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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움] 난 이만큼 좋아하는데, 넌?
사랑에 중독되다.
《 prologue 》
" 유우좀 그만쳐다봐라~ 언젠가 유우 뒤통수뚫리면 니가 범인이야 "
" 아 너무 귀엽단말이야.. 뒷통수 똥그란거보이냐? 진짜 핵귀요미다.. "
밥먹다말고 입을 뚫어지게벌리며 '유우'라고 불리는 작자를 바라보고있는 난 여주인공이자 유우를 짝사랑하는 평범한 고3소녀다. 내가 유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특별한것이없다. 금사빠타입이라 호감형이면 금세 좋다고 입을 헤헤 벌리며 따라다님에도 좋아하는이유가 딱히없으니 금세 식는다.
애들말로는 내가 좋아하는애들중에서 유일하게 유우를 오랫동안 찾는걸보면 첫사랑이 아니냐는말을 하기도한다. 그건 또 아니다. 차차 자세히 나오게될텐데, 유우가 첫사랑이면 안되는이유가 있기때문이다.
" 말을말지~ 아 신유애때문에 못살겠다, 유시아! 신유애 혼자밥먹게 냅두고 교실가자 "
" 난 유애랑갈건데!? 가고싶으면 너 혼자가라? "
" 아 나쁜기지배들!!! "
시아와 반이 3년째 같은반이되어서인지, 둘이 합세해서 혼자 반이떨어진 지율이를 놀리는것이 하루일상이 되어버렸다. '나쁜기지배들'이라는 지율이 특유의 욕을 내뱉으며 우리를 노려보고있는 지율이를보며 키득거리고는 유우뒤를따라 급식판을 버리기위해 일어선다.
1학년부터 따라다니는것이 익숙해져서인지 내 친구들까지 별말없이 매점이면 매점. 유우교실이면 교실. 그애가 있을만한곳은 스스럼없이 데려가주는 친구들. 어김없이 유우를 따라 매점으로 들어서니 친구무리를 따라서 쭈쭈바를 사들더니, 꽁다리를 절도있게 내려치는 기술을 선사해주고는 매점을 나서는유우다.
" 쓰레기 무단투긴거 아냐 백현우? "
" 아 한번만 봐줘~ "
물론 금방 선도부에게 걸려서 줍기는하지만. 항상 따라다니면서 지켜보니 백현우, 그래 내 애칭으로 유우는 애교가 쪼오끔 있는듯하다. 많다고말하기는 여자한테 애교부리는꼴을 차마 인정할수없어 안되고, 쪼오끔이라고하자 그래.
" 아주 좋아죽네 신유애. "
" 아 진짜 핵기여워.. "
교실에 오자마자 마치 유우손에들린 쭈쭈바가 녹듯 책상에 녹아버리는 나. 이게 점심시간마다의 나의 평범한 일상이다. 평범하게 유우자랑을하며 귀엽다 잘생겼다 오늘뭐할까 하는말이 나의 주된 이야기주제. 그에 콩깍지가 씌었다며 연신 한숨을 내뱉고는 다른친구들에게 달려가는 지율이와 옆으로 와앉아 자신의 짝사랑상대인 강민우에대해 열띈토론을 내뱉는 시아로 나의 이야기 상대가 갈린다.
" 아 오늘 왠일로 아침버스랑 지하철에 민우가 탔더라.. 진짜 설레. 오늘은 카키색패딩입었는데 나도 확 카키색으로 바꿀까!? "
" 남색산지 한달도안되지않았어? "
" 아씨.. 나 남색사니까 카키색으로바꾸고 이럴줄알았으면 카키색샀지!! "
" 그러게말이야~ "
점심시간내내 짝사랑얘기를하다보면 어느새 종이쳐서 자리에앉게된다.다른생각에빠져있는 나의머리를 두어번두들기고 수업에 집중을 시작하지만 여전히 유우가 맴도는것은 어쩔수없다.
" 나진짜 뭐가 씌었나.. 잠깐꿈꿨는데 유우나왔다니깐.. "
" 아좋겠다~ 난 민우나온지 진짜오래됬는데. "
아현이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고 내가하는일은 친구기다리는척 유우반앞에서 서성이기. 가끔씩 유우도 옆반친구를 기다릴때 바로옆에 서있는경우가 생기기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길게 못기다리는사정때문에 5분도 채 서있지못하고 교문으로 뛰쳐나와버렸다.
