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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운명(運命)-08*
"혜정아. 감기 들겠다. 그래. 왜 울고 싶은 지, 이해는 하지만, 나에게 말해봐. 그런 슬픔은 다른 사람에게 말함으로써 진정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거야. 그리고 울게 되고."
나는 그녀의 뒤 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애무하며 말했다. 혜정은 의자위에 앉아있는 내 두개의 넓적다리 위에 올라 앉은 채 허리를 펴고 나를 봤다. 그녀의 맑고 까만 커다란 두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하였다. 나는 당황하였다. 이런 경험은 평생에 처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순수한 아름다움 앞에서 스스로 내공고수라 칭하는, 나는 너무도 무력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안고만 있었다. 그런데, 혜정이 서서히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탁자모서리에 걸어 둔 조금 젖은 타올을 잡고 혜정의 눈물을 눌러 닦았다. 그리고 그 타올로 혜정의 배를감쌌다. 배탈이 나면 안되거든.
"제임스! 이 타올 치워주세요! 나는 싫어요. 당신과 나 사이에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어요!"
나는 놀라 얼른 타올을 빼내 탁자위에 놓았다. 그리고 그 녀를 봤다.
"아빠는 제가 10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제가 중등학교를 마치자 어머니는 저를 캐나다로 유학 보냈어요. 저는 제 스스로 운명을 받아 들이고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살았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제대로 활동하도록 저를 제가 꼭 잡고 살았어요. 그리고 제임스를 만났어요. 저는 운명같이 당신을 만난 후 틈나는 대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울었어요. 어머니와 제임스 때문에."
"혜정아. 나에게 말하지."
"제 말 막지마세요. 네? 제임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는 의미로 그녀를 다시 꼭 안았다.
"어머니를 만나도 나는 우리의 관계설정에 변함이 없다고 믿어요."
"너와 나의 관계설정?"
"예. 저는 생각했어요. 첫번째, 할아버지? 그러기에는너무 젊고 튼튼하고 멋져요. No. 아버지? 친구?, 그러면 언젠가는 제가 떠나야 되잖아요? 그래서 No. 세번째, 남편? 영원히사랑하는 내 남자. 내 사랑. 나의 후견자. 나의 기둥. 나의 동반자. 나의 only one Husband.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Yes. 바로 세번째였어요. 저는 의사예요. 당신의 숫자는 제가 90 이상으로 늘리겠어요. Sex? 저도 알아요. Sex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 하는 것이예요. 머리 좋은 사람들이 sex를 더 잘한다고 그래요. 저는 그 부분도 자신있어요. 그래서 변치 않을 결론은 내 인생 내 삶 속에서 함께하는 사랑하는 남편 내 남자. My husband no more in my life. 였어요.
저는 당신을 위하여 저의 모두를 버려도 된다고 저에게 약속했어요. 비행기 속에서 제가 당신의 품속에 안겨 잠잘 때 꼭 잡아 주신 당신의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한없는 당신의 사랑을 받았어요. 저는 이런 운명적 결정을 만들기 위해 당신에 대하여 짧은 시간이지만 많이 생각했어요. 저는 저의 인생속의 모든 삶을 당신께 맡겨도 된다. 그렇게 한다! 하고 운명의 신에게 약속했어요. 저는 당신을 위하여 의사가 된 것이예요. 저는 당신을 위하여 천재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건강하고 튼튼하게 성장했어요. 저는 당신에게 지금같이 저를 위한 당신의 사랑 이외에는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바라지도 않아요. 당신에게 당신에 대한 어느 것도 묻지 않았어요. 묻고 결정하면 계산이 따르잖아요. 저는욕망과 욕심 그리고 시기와 질투를 다 알아요. 그러나 그런 것을 행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기에 지금까지 제가 보고 경험한 당신으로서 충분해요. 저는 지금 극히 정상적인 의사로서 저의 약속을 운명의 신에게 한거예요. 제임스. 사랑해요. 으흐흑."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런… 무슨 운명이 이렇게 곤혹스럽게 하는지. 지구상 어딘가에 이런 소설 같은, 영화같은, 연극 같은 상황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퍼팩트하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소설이나 연극 영화가 아니었기에.
"이런 퍼팩트한 여자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지 말아요. 제임스. 여보. 여기있잖아요? 저 김혜정이 그런 퍼팩트한 당신의 여자로 여기 있고 영원히 당신 곁에 있어요. 나는 나의 운명의 신을 두고 맹세하고 그것을 믿어요."
나는 혜정의 말을 다 듣고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서 꽉 껴안은 것 외에는.
"여보. 제임스. 허리 아파요~"
나는 혜정이 겨우 가녀린 목서리로 호소할 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해. 혜정아. 내가 정신을 잃고 있었던가 보다 허허허."
"여보. 제임스. 사랑해요."
그녀가 눈물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눕히고 시트를 덮어 주었다. 혜정은 눈을 감고있었다.
"혜정아. 나는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어서 지금 혼란스러워. 그리고 우선 어머니를 찾아야 하는 일도 눈 앞에 다가와 있고. 먼저 눈을 감고 푹 자라~ 모든 것이 네 뜻대로 될 것이야."
