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 추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서 각각 모티브를 가져온
'아이덴티티'와 '유주얼 서스펙트'입니다.
1. 감독 VS 감독
~ 사실 작년에 국내 개봉 예정으로 모 영화사이트에서 소개도 했었지만
배급사의 사정으로 인해 올해로 개봉이 늦춰진 '케이트 & 레오폴드'와
다수의 매니아 층을 확보하며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아이덴티티'는 골수 영화팬 분들이 아니시라면 다소 생소한 제임스 맨골드라는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그는 데뷔작 '헤비'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를 하였고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브리트니 머피의 앙상블이 돋보였던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로 본격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비록 관객들에게는 외면을 받았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을 진정한 연기자로
탈바꿈시키고 평론가들에게도 칭송받았던 '캅랜드'를 연출하며 확실한 입지를 다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케이트 & 레오폴드'는 멕 라이언이 출연한 여느 로맨틱 코미디물로
치부 당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단순한
멕 라이언 표 코미디가 아님을 보여주었고 '아이덴티티' 또한 관객들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맨골드 감독을 단숨에 헐리웃 최대의 기대주로
발돋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두 작품 다 흥행에도 성공하였지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데뷔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감독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가 미래가 촉망받는 감독이라면, 여기 21세기 헐리웃의
최고 기대주 한 명이 또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브라이언 싱어이지요.^^
국내에는 엑스맨 시리즈로 가장 널리 알려진 감독인데요.
이 감독이 바로 그 '절름발이가 범인이다!!!'의 유행어를 낳은 주인공이랍니다.
브라이언 싱어 역시 '퍼블릭 액세스'라는 데뷔작으로 선댄스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 후 95년 단 돈(?) 6백만불을 들여 35일의 짧은 시간 동안 촬영한
'유주얼 서스펙트'가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는데요.
98년에 개봉된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Apt Pupil)'에 이르러 그 연출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티븐 킹 원작의 이 영화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를 연출하며
본격적인 흥행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두 감독은 헐리웃이 자랑하는 30대의 젊은 기수이고 데뷔작부터 선댄스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으며 데뷔 후 지금까지 총 다섯편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더욱이 두 감독의 세번째 작품들에서 각각 안젤리나 졸리와 케빈 스페이시가
아카데미 조연상을 거머쥐었으니 우연의 일치치고는 좀 심하죠.^^
그 뿐만 아닙니다. 두 감독은 연출 뿐만 아니라 각본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며
시나리오 작가로써도 촉망받고 있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명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까지 만들었으니.... 굳이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비슷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되려... 영화 매치업 첫 시간을 준비한 제 자신도 좀 놀랄 지경이에요.^^
두 감독의 커리어는 짧기도 하고, 그 기간 안에 나름대로 많은 것을 이룬
천재들인지라 함부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다만 관객들의 눈을 살필 줄 아는 흥행력에서는 싱어 감독이 조금 더 앞선다고 보구요.
서사적인 이야기 구조를 풀어나가는 능력과 심리 묘사에서는 맨골드 감독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2. 배우 VS 배우
~ 어떤 분들은 이제 명실공히 헐리웃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오른 케빈 스페이시와
가브리엘 번을 앞세워 유절~~ 쪽이 더 좋지 않느냐... 고 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덴티티의 캐스팅도 절대 만만한 편이 아니랍니다.^^
일단 출연작들의 총흥행 수입이 10억불을 넘어버린 존 쿠색은 헐리웃이 자랑하는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며 출중한 연기력의 개성있는 배우 레이 리오타도
필모그래피를 대자면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널리 알려진 이 둘은 차치하더라도 '요람을 흔드는 손'의 히로인인 레베카 드모레이
또한 무시 못할 커리어의 소유자이며 올리버 스톤 감독의 끔찍한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연기파 배우 돈 맥긴리 또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렇게 봤을때 두 영화의 캐스팅은 뭔가 부족한 듯 하면서도 알차고
화려한 스팟라이트을 받는 수퍼 스타는 없지만 연기력 하나는 최고인 베테랑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캐스팅 만큼은 백중세라는 걸 부인할 수 없겠네요.
3. 내용 및 구성
~ 스포일러...란 단어의 압박 때문에 아이덴티티를 잘 소개할 수 없다는게 아쉽습니다.
유절~~이야 워낙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니 여러분들도 잘 아실테구요.
더러는 유절을 스릴러로 보시는데, 물론 장르의 구분이라는게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유절은 스릴러라기 보다는 추리물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되는군요.
그에 반해 아이덴티티는 호러물을 표방한 본격 스릴러 물이지요.