" 유애 오늘 종례길었나보네? "
교문으로 나오자 나를 반기며 품에가두는 강로한. 예상하다싶이 내가 유우가 첫사랑이면 안되는이유는 바로 이것때문. 난 사귀는사람이 있는몸이므로 다른남자에게 마음을 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나쁜년이라고 욕할수도있는데, 로한이도좋고 유우도 너무좋기에 둘다포기할수없다.
" 미안~ 많이기다렸어? "
" 손이 얼어서 문자도 못하긴했지만 괜찮은데~ "
" 너 일부로그러지? "
" 알면 손좀잡지? "
키득거리며 나의손을잡고 앞뒤로흔들며 걷기시작하는 로한이. 로한이와 나는 생각보다 우리학교에서 유명한 커플이다. 이유는 1시간거리가 넘는 학교에서 항상 우리학교까지 365일 거르지않고 찾아오는 로한이때문. 안그래도 다른학교교복이라 눈에띄는데 키도 182로 비교적 큰데다가 얼굴도 딱보면 '잘생겼다'는 말이나와서인데, 사실 내가보기엔 평범한얼굴이다.
여튼 이런이유때문에 사귄지 1년이 넘은 지금 교문앞에 로한이가있으면 다들 문자로 로한이주의보를 날려준다. 평소같이끝나면 상관이없지만 로한이학교가 일찍끝날때 내가 유우를 따라가다가 마주치기라도한다면 큰일이날것을 이미 알고있기때문이다.
로한이와 만나면 처음가는곳은 피시방. 몇달전 게임에 빠진이유로 데이트코스가 노래방에서 피시방으로 바뀌어버렸다. 중학교때 친구라며 인사하는사이인 우리학교애들을 옆에두고 당당하게 총게임을 켜며 욕을 자연스럽게 내뱉는 로한이를보면 새삼 대단하다는생각이든다.
로한이옆에서 조금 유치하다고도 할수있는 레이싱게임을 켜고 시작하면 가끔 유우가 방과후를 째고 피시방에 들어올때가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
" 김진. 어디앉을래? "
바로옆에서 유우의 목소리가들려온다. 설레는마음으로, 그리고 어느새 입가에 흘러나오고있는 웃음을 꾸욱참으며 유우가 지나가는것을 기다리고있으면 조용해지는것이 느껴지는게 아니고.. 더욱 가까워지는 이유는 뭘까.
두근거리는 심정을 부여잡고 살짝 옆을 바라보면 친구인 김진옆자리에앉아 이야기를 나누느라 눈이 마주쳐버린 유우가보인다. 두칸옆이라니.. 지금까지 극과극의 자리만 앉아본 나로써는 움직이기도 숨쉬기조차도 힘이든 나의상황이다.
바로옆도아닌데 왜이렇게 호들갑이라고 생각하는사람들에게 설명하자면 그만큼 유우를 좋아하는것이 아닐까라는말을 건내본다.
혹시라도 뿅뿅거리는 유치한 효과음소리가 들릴까 소리를 최대한줄이며 로한이를 바라보니, 헤드셋까지 착용한채로 총게임에 집중해있음에도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활짝웃어보이는 로한이다.
" 재미없어? "
" 아니~ 너 잘하고있나 보고있지! "
" 내가 1등먹었어! "
" 오구 잘했네~ "
로한이의 머리를 두어번토닥여주고 고개를 돌리다가 다시 유우와 눈이마주쳐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왜이렇게 긴장이되는지 게임에 집중도 안되고.. 물이라도 마실까하며 나가자니 유우와 벽의 틈사이가 너무나도좁아서 지나가기애매하고. 어색하게 눈치만보고있다가 과감하게 유우뒤를 지나가기로마음먹는다.
" 저기..잠깐만.. "
로한이와 같은총게임을 하고있는 유우. 헤드셋때문에 나의 목소리가 묻혀 어색하게 유우를 내려다본다. 잘하는것같기도하고 아닌것같기도하고.. 헷갈리는 마음으로 유우의 화면을 바라보고있으니, 곧 유우의 친구인 김진이 나를 돌아보고 유우를 건드려줘서야 지나갈수있게되었다.