"예. 졸려요. 사랑해요 제임스."
"혜정아. 나도 너만 한도 끝도없이 사랑한다."
이 말은 내 마음 속에서 나온 말이고 극히 진심이었다. 나는 혜정을 꼭 안아주었다.
이제 나진희를 속히 찾아서 캐나다로 데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였다. 그때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를 봤다. 이덕구였다.
'선생님. 아침 9시 30분에 호텔 라비에서 뵐 수 있는지요?'
'오케이. 그 시각에 뵙시다.'
우린 많은 말이 필요치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물로 입을 가시고 내 침대로 갔다. 그리고 자고 있는 혜정을 봤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순진한 아름다움을 가진 아이였다. 나는 자리를 옮겨 혜정의 옆에 누워 그녀를 꼭 안았다. '이런, 옷을 입히고 재워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지만, 깰까 봐 그럴 수가없었다. 나는 모로 누운 혜정을 불편하지 않게 꼭 안고 잤다. 혹 노인네 냄새가 날까 노심초사하며.
"혜정아~ 9시 30분에 라비에 가야한다."
나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으며 자고 있는 혜정이에게 말했다.
"지금 몇 시예요?"
"9시10분인데, 좀 더 누워있다 괜찮으면 라비로 내려와. 아침식사는 라비에서 하자."
"싫어요. 같이 내려가요. 금방 준비할께요. 당신과 함께 ㅎㅎㅎ."
후다닥 일어나 샤워실로 가며 혜정이 말했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캐나다무스 점퍼와 두터운 스키니를 입고 부츠를 신은 혜정의 모습은 캐나다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늘씬하고 멋 졌다.
"헤이! 제임스. 어때요?"
"너무 멋진 것 아니야? 대통령도 잡아먹겠다 ㅎㅎㅎ"
나는 혜정의 눈 앞에 엄지 척을 했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로비를 지나자 몇 되지 않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눈길을 꽂았다. 혜정이 급히 내 팔을 잡아 끌고 벽에 붙은 큰 거울 앞에 세웠다.
"우와아~ 내 남편 제임스. 너무 멋져요. 혹 영화배우 아니세요?"
"뭐야. 이거. 혜정이야 말로 오늘 영화 촬영하는 거야? 왜 이리 품격 높게 아름다울까? 너무 멋져서 내가 곤란하다 ㅎㅎㅎ."
"와아~ 그럼 우리 둘다 너무 좋아요. 베리 나이스 커플!"
저 혼자서 손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역시 티 없이 밝게 자란 캐네디언이었다. 사실, 내 생각으로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둘 다 멋지게 어울렸다.
"선생님. 여깁니다."
이덕구가 우릴 보고 소리쳤다. 코비드-19펜데빜 덕에 이런 곳에서 큰 소리쳐도 되는구나 생각들 정도였다. 우리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혜정은 헤즐럿이고 나는 그냥 커피 3+3였다. 이덕구는 아메리카노를 택했다.
"선생님. 어제 공항에 벤츠를 타고 온 그들은 TSM이라는 인터넷 정보관련 작은회사 소속입니다. 그 회사의 사장은 조한철이며 그들은 북한과 중국 정보를 관계 회사에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한국의 정보도 넘겨 줄 것입니다. 그들은 나진희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나진희를 통하여 미국 달러화의 지질과 잉크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고자 합니다. 나진희는 5000불을 지불하고 라이프 멤버가 되어서 관계 자료에 접촉한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건 불법 위조화폐를 찍어내려는 북한의 의도였으며 그 정보를 중국과 공유하려고한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놀랍군. 그런데 어떻게 하여 나진희는 그들 요구를 따라야 했는가?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보통사람들이 하지 않을 일을 화폐수집하는 여성에게 하도록 하였나? 혹 그들이 나진희의 행방불명에 관여한것은 아닌가?"
나는 듣고 있는 혜정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하며 말했다. 혜정이는 역시 놀라워하며 듣고있었다.
"제 추측으로는, 나희진씨가 화폐수집 관계로 홍콩에서 이북 사람들도 만났으며 국내의 정치인들과도 접촉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 과정중에 많은 정보를 듣고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혜정이 놀라며 말했다.
"우선요, 이덕구씨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하신 말들에 대해서 신빙성이 있는 건가? 도 묻고 싶어요. 말해 주세요."
김혜정이 고개를 앞으로 내 세우며 이덕구를 압박하였다. 당황한 이덕구가 나를 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알게 될 걸, 직접 말해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이덕구는 눈이 부신 듯 눈을 몇 번 깜짝거렸다. 그걸 김혜정이 놓치지 않았다.
"거짓으로 말하지 마세요. 저는 의사이고… 저희 남편이 그냥 두지 않을 게예요."
"하하하~ 예. 알았습니다. 박사님. 아니지. 사모님."
그는 자리를 고쳐 앉아 입을 열었다.
"저는 CIA 한국요원 입니다. 선생님은 제가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신 분입니다."
"잠깐만요. 그렇다면. 제임스도 CIA?"
김혜정이 놀라서 이야기를 하며 나를 봤다. 나는 두 어깨를 들썩하는 제스츄어를 했다.
"아닙니다.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안심하듯 다시 말하길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