이 두 영화는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는 한 범인을 쫓기 위해 관객들로 하여금
고군분투하게 만듭니다. 범인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기본 공식을 철저히 답습하게 한다고나 할까요?^^
두 영화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잘 풀어가다가 박스의 한 귀퉁이가 완전히 막혀버렸을 때의 아쉬움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아쉬움을 풀어주는 방법은 그런데 판이하게 다릅니다.
아이덴티티 쪽은 상당히 논리적인 편입니다. 애초부터 힌트란 힌트는 죄다
제시해 놓고 시작하죠.^^ 마치 메멘토처럼요. 다만 '식스센스'에서처럼 본질과 전혀 동떨어진
얘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쯤에
본 얘기를 꺼내어 사람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게죠.^^
그에 비하면 유절같은 경우는 좀 비겁합니다.
아이덴티티는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학적 혹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전제 안에서 만큼은 충분한 힌트와 논리적
구조를 제시해 줍니다만, 유절~~은 말 그대로 추리 소설 한 편을 읽게될 뿐인 거죠.^^
막판 한 두장에 가서야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그래서 찍는 것 외에는
앞에서 주어진 힌트로만 범인을 맞추기는 정말이지 불가능한 추리소설의
패턴이 바로 유절 속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그 패턴은 영락없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표방한 것입니다. 특히 막판의 트릭은 절대적으로요.^^
그에 반해 아이덴티티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영락없이 표방한 듯 하지만
끝에 가서는 그 소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영화로 돌변하게 됩니다.
결국 애거서 크리스티는...
유절에서는 전혀 언급될 까닭이 없지만 막판에 가서야 비로소 그 이름을 드러내며
아이덴티티에서는 전반적으로 내내 나오고 있는 듯 하지만 막판에는 쑥 고개를 숨기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점수를 매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반전의 강도... 하나만으로 영화를 평가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면
아이덴티티 쪽에 점수를 더 후하게 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분명 유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며 브라이언 싱어 최고의 출세작입니다만
아이덴티티보다 많은 플레잉 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되려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쳤던 아이덴티티보다는 긴장감이 확실히 떨어지며-중반엔 좀 지루하기까지 하죠.-
시간의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인물 묘사에 있어서도 아이덴티티에 뒤쳐져 보입니다.
서사적인 구성에 있어서는 약간의 문제를 보였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아이덴티티가 무조건 더 좋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시간 대비 긍정적 효과로만 따지자면...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반걸음 정도는 더 앞서 있는 것 같네요.^^
4. 팁
~ 두 젊은 감독의 두 수작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 이 작품들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란 것도 분명하구요.
아무 생각없이 두 영화의 포스터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소름 끼쳤던 것이...
너무나도 공통점이 많은 두 감독의 이 영화들이...
포스터마저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까닭이었지요.
아이덴티티는 사람의 형상을 닮은 손가락 다섯개가 불안정하게 손바닥에 매달려 있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 또한 다섯 명의 용의자가 정면을 응시하며 서 있지요.
그 다섯명 뒤로 비춰지는 그림자의 형상이... 아이덴티티의 손가락들과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단지 저만의 억측일까요?^^
아이덴티티 영화 자체가... 포스터에 모든 힌트가 담겨 있다고 하던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이 유절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가장 주목받지 않고 하찮은 것이야말로
진정 무섭고 대단한 의미를 안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덴티티의 다섯 손가락과
유절의 다섯명의 용의자의 모습이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듯 하군요.^^
그럼 대니얼의 영화 매치업 첫번째 시간,
아이덴티티 VS 유주얼 서스펙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계속 시리즈로 이어갈게요.
많은 호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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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의 영화 매치업 첫번째 시간~ 유절 서스펙트 VS 아이덴티티
대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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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06 01:43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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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상당히 관심있는 매치업인데 아직 아이덴티티 못봤군요. 이 글 읽어도 될까요?-_- 유주얼 서스펙트.. 나름대로 재밌게 봤고 아쉬움도 남았던 작품인데 아이덴티티는 어떨지..
옙 이 글 속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읽으셔도 영화 보시는 데에 큰 지장, 아니 조그마한 지장도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맨골드는 기존의 스타를 가지고 영화를 잘 만들지만, 싱어는 기존의 배우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영화를 잘 만들죠. 그래서 그런지..전 개인적으로는 스타의 네임밸류로서 먼저 눈이가는 맨골드의 영화보다는 일단은 보고나서 저배우괜찮은데 하는 느낌을 주는 싱어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스릴러와 추리극.. 스릴러가 추리가 가능 한것이고 추리극은 막판에 뒤통수 치는 것입니까? 아~헷갈리.. 잘보았습니다.