" 물마시고왔어? "
" 응! "
" 잘했어~ "
더운지 한겨울임에도 불과하고 겉옷을 벗어재낀채로 소매를 걷고있는 로한이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나의머리를 흐트린다. 총게임에 열을 내고있던모양인지 팔에 힘줄이서서는 사람을 설레게하는 재주를 부리는 로한이. 곧 손부채질을하며 화장실을 가는듯싶더니 음료수두개를 사와서 건내준다.
" 강로한, 우리는 없냐? "
" 뭐래~ 너희 나보다 돈많지않냐. "
" 아주 여친만 입이지? 야 백현우!! 같이뛸래? "
어딜 봐야할지 가장애매한순간. 로한이와 유우는 아는사이인데 그 이유를 말하자면 내가 로한이를 사귀기전 로한이는 내가 유우를 좋아하고있던사실을 알고있었고, 그때문에 로한이가 친구들을 통해 유우에대해 캐낸적이있다고한다.
사귀고나서야 알게된사실이지만 아마 그때문에 유우를 신경쓰고있기도하겠지. 모르는척 게임을 시작하려하니 아직 불안한감이 있는듯 나의손을 덥썩잡더니 입에 뽀뽀를 날리는 로한이다.
" 깜짝이야..뭐야? "
" 어..이뻐서. "
" 뭐래~ "
안심하라는뜻의 웃음을 보내지만, 사실 로한이에게 미안한마음이 있는것은 어쩔수없다. 로한이와 사귀면서 로한이를 좋아하게된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상황에서도 내가 유우를 좋아하지않도록만드는것은 힘들었다. 두사람을 마음에 품는다는것은 죄가아니다. 들키지만않는다면.
하지만 이사실이 들켜서 로한이와 틀어지게된다면 그만큼 우리사이를 돌이킬수없게만드는 상황도 없겠지.
" 아, 로한아 너 통금아니야? "
" 벌써 9시야? "
통금이 10시 30분인 로한이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시간을 합해서 항상 1시간 30분을 여유로남겨서 우리집으로향한다. 1년간 적응된일이고 나또한 하교길에 로한이가 없다는것은 상상할수없는일이 되어버렸다.
집앞에서 작별포옹을 하고있으면 문을 스르륵연채로 뒤에서 빤히 바라보고있는 부모님께 인사를드리고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는 로한이. 그에 집에 들어가면 뽀뽀했냐며 놀리는 부모님들을 피해 방으로 도망친다.
로한이와 우리가족은 사이가 매우좋다고할수있다. 작은일로도 감동을 주는 로한이는 항상 우리가족들의 작은행사에도 선물을 챙겨주고 꼬박꼬박 인사를 드리는것은 기본. 가끔 집에서놀면 같이 식사도하고 가족처럼둘러앉아 티비까지보는사이다.
집에도착할때까지 로한이에게 톡을보내고 샤워를하면 오늘하루일과가 끝이난다. 이것이 오늘까지의 일정했던 하루일과였다. 이말의 의미가 무엇이냐면 그날이 우리사이가 틀어지고 톱니바퀴가 어긋나기시작했던 시작점이라는소리다.
《 Round 01. 》
" 오늘 왠일로 강로한이 안왔냐? "
" 글쎄? 좀 늦는게아닐까? "
교문을 나서는길에 친구인 지율이를만났다. 평소같으면 교문앞에 떡하니 서서 나를반길 로한이가 없으니 지율이또한 의야한듯 교문을 등지고서서 주변을살핀다. '어. '하는 탄성에 뒤를돌아보니 로한이가 아닌 유우가 하고를 하기위해 교문으로통하는 언덕을 올라오고있는것이보인다.
" 넌 절대로 마술같은건하지마라. 얼굴에 아주 티가 다나요 "
어느새 웃음을 짓고있던모양인지 나의볼을 쭉 늘리며 장난스런말을 내뱉는 최지율. 애써 유우를 안보고있는척 고개를 돌리지만 나의 뒤를 지나가는동시에 얼굴이 새빨개지는것은 가릴방법이없는듯하다.
