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여행과 재미없는 여행
신성범
누구든 여행을 떠날 때면 부푼 기대를 한다. 막상 가면 어떤가? 그리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여행지에서 기대를 충족할 만큼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을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일단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돈은 적게 쓰면서 어떻게 럭셔리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럭셔리한 여행을 즐기려면 일단 돈을 많이 써야 한다. 항공도 국적기에 호텔도 5성급은 되어야 한다. 게다가 먹는 음식도 최고급이어야만 한다.
직장 동료 몇 명이 오는 4월 초에 베트남 하롱베이를 여행한다고 한다. 3박 4일 일정이다. 가는 날 오전 출발한다고 해도 이동하는 데만 하루가 걸린다. 오는 날도 이동하려면 제대로 놀 수 없다. 4일 중 이틀을 오고 가는 데 써 버리면 이틀밖에 남지 않는다. 그 이틀 일정도 패키지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곳을 버스를 타고 가는 투어다.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과 같이 해야만 한다. 이런 여행은 결코 즐겁지 않다.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쉴 수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가지 못 한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깃발을 따라 유명하다는 관광지만 수박 겉 핥기식으로 둘러볼 뿐이다.
여행사는 싼 패키지 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사, 가이드 팁을 따로 받고 쇼핑을 강요한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쇼핑 단지에서 비싼 돈을 주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물론 안 사도 되지만 그럴 경우 가이드 태도가 돌변한다. 관광객이 물건을 팔아줘야 가이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여행을 하고 싶은가? 나는 이제 이런 패키지여행은 가지 않을 생각이다. 내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자유여행을 떠날 것이다. 자유여행을 가면 시간에 덜 쫓긴다. 아침에 충분히 늦잠을 잘 수도 있다. 호텔 내에서 호킹스를 즐길 수도 있다. 호텔 앞에 해변이 있다면 해변에서 하루 종일 느긋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힘들게 여행하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유명 관광지는 이미 한국사람 천지가 되었다. 그곳에 가면 이곳이 외국인지 우리나라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쉬기 위해서 휴가를 떠난 것 아닌가. 고생하러 휴가 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다고 기억에 남는가. 특히 그곳이 동남아 지역이라면 휴양으로 즐기는 게 훨씬 낫다. 나는 직장 동료들이 같이 가자는 것을 거절했다. 안 봐도 뻔 한 여행이라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여행은 갔다 와서 피로만 쌓일 뿐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지레 겁먹고 자유여행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다. 간단한 영어회화만 할 줄 알면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한다. 그것도 안 되면 세계 공통어인 바디 랭귀지가 있지 않은가. 눈빛으로 손짓으로 사람 간에는 대화가 된다. 꼭 대화를 말로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휴양을 하는 데는 그조차도 필요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변으로 나가서 선베드에 누워 뒹굴면 된다. 그렇게 쉬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이런 힐링휴가야말로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다.
휴가를 꼭 누구와 같이 갈 필요도 없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게 휴가다. 진정한 여행가는 혼자 떠난다. 짐도 배낭 하나면 충분하다. 짐이 무거우면 이동할 때 불편할 뿐이다. 여행지에서 꼭 필요한 짐만 챙겨 가면 된다.
재미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 여행이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나라에도 갈 만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 곧 여름이 오면 남들이 찾지 않는 맑은 계곡과 해수욕장에서 멋진 휴가를 즐길 것이다. 사람들로 북적 되는 휴가지는 싫다. 이름 없는 여행지를 찾아 조용한 휴가를 즐기고 싶다.
휴가지에서 바가지요금에 울고 고생만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런 여행을 떠나는가. 그런 여행은 안 가는 것보다 못하다. 이왕 떠나기로 마음먹은 여행이라면 즐겁게 다녀와야 한다. 그런 여행은 내 스스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이어야 한다. 절대로 패키지여행은 그런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자유여행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해야 한다. (2019.3.26.)
재미있는 여행과 재미없는 여행.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