었다 집어넣은 뒤 전란 시간을 2시간으로 재조정하여 가동
습도도 낮은 것같아 작은 컵에 물을 떠 넣어 주었다
두시간 후에 다시 살펴보고 또 그대로라면 서비스 신청을 해야겠다
전란이 안되면 부화율이 뚝 떨어진다
약물을 달이기 위해 솥을 씻어야겠다
야외 수도를 틀어 보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밤사이 무척 추웠던 것 같다
집사람이 뜨거운 물을 가져다 몇 번 붓는다
약물 끓일 준비
집 주변에 있는 황칠 헛개 오가피 엄나무등을 준비하여 약포 두개에 고루 담았다
주변에 약재가 많이 있어 멀리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두솥 정도 약물을 끓여야 장을 담글 수 있겠단다
수돗물이 나오길래 솥을 깨끗이 씻고 임사장네 샘물에서 물을 길러다 각 두바케스씩 붓고 약포를 넣었다
임사장네 샘물은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들거나 항상 그 정도의 수량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 샘물을 이용했다한다
이 샘물로 천수답 농사도 지었다니 수량도 풍부
바로 산 밑이라 오염될 곳도 없다
그래서 장이나 동치미를 담을 땐 이 샘물을 사용한다
대나무를 때기 위해 뒤 대밭에 가서 죽은 대를 댓개 가져 왔다
톱과 낫으로 때기 좋게 알맞은 간격으로 잘랐다
대나무는 화력이 좋고 쉽게 불이 붙는다
불쏘시개용으론 딱
집사람은 그 사이 장 담을 항아리를 씻는다
짚불을 피워 항아리를 소독한 뒤 깨끗하게 닦아 낸다
메주도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다
오늘은 햇볕이 참 따뜻
마치 봄이 찾아 든 느낌
추울줄 알고 옷을 껴입고 나왔더니 땀이 난다
웃옷 하나를 벗어 버렸다
날씨가 따뜻해야 바깥 활동 하기가 좋다
솥에 불을 땠다
주변의 종이나 박스들도 모두 불쏘시개로
비닐등은 따로 모아 버리기로
대충 부엌 주변이 훤해진다
집사람은 주변 청소도 말끔히
그래야 장 담을 때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뭐든 정성 들여야 맛도 난단다
부지런한 사람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게 시원찮아 보일 수 밖에
난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박스를 때고 난 뒤 대나무를 집어 넣었더니 잘 탄다
약물이 끓기 시작
여기에 장작을 두세개씩 넣었다
이게 다 타고 나면 약물이 어느 정도 우러날 것같다
이것저것 하고 나니 어느새 12시
시간 참 잘 간다
왼쪽 고관절이 아프다
어제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오늘 푹 쉬어주어야 아프지 않을 건데 돈잔거리다 보니 무리가 된것같다
아이구 쉴 겸 돼지고기나 한점 구워 막걸리 한잔 해야겠다
부화기를 살펴보니 알들이 흐트러져 있다
전란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같다
서비스 신청을 안해도 되겠다
냉동된 돼지고기를 전자렌지로 해동시켜 오븐에 올려 놓았다
밖에서 점심먹자며 밥과 김치도 가지고 나왔다
날씨가 넘 좋아 밖에서 오랜만에 밖에서 점심을 먹고 싶다
돼지고기 굽는 사이 내일 쓰레기 수거일이라 쓰레기를 분류해 정리했다
마을 쓰레기 수거장에 갖다 놓아야겠다
집사람이 돼지고기 구웠냐고
오븐을 살펴보더니 고기가 그대로 있단다
아차 전기를 켠다는게 그만
왜 이리 깜빡인지 모르겠다
집사람에게 오븐을 켜라고
난 쓰레기를 차에 실어 두었다
장담을 때 참 숯덩이를 넣어 소독한단다
참 숯을 몇덩이 가져와 불이 있는 부엌에 넣었다
불기로 숯에 불이 붙어 참 숯이 소독될 것같다
김사범님 전화
내일 조사장네랑 저녁 먹잔다
집사람도 같이 나오라고
아이구 고맙다
내일 보자고 약속했다
면 산업계에 전화
개 중성화 수술에 대해 물어 보았다
자긴 담당자는 아닌데 요즘 신청하러 오신분들이 있단다
애완견으로 등록된 개를 해주는 것 아니냐고 하니 밖에서 키우는 개도 해주는 것같다고
꼭 등록된 개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그럼 내일 가서 신청해야겠다
애완견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나중에 개가 죽었을 때 여러 성가실 일이 있단다
수의사에게 사망진단을 받아야하고 함부로 매장하지 못하며 화장을 시켜야한단다
시골에서 그렇게 까지 하려면 넘 복잡해 사람들이 애완견 등록을 하지 않으려 한단다
일단 내일 가서 더 자세히 알아보고 개 중성화 신청을 해야겠다
돼지고기가 맛있게 구워졌다
따뜻한 양지 쪽에 앉아 둘이서 돼지고기에 막걸리 한잔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하다
마치 봄이 온 느낌
밖에서 먹으니 밥도 맛있다
따뜻해지면 난 점심은 거의 베란다에서 먹는다
그럼 마치 소풍 나온 느낌이 난다
영웅인 고기 한점 얻어 먹으려 옆에 딱 앉아 있다
한점 먹여주면 게눈 감추듯 먹어 버린다
참 귀엽다
집사람이 약물을 식혀 부어야한단다
약물을 떠다 큰 통에 부어주니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두 솥의 약물 색깔이 다르다
양은 솥의 약물은 연한데 무쇠솥의 약물은 진한 흑색
같은 약재를 넣었는데 왜 색깔이 다른지 모르겠다
그래도 별 문제 없을 거란다
장담는 소금물의 농도는 달걀을 넣었을 때 동전 크기만하게 떠오르면 된단다
그럼 알이 있어야하는데 알을 모두 부화기에 넣어 버려 닭장에 가 보았다
혹 오늘 알을 하나라도 낳아 놓았는지..