" 와 진짜...너무좋다.. "
" 뭐가? "
" 당연히 유우지!! "
들려오는질문에 '알면서 왜물어보냐'라는표정을 지으며 지율이를 바라보지만, 나의 눈앞에있는것은 자세를 낮춰 살짝 삐딱하게 고개를 비틀고 질문을 내뱉고있는 로한이의모습이다. 당황스러운표정을하고 로한이를 바라보며 방금전 뱉은말을 무마해보려하지만 이미 상황은 심각해져버린듯하다.
" 유우가 뭐? "
" 어..저기그게.. "
평소에 느낄수없던 딱딱한어조. 표정또한 화가나는 딱딱하게 굳어진채로 나의눈을 응시하는 로한이의모습에 손이 떨려옴을 느낀다. 입술을 깨물며 로한이를 바라보다가 흔들리는 동공을움직이며 지율이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지만, 다시한번 나의 팔을 붙잡고 질문을 내뱉어버리는 로한이.
" 신유애. 너 나랑사귀면서 날 좋아한적은있었어? "
" 무슨소리야!! 난 너 좋아해!! "
곧바로 튀어나온 나의대답. 맞는말이기때문에 곧바로 대답할수있었지만, 다음에 돌아온말은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 내말뜻은 유우라는 그새끼보다 날 더 좋아한적이 있었냐는말이야. "
" … … . "
한번도 그런것에대해 생각해본적이없었기에 금방 대답할수가없었다. 로한이는 로한이대로 좋았고, 유우는 유우대로 좋아하는것이 내방식이었고 그것을 설명하기엔 지금상황이 좋지않을뿐더러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듯 나를 응시하는 로한이에게는 통하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시선을 더욱돌리며 지율이를 바라보지만 지율이또한 이러한상황이 당황스러운듯 그저 둘을 바라보고있을뿐이다. 한동안 나를 바라보던 로한이가 한숨을 깊게 내쉬고 내뱉은 그한마디는..
" 말안해도 충분히 알것같다, 니 대답. "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뿐이었고, 우리 사이를 돌이킬수없도록 만들어버렸다. 나의손을 차갑게 뿌리치고 버스에 올라타버리는 로한이를 그때 따라갔어야만했다.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한탄을하더라도 로한이를 붙잡았어야했다.
그때는 로한이를위한 최선의 방법이 하루동안 혼자 생각할시간을 주는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그것이 큰 파장을 불러올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너무어렸고, 걱정할 필요도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평소 이런식의 싸움을 시작하면 로한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화를 풀어낸후에 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오늘일도 이런식으로 풀릴것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여기고 지율이를 따라 노래방으로 향했다.
" 강로한 생리하냐? 오늘따라 뭐가그리 예민해 걔는 "
" 몰라..하 어쩌다가 들킨건지.. "
" 내가 언젠가 너 들킬줄알았다~ 으유 "
" 불난집에 부채질하냐? "
지율을 힘껏째려보고 고음을 지르기시작한다. 쫙쫙올라가는것이 방금전일로 스트레스를 제대로 받기는한듯하네. 한참 고음노래를 부르다 기분좋게 만드는 호르몬이 분비되서인지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
지율이와함께 고음을 지르다가 인사를 하고 버스에탔음에도 아직 휴대폰에는 연락이 한통 오지않았다. 이대로 혹시 연락이 오지않고 헤어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들기도시작하지만.. 머리를 쥐어짜며 사과할말을 고민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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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체력측정이야? "
" 어? 몰랐어?? "
" 어...당연히 몰랐지.. "
아침시간부터 체육복장을 입고있는 시아. 그에 물어보니 오늘 체육측정이 있는날이랜다.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평가. 난 앞머리휘날리며 뛰어야하고 더운날씨에 땀흘리며 화장을 지워지게하는 그 평가를 정말로 싫어한다.
" 나 아프다고할까.. "
" 안돼안돼, 나가자~ "
" 아아아... "
아침지하철에서 바로옆에서서 민우를 보고왔다며 기분이좋아죽는 시아에게 이끌려 운동장으로향하니, 자신의 반에서 나오는 검정색의 후리스에 삼선츄리닝을 입은 유우가보인다. 자연스럽게 안보는척하며 유우를 바라보고는 문을 마시는척 옆으로 꺾었다가 조금 뒤에 그를 따라 달려간다.
