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아주 나쁜 유전인자를 남겨 준 모친이 있다. 그 모친은 보기 드물게 머리 숱이 적고 잇빨은 옥니에다가 당뇨병 인자까지
있었는데 그 걸 고스란히 넘겨 받게 되었다. 희대의 천재로 머리가 좋다고 평판이 나 있는 KPK 악극단장 김해송은 대머리도
아니었고 당뇨병인자도 없는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난영씨와의 사이에서 난 딸과 아들들은 당뇨병도 없고 대머리도 되지
않았는데 김해송이 바람피워서 생긴 나는 신의 저주인지 앞서 말한 "불곰"의 저주인지는 몰라도 대머리에다가 당뇨인자가 그대로
발현되어 한마디로 인생 조졌다. 그래도 20대 후반까지는 머리가 온전히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어서 연애를 할 수가 있었다.
젊었을 때 하도 모자를 많이 쓰고 밤을 새고 근무를 해서 였던지 머리털이 많이 빠졌고 그때 부지부식간에 대머리가 되었다.
머리 빠진다고 신경도 쓰지 않고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고 했었으니 미련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은 어성초가 들어간 샴프로
머리를 감네 마네, 머리나는 약물이라도 발랐을 텐데, 전혀 신경도 쓰지 않다가 그대로 대머리가 굳어져 버렸다.
난 가끔 가다가 법무연수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는 외국인에게 대머리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았었는데 외국인들은 대머리에
대해서 꽤 관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배우자가 아무 불평을 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러고 보년 대머리는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대머리를 없애는 약제나 샴프를 발명해낸다면
노벨의학상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누군가는 내게 농담을 하느라고 "부부관계를 자주 하나보다. 밑에서 부인이 이마를 자주 밀어 올릴 때 마다 머리가 벗겨져
대멀이 되었다."고 웃기는 소리를 해 댔다. 근데 막상 대머리 당사자는 속이 상했던 적이 있었다.
헌데 지금 다시 놀린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지경이 되었다. 내가 필명으로 "독두(禿頭=대머리)"라고 쓰기 까지 한다.
1950년대에 김용환 화백이 그린 고바우영감의 머리털이 한가닥이었다. 대머리를 그렇게 표현했었는지 모르겠다.
대머리가 된 스타들을 보면 마음이 언짢아 질 때도 있다. "부르스 윌리스", "제임스 스타뎀" ㅡ 이 둘은 액션영화 스타들
인데, 머리가 민대머리가 되어 보기에 그렇다. 원래 빡빡이로 나오는 '빈 디젤', '제이미 팍스' 등 많은 대머리가 활약중 ㅡ
여배우가 대머리가 되는 건 참사다. 오죽하면 머리빠지는 마누라 험담을 하던 오스카상 사회를 보고 있던 자에 분개하여
윌 스미스는 달려들어 폭력을 휘둘렀다. 물론 윌 스미스가 오스카상 세레머니에 참석 금지령을 받았지만 ....
아무러나 대머리 당사자인들 얼마나 마음이 짠하고 서럽겠나? 그런 친구를 매일 대멀이라고 부르고 빈정대는 투의
인삿말을 쏟아 붓는 나야 말로 대머리의 콤플렉스의 발로로 애꿎은 친구를 괴롭히고 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