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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운명(運命)-09*
"휴우~ 어서 말씀 계속해 주세요."
"우리는 위조화폐 제조를 시도하려는 조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김혜정씨의 어머니이신 나진희씨를 찾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의문점을 따라 추적하고 있지만 결과는 진행형입니다. 좋은소식을 가지게 될 때 먼저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김혜정님이 한국에 계시는 동안 보이지 않은 옆에서 경호하겠습니다. 다 입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아침식사는 결국 같이 하지 못했다. 남은 우리는 잠시 앉아 있었다. 혜정이 무슨 말을 꺼낼 것 같아서 시간을 준 것이다.
"제임스."
나는 혜정을 봤다. 눈에는 벌써 눈물이 거렁하였다.
"엄마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겠죠? 저 분은 제임스와 친분이 있어서 도와주려는 거죠? 우리가 어떤 몹쓸사건에 끼어든 것은 아니죠?"
불안한 얼굴 모습이었다. 혜정은 나를 보고 앉아 내 왼손을 잡았다. 나는 오른 손으로 혜정의 손을 꽉 잡았다. 혜정이 쓰러지듯 내게 안겼다.
"제임스. 저는 엄마와 그렇게 정스러운 관계를 가지지 못하였어요. 중학교 입학 할 때와 고등학교 졸업과 입학하는 날, 그렇게 잠깐 와서 2틀씩 함께 하였어요. 늘 바쁘다 하였어요. 그리고 의사가 되었을 때 토론토에서 3일을 엄마와 함께한 것이 다 예요. 엄마라 불러 본 적도 몇 번되지 않았어요. 의사가 되고 라버레도에 있을 때도 '결혼식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며 전화를 한 것이 다 예요. 그때는 저도 매일 바빴기에 긴 이야기를 하지 못했어요. 엄마는 저가 모든 것을 잘 할 거라 믿고 보고만 있는것 같았어요. 엄마도 잘나고 똑똑하였거든요. 엄마는 저 보다 더 미인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저와의 정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저도 닮았는가 봐요. 이제는 엄마를 만나도 반가워도 울지도 않을 것 같아요. 제임스. 저는 어떡해요?"
나는 이해가 되었다. 어린 아이가 이국 땅 캐나다서 혼자 공부를 하고 그 어려운 의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어려움과 인내와 싸웠을까? 그래도 이렇게 아름답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란 딸을 본다면, 아마도 나진희의 마음도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 확신하였다.
"혜정아. 그러기에 힘내어야 해. 이제 그 외롭고 힘든 생활은 엄마를 만남으로 끝이야. 엄마도 달라졌을 것이다. 혜정아 힘내라. 이런 건 아무런 도움이 안돼. 어서 들어가 아침을 먹자. 힘을 내 야지. 오케이?"
잠시 내 말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옛썰! 오케이예요. 저도 배고파 요. 국물이 먹고 싶어요."
"어. 그래! 그러면 설렁탕으로 하자."
설렁탕 2인분을 룸 써비서로 부터 받아 창가의 테이블 위에 놓고 우리는 마주앉았다. 여전히 혜정은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특히 커서 까맣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동그란 큰 눈은 절대 순수이고 악이 없었다. 혜정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세정 될 것이다.
"여보~ 제임스. 저는 당신이 참 좋아요. 너무 너무 좋아요."
요런 요런, 이게 무슨 요사인가? 내가 감당키 어려운 속삭임이었다.
"왜, 뭔가 부탁하려고? 나 감당키 어렵다. 혜정아."
"이이잉~ 여보~ 나 그냥 내 마음을 표현한 거예요. 이러고 싶어서 요 ㅎㅎㅎ."
"사랑한다. 혜정아."
"아아하하하~ 나 감동먹었어요. 당신, 제임스의 그 말에."
그만 달려와 가슴에 안긴다. 앞으로 이 일을 어찌할꼬. 그때 이덕구가 준 휴대폰에서 구세주의
벨이 울렸다. 이덕구였다.