" 진짜 쟨 뭘입어도귀엽냐.. "
" 어련하겠어~ "
키득거리며 유우를 따라가다 뒤에친구가있는듯 두어번 이쪽을 돌아보는 유우를보며 돌아봤다고 난리를치며 그를따라가고있으면, 어느새 운동장에 서서 줄을 맞추고있는 아이들이보인다. 급하게 운동장으로 달려가 마지막으로 유우를 바라보며 수많은 인파속에 섞여 준비운동을시작한다.
귀찮은듯 설렁설렁 준비운동을하는 유우를 곁눈질로 보며 하는짓은 유우가 보인다며 시아와 난리치기. 하지만 곧 반끼리 시작하는 체력측정으로인해 그와 갈라진다.
뻣뻣한몸을 굽히고, 널리뛰고, 마지막으로 남은 오래달리기까지 완주하며 곧 땅바닥에 주저앉을듯 시아에게 달려가 쉬고있으면 스텐트아래에서 친구인 김진과 나란히앉아 물을마시는 유우의 정수리가 조그맣게보인다.
오늘은 유우를 생각보다 많이본날이라며 좋아하다가도 어제일이 떠올라 우울해진다. 아침까지도 로한이의연락이 없는것이 단단히 화가난것이분명하다. 지율이와 시아에게 한탄을 털어놓으니 해결책을 제시해준것은 ' 오늘 학교로 쳐들어가라' 는것이다.
점심먹고 곧바로종례를하면 3시일테고. 그 뒤에 수업은 없는날이라고 했으니 로한이학교로 도착하면 대략 4시가 넘을것이다. 평소 한두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주는 로한이를 생각하라며 나를 등떠미는 지율이.
그로인해 떠밀리듯 버스를타고 로한이의 학교로향한다. 금방 길을 잃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다보니 떠오른사실은 미안하다는것이었다. 우리학교에 오는 모든버스노선을 꽤뚫고있는 로한이에비해 나는 아는것이 하나도없다. 그동안 나도모르게 받기만해온것이다.
힘겹게 돌고돌아 교문에 도착하니 40분의 시간이 지난것이, 심심하지않아서 다행이라며 위로를해가며 종이울리기를 기다린다. 공고여서인지 남자들무리가 몰려서 나올때마다 적응이되지않고 가끔 떨리기까지한다. 우리학교에서 여자무리가 몰려나올때 로한이도 이런기분이었을까. 썩 좋지는않은기분이다.
십여분쯤이 흐르고, 멀리서 로한이로 보이는 형체가 걸어와서 손을 흔들어보지만 곧 믿을수없는 관경으로인해 그를 피해 숨어버렸다. 한 여자와 매우 다정하게 팔짱을끼고 교문을 나오는 로한이.
긴생머리에 타이트하게 줄인 교복. 청순한화장에 인정하기싫은 이쁜얼굴을 한채로 활짝웃으며 로한이와 걸어오는 그녀를보자 무언가가 턱 내려앉기시작한다. 남들이 완벽하다고말할때 별 걱정은하지않았는데 막상 다가오니까 어떻게 무마할방법이 생각이나지않는다.
우리집방향과 반대편쪽에서 버스를 타는듯 도로를 앞에두고 그들을 바라보게 된 심정은 한참구운 불판위의 고기마냥 타들어가버린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로한이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하게 마주쳤다.
하지만 다시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두르는 로한이를 보니 머리가 텅빈듯 아무생각이 나지않는다.
다가오는 버스에 올라타 한참 밖을 바라본듯하다.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내가 향한곳은 항상 로한이와 향했던 피시방이다. 항상 그와 걸어올라가던 피시방계단을 오르다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버리고 추하다싶을정도로 얼굴을 붉혀가며 눈물을 쏟아내버렸다.
소리내어울며 계단을 올라가는모습을 절대 남들에게 보여주고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모양이다. 피시방에서 갓 나온듯 내려오고있는 유우를 보자마자 눈물이 더욱쏟아져 추해질뿐 멈추생각을 하지않는다.