아..그리고 영화에서는 논리적인 구성도 중요하지만 드라마틱한 면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유주얼 서스팩트는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고요. 아이덴티티는 스토리면에서 얼마나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 꼭 영화를 봐야겠군요.
저는 쪼~~금 다른 식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스타를 가지고...라기 보담은... 기존의 그 스타에게 없었던 이미지와 혹은 잠재력을 이끌어낼줄 아는 감독이 아닐런지요?^^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를 스타로 만드는 재주와 연기 스타일이 정해진 스타를 다른 스타일로 해석가능하게 만드는 재주는 모두 힘든 겁니다.^^
흠.... 그래요?ㅡㅡ; 유절 서스펙트 같은 경우는 제 얘기가 아니라 많은 매니아들, 전문가들로부터 단선적 플롯으로 구성되어 반전의 묘미는 강할지 몰라도 서사적 재미와 드라마틱한 면에서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답니다.^^ 물론 개인의 차이겠지만요. 제가 보기엔 아이덴티티가 더 드라마틱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그거였는데..300자내로 표현할려니..^^;; 둘다 좋은 감독임에는 틀림없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위의 두 영화도 굉장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입니다. (물론 인썸니아에서 약간 실망시키킨 했지만 -_-) 30대 기수 중에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메멘토의 성공으로 알파치노, 로빈 윌리엄스와 같은 거물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
할 수 있을만큼, 영향력이나 입지등도 무시못할 젊은이(?)가 됐죠. (놀란 감독...상당한 미남이더군요...;;) 언젠가 크리스토퍼 놀란을 비롯한 헐리웃 30대감독들의 특집도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
지금까지 봐왔던 스릴러물중에서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반보정도 앞선다고 할수있겠군요,,제가 최고로 뽑는 유절이나 프라이멀보다 뛰어나다고 평가,...
아이덴티티...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중 최고로 뽑고 싶을만큼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난 지금도 궁금한게 몇가지 있지만....
아...그리고 영화본지 얼마 안돼서..흠...저 꼬마가 범인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유절도 그렇고...김전일이나 추리물 보면 대충 이놈이 범인 아니야?? 하면 거의다 맞는듯 ^^;
유주얼 서스펙트...중반에 지루하다는건 동의할수는 없다는...그리고 아이덴티티 엄청 기대중으로 누가 다운을 받아놔서 -_-ㅋ 극장에 안갈것같음-_-;;
메멘토... 한 번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메멘토와 여러모로 비슷한 영화를 골라야 할텐데... 흠... 센세이션으로 따지자면 도니다코 정도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나름대로 많이들 보신 작품으로 하려고 했는뎅... 도니다코 같은 경우는 정말 좋은 영화임에도 많이들 못 보셔서리.^^ 암튼 감사합니다.^^
코어정신님, 그런데 확실한 거 한가지는... 그건 님의 육감일 뿐이지 영화 두 시간 내내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힌트는 전혀 제공되지 않잖습니까?^^ 추리물의 범인을 맞추는 방법은 오로지 찍는 것 뿐이지요.ㅡㅡ;
NARC와 트레이닝 데이도...괜찮을 듯....둘다 형사가 주인공이고..결말도..비극적이면서..주인공들의 앙상블도 괜찮은 영화였죠..NARC의 감독 조카나한은 이 한편으로 톰크루즈의 엄청난 뒷받침을 받으면 미션임파서블 3편의 감독이 되었고,트레이닝 대이의 안톤후쿠아는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로 출발해서 태양의 눈물까지..
썩 괜찮은 영화들을 만들어나가면서 헐리우드에 입지를 다졌죠..후쿠아가 카나한보다는 앞서 있지만,MI3가 개봉된 이후..어떻게 될지는 모를 듯..둘다..맨골드와 싱어처럼..헐리우드에서 보석처럼 생각하는 감독들이죠..
아이덴티티 정말 재밌어요~ ^^ 올해 본 영화중에 젤 잼났던듯..~ (영화를 많이 못봐서..;;)
네..물론 찍는거지요^^;
아이덴티티 컴터로 잼있게 보고 난 후 극장 가서 다시 봤는데, 저로선 두 번 보기엔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첨부터 결정적 힌트 팍팍 제시되고, 난 다 알고 보는데, 잼있을 리가 없죠 -_- 암튼 이런 반전류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단점인듯..
저... 분위기 깨는 말일수도 있는데... 궁금해서요~ 저기 대니얼님~ 스포일러가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