여기저기 알 낳는 곳을 찾아 보니 일이 하나 있다
기러기 알도 두 개나
기러기가 알을 낳기 시작하는 것같다
알이 더러운 걸보니 낳은지 오래된 것 같다
아마 아직은 매일 알을 낳지는 않나보다
그래도 낳기 시작했으니 날 따뜻해지면 자주 낳게 되겠지
집사람은 소금을 풀어 약물을 식힌다
따뜻한 물을 부어 버리면 메주가 모두 갈라져 버린단다
그래서 장 담는 물은 찬물로 한다고
물이 식을 때까지 들어가 쉬자고
아침부터 나와 일했더니 고관절이 아프다
어제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오늘은 쉬어주었어야하는데...
이렇게 아프면 주사를 또 맞아야할까 보다
낮잠 한숨 자고나니 어느새 4시가 다 되간다
집사람이 장 담글 때 황태 두 마리를 넣으면 더 맛있다고 유트브에서 봤단다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고
쓰레기도 수거장에 버릴겸 황태를 사러 갔다
예전에 쓰던 토치를 어디에 둔 지 모르겠다
내일 모레 소머리 다듬을려면 토치가 있어야하는데 찾질 못하겠다
철물점에 들러 토치를 하나 샀다
시골에선 토치가 있어야 쉽게 불을 붙일 수가 있다
사거리 마트에 들러 황태 두 마리를 샀다
껍질 벗긴 황태가 좋다하여 그걸로 골랐다
집사람이 항아리에 물을 붓잔다
약물이 식었다
여기에 달걀을 넣어 달걀이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떠 오를 때까지 소금을 풀어 녹인다
이 소금물을 얇은 천으로 걸러 된장이 들어 있는 항아리에 부었다
두바케스를 부었는데도 항아리 반도 차지 않는다
물이 많이 들어간다며 샘물을 다시 또 떠왔다
남은 약물을 떠다가 샘물과 섞어 소금을 풀어 농도를 맞춘 뒤 부었다
무려 다섯바케스를 부으니 항아리 위까지 물이 찬다
이렇게 물을 부어야 좋단다
메주가 너무 뜨지 않도록 위에다 대나무를 넣어 좀 가라 앉혔다
여기에 붉은고추와 대추 몇 개 숯을 넣고 위로 뜬 메주에다 굵은 소금을 두어주먹씩 뿌려준다
이대로 40일간 숙성 시킨뒤 메주를 건져 내어 된장 담고
장은 그대로 두면 물이 햇빛에 닳아지면서 맛있는 집간장이 된다고
모두 마치고 나니 다섯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 큰 일 한가지 했단다
장담는 일이 일년 농사 시작이라고
그래 이제부터 서서히 농사일도 준비해 가야겠지
고관절이 넘 아파 거꾸리를 했다
좀이라도 괜찮아져야할건데...
집사람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고
오늘은 둘 다 일을 많이 했다
그동안 쉬다가 종일 일해서 더 아픈지 모르겠다
낮에 고길 많이 먹어서인지 저녁 생각이 없다
김치 찌개에 막걸리 한잔으로 때웠다
집사람 부황 떠주고 일찍 잠자리로
잠을 자면 몸이 풀리겠지
창문을 여니 춥지 않다
날씨가 풀렸나?
님이여!
해오름달이 훌쩍 가고 시샘 달이 왔네요
서서히 겨울을 밀어내며 봄이 우리 곁으로 찾아 오리라
어느 시인은 일년 중 가장 초라한 달이지만
꽃빛 찬란한 봄이 밟고 오기에 사랑의 여분을 가슴에 남겨 두겠답니다
추위가 쉬 가시지 않지만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달에도 행복한 이야기만이 님의 귀에 감도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