김진을 비롯해 유우의 친구들또한 당황하며 나를 피해지나가다 유우와 눈이 마주쳐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추한모습을 보이기싫었는데.. 생각해보니 난지금말고도 지난세월 유우에게 보여준모습이 많았다.
이상하게도 유우를보면 여러감정이 튀어나와버렸기때문이다. 울고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평소에 잘 하지않던 정색도 유우앞에서 부린적이있고, 온갖표정을 그에게 보여줬었다.
로한이에게도 보여주지않은표정을말이다. 유우는 나를 모르겠지만, 난 그에게 내 많은것을 보여주었다. 오늘일은 절대 다시 되새기지말자는 각오를 다시고 피시방에 앉아서 게임을 시작해버렸다.
" 이거 서비스에요. "
" 네? "
열을내며 게임을 시작하니, 옆칸을 청소하던 알바생오빠가 나에게 탄산음료를 건낸다. 당황스러운표정으로 받아드는 나에게 웃음을 지어주고 청소를 다시 시작하는 알바생. 일단 받았으니 먹기는하는데.. 참. 오늘 별일이 다 있는듯하다.
지율이와 시아에게 단체톡을 보내놓고 게임을 하고있으면, 곧바로 전화가 걸려온다. 분명 최지율이나 유시아중한명일거야.
[ 지율 ]
예감이맞다. 급하게 게임을 멈추어놓고 알이없는 지율이를위해 나의전화로 다시 전화를걸면 곧바로받는 지율이. 그리고 귀청이 떨어지도록 강로한의 욕을 시작으로 점점 나의 욕으로 변해간다.
- 그리고 너!! 내가 그러길래 유유우우거리지말랬지!? 어!? 그럴거면도대체 강로한고백을 왜받아준거야!! 너 진짜 나쁜기지배인거알아!?
" 아니..아니 그거랑 무슨상관이야!! "
- 상관이 왜없냐!? 야 잘생각해봐 만약 강로한이 그여자랑 오늘만이 아니라 너랑 사귀기전에도 막 팔짱끼는사이였다고생각해봐 어때?
" 아니 미친 나한테 왜 고백했냐 그러면!!! 그년이랑 사귀면되잖아!!! "
- 바로 그거야.
지율이의말에 뒷통수를 텅하고 무언가로 얻어맞은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난 들키지만않으면된다는생각을 해놓고도 막상 조심하게 행동하지않았다. 1년이나 숨길수있던것이 대단할정도로 나의 sns검색창에는 유우로 도배되어있었고, 드문드문 캡쳐본도 있었으니.
점점 딴이야기로 흘러가는 지율이에게 문자로하라는말을 남기고 다시 게임을 시작해버렸다. 옆에서 총게임소리와 욕소리가 들려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강로한일것이라며 돌아보지만 그가 아니다. 그가 없다는것이 이렇게 빈자리가 클줄은 상상도못했다.
게임에 집중을할수가없다. 시야를 가리도록 흘러나오는눈물때문에. 눈물을 닦아내며 게임을 하고있으니, 나의 어깨를 잡더니 너무나도 태연스럽게 머리에 턱을대고 인사를 건내는 로한이때문에 더욱 눈물이 흘러버린다.
" 내가울고싶은데 또 너가운다. "
" 흐흐흑.... "
오늘 그여자는 뭐냐는질문을 하고싶었지만, 내가 물어볼입장이 되지않는다. 유우에대한감정이 죄책감으로 사로잡혀서 크게자리잡았기때문에 그를 똑바로 볼수도없었다. 그에 나의 감정을 읽기라도 한듯 머리를 두어번쓰다듬고 옆자리에 앉는 로한이.
" 나도 오랜만에 레이싱이나해볼까? "
나의기분을 맞춰주려는듯이 자리에앉아 같은게임을 켜는로한이가 나를보며 씨익 웃어버렸고, 그를 따라 바보같이 웃어버리는 나다. 내자리는 이자리여야하고 유우를 욕심낸것이 나의 큰 실수다. 이번일은 우리에게 커다란 응어리만 더욱 심어줄뿐 아직 갈라놓을만큼 커다란자극은 주지못한듯하다.
" 조심히들어가~ "
평소처럼 나를안아주지만 왠지 내가 느끼는감정은 평소와 달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집에 빨리들어가고싶은심정이었다.집에돌아와서 아무렇지않게와있는 로한이의 연락을 받고 지율이와 시아에게 다시금 소식을 전해준다.
그렇게 오늘하루일은 잊혀진채로 몇일이 흘러간듯하다.
" 영화본다고? 넌 맨날 나랑은영화안봐주고 강로한이랑만보냐? "
" 너도 같이가면되겠는데? "
" 내가 못갈거같냐!? "
나를 격하게 째려보는 지율이를 피해 급식판을 자리에 내려놓으려는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검정색의 잠바를 입은 아이로인해 교복에 완전히 엎어버렸다. 조끼부터 치마까지 난리가아니다.
" 아..아..이게뭐야 아.. "
" 어..미안..죄송 아, 어 미안해. "
조끼를보며 울먹이고있으니, 당황한듯 나를 내려다보고있는 그아이의 시선이느껴진다. 괜찮다는말을 하기위해 고개를 드는순간 숨이 턱하고막혀버렸다. 왜 하필부딪힌사람이 유우인지..
" 아 괜찮아.. "
" 헐 야 신유애 너 빨리닦고와!! 급식은 내가 새로받아줄게 닦고 이리로와"
서먹한상태로 유우를 바라보고있으니, 황급하게 나를 보내버리는 지율. 그에 걸레세척을위해 설치된 수돗가로 달려가 조끼를 아예 세탁해버렸다. 치마는 여기서 벗을수없고, 다행이교실로 돌아가 체육복을 입으면되지만.. 하나 걱정되는것은 하필 와이셔츠가 하얀색에 나시를 안입는편이라 조끼를 입지않으면 속옷이 비쳐버린다.
자리에 돌아와 조끼를 책상에 올려놓자마자 나에게 검정색점퍼를 건내주는 지율이. 옷을 두개껴입고왔던모양이다. 괜찮다며 사양하는나의손에 억지로 점퍼를 들려주고 밥을먹는 지율이다.
" 아주 첫대면부터 무슨난리냐? "
" 괜찮아 뭐.. 아주 머리속에 똑똑히 박힐 사건아닐까? 하하. "
" 밥이나먹어라~ "
나의 숫가락을 손에쥐어주고는 어느새 다먹은듯 후식을 먹기시작하는 지율. 하여간 먹느속도하나는 남자급이야정말. 시아와 천천히 밥먹는것을 마치고 후식을 들고 교실로 걸어가고있으니 멀리서 유우의 와이셔츠차림이보인다.
" 유우안춥나? 왠 와이셔츠차림이래, 설레게- "
" 걱정이냐 설레하는거냐? "
" 당연히 걱정.. 일걸? "
한숨을 내뱉으며 앞질러가는 지율이를따라 교실로 돌아가서는, 사물함에 쑤셔박아놓았던 삼선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수업을 듣기시작한다. 급식에 수면제라도 들어있었나. 뭐가이리 졸린지… … .
" 야 넌 무슨 책상에 한강을 만들어놨냐? "
" 우음... "
꿈에서 유우와 한강에 빠지는꿈을꿨다. 참 뒤숭숭한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뭐가이렇게 축축한기분이들지..?
" 으악!!!! 이게뭐야!!!! "
팔하나를 베고 잠이들었는데, 자는사이 흘린 침들로 범벅이된 소매. 다행히 하얗게 뜨지는않았는데, 축축한것이 와이셔츠소매까지 침이 흘러들어간듯하다. 울먹이며 지율이에게 사과를하려다가 저성격에 뭐라고할지. 차라리 내일 두고왔다고 거짓말치고 드라이클리닝 맡겨야겠다.
오늘 왠지모르겠지만 일진이 사나운것은 확실한날인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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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그차림은? 오늘학교에서 뭐했어? "
종례를마치고 교문을나서니, 나의 와이셔츠와 츄리닝차림에 호기심이 생긴듯 다가오는 로한이. 급식을 엎어버려서라는말에 놀리던 로한이가 갑자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이거 왜? "
" 빨리 가려. "
알록달록한무늬에 수건같기도하고. 펼쳐보니까 무릎담요인듯 약간 아담한사이즈의 천쪼가리. 혹시 와이셔츠때문에 속옷이 비춰서그런건가?
" 알았어~ 오늘은 뭐할까? "
" 음..배안고파? "
생각해보니 오늘 급식을 허술하게먹었더니 배꼽시계가 울리는것같기도하고. 배를 쓰다듬으며 로한이가향하는곳으로 향하니 근처에있는 중심상가로 향하는 로한이다. 메뉴를 벌써 생각하고 온 모양인듯 곧바로 한 건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엘레베이터를 잡는 로한이.
" 국수집인데 여기 쌀국수가 생각보다 맛있더라고, 너랑 와보고싶었어. "
로한이의말에 살짝 기대하며 국수집에 들어서는순간 나는 두눈을 의심할수밖에없었다. 카운터에서 활짝웃으며 ' 어서오세요 ' 라고 외치는 어제 그 정체모를 여자때문. 그에 태연하게 카운터로걸어가 주문을 하는 로한이를 보니 무언가 배를 쿡쿡쑤시는듯한 좋지않은기분이들기시작한다.
애써 고개를 돌리고 창가쪽자리에 앉아 가방을내려놓고 바깥구경을 시작한다. 인문계든 상고든 농고든 시내에서 얼마떨어지지않은곳에 위치해있기에 교복입은아이들을 흔히볼수있는 이곳.
그리고 그중 유난히 눈에띄는 하얀와이셔츠의 유우의 모습은 나의 시선을 뗄수없도록 만들어버린다. 한참 바라보았을까, 어느새 마주편에앉아 턱을괴고 나를바라보고있던 로한이를 바라본다. 인상을 살짝 찡그렸던것같은데 잘못본걸까.
" 쌀국수시켰어 유애야 "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말하는것을 보니 아닌듯싶다. 또다시 썩 원하지않는 직원에게 서빙을받아 쌀국수를 씹고있으면 계속해서 그녀가 눈에띄어버린다. 평소에 자주오는걸까 그녀때문에 오는걸까. 수없이 물어보고싶은 질문들을 눌러담고 국수를 먹고있으니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는 로한이.
" 왜? "
" 유애야 만약 우리가 헤어진다면, 이렇게 서로 바라보는건 무리겠지? "
" 뭐..? "
다음에 나올말은 뻔하다. 이별의말. 하지만 로한이는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수없는아이였던모양이다.
" 그냥 만약에 상황을 말한거야 "
어제일때문인지 아니면 저기있는 여자때문인지 신경이쓰이는것은 어쩔수없다. 스트레스를 받은모양인지 배가 살살아려오기시작해 젓가락을 내려놓고 배를 쓰다듬고있으면, 옆자리로 건너와앉아 배를 살살 쓸어주는 로한이.
" 배아파? 그만먹을래? "
" 아니야 먹을수있어! "
무리하지말라는표현인듯 입술을 살짝삐죽이며 고개를 까닥이는 로한이. 그에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채 억지웃음을 지으며 국수를삼켜낸다.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집에 급한일이있다며 나를 빨리 들여보내려는 로한이에게 들를곳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그를 보내버렸다.
그를 보내고 향한곳은 코인노래방. 예전에도 흔히 있었던 얕은싸움이지만 몇일사이 그 얕은싸움으로 인해 응어리가 더욱 짙어진기분을 질러내고싶었다. 동전을 넣고 한곡한곡 부르다보니 목이 중간에 쉬어버렸는지 고음이 질러지지않아 스트레스가 더욱쌓이기만할뿐. 한숨을 내쉬며 남은곡을 모두 잔잔하고 슬픈곡으로 불러버렸다.
마지막으로 부른노래가 특히 머리에 맴돈다.
" 내 두사랑은 한사랑보다 깊어. 난 두사람중 한사람도 곁에서 보낼수없는데 이러면안되는데 누구에게도 털어놀수없어. "
난 도대체 왜 두사람을 동시에 좋아하게되어버린걸까.
에움 : 제가 애끼던 소설을 찾았네요..애끼던거라서 조금 문체에도 신경을 많이쓴듯 보이는데 누구한명이 생각나는 스토리네요 ㅋㅋㅋ 동시연재입니다 되는줄 잘 모르겠는데 게시판이 하나뿐이라..암튼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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