나는 이덕구가 알려 준 화폐 수집상들을 만나 볼 필요를 느꼈다.
"혜정아. 잘 차려 입고 나가자. 오늘은 명동과 회현동과 인사동을 누비자~"
"제임스. 그곳들이 어딘데요? 관광지?"
"ㅎㅎㅎ 그렇구나. 관광지. 어쩌면 이렇게 똑똑할까? 그러니 꼭 가봐야 해. 어서 준비해라.
차는 두고 택시로 갈 거다."
그렇게 우리는 종일 인사동과 회현동과 명동을 누볐다. 관광객으로 또는 캐나다 수사관같이. 어떤 곳에서는 IBNA 회원으로. 날씨는 2월 하순이라서 추웠다. 특히 코비드 펜데밐 상황이라서 거리와 가게들은 텅텅 비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하였음에도 그들의 호기심 대상이 되었었다.
탈렌트 같은 혜정이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혜정이에게는 우호적이었다. 그 덕에 대체로 상세히 나진희의 종적을 들을 수 있었지만, 도움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보디가드 정도로 보였고. 둘 다 피곤하였다. 그리고 원하는 소득 없이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제임스. 피곤해요. 어서 침대에 눕고 싶어요."
"그래. 샤워도 옷 벗는것도 모두 나중에 하고 몸부터 침대위에 눕혀라."
혜정은 그렇게 침대에 누워 곤히 잔다. 나도 졸렸다. 우선 자는 것도 내일을 위하여 필요하였다.
핸드폰의 벨 소리에 일어난 시각은 새벽 2시였다. 이덕구였다.
"선생님. 나진희씨의 종적을 감지했습니다. 3달 전에 서울의 한 병원을 방문하여 세밀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나타났던 TSM의 조한철과 한달 전에 만났습니다. 그와 다시 만나기로 한 2주일 전 일요일에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녀와의 관계를 끊었다 합니다. 병원에서 에이즈 말기라는 확진을 받았답니다. 그녀의 월세 아파트를 수색하여 저희가 필요한 정보는 TCM보다 먼저 입수하고 기타는 소각 처
분 하였습니다. 그녀도 정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 경북 길곡에 살고 있는 박성철을 찾고 있습니다. 그도 에이즈에 감염되었고 말기입니다. 더 필요한 것 있습니까?"
"음. 아니, 되었네. 내가 길곡으로 갈 것이네. 조용하게 만나고 싶네."
"알겠습니다. 저도 부근에 있겠습니다."
이덕구의 연락을 받은 나는 경북 길곡의 장선희를 기억했다. 나진희는 뭔가를 그곳에 남겼을 것이다 라는 경험적 추리에 의하여서 이다. 손목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종일 혜정과 나는 인사동과 회현동 지하를 다니며 화폐수집상들을 만나봤다. 그들 대부분은 나진희를 알고 있었으며 화폐수집 시장에서는 거물로 통했다. 그러나 그녀를 직접 본 사람은 협회장과 몇 사람 뿐이었다. 그들에게서는 나진희의 특별한 흔적을 발견치 못하였다. 나는 피곤해서 이미 곤히 잠들어 있는 혜정을 깨웠다.
"혜정아. 우린 지금 경상도로 가야 돼. 일어날 수 있겠지?"
"예. 어머니 소식이 왔어요? 주무시지 않았군요. 제임스."
혜정은 일어나 침대 모서리에 앉아 나를 놀란 눈으로 보며 말했다.
"내 짐작이야. 나 혼자 갔다오면 좋겠지만."
"아니예요! 저가 같이가야 지. 어떻게 저를 두고 혼자 가신다는 생각을 하세요. 잠깐만 기다려요.
얼른 준비할께요."
혜정이 급히 샤워실로 가는 모습을 보며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서 일이 이렇게 불안하게만 흘러가고 있는지. 그러나 마음을 다 잡았다. 마음이 일을 만든다고 하잖은가. 긍정적인 생각. 지금 그것이 필요하였다. 그런 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 아닌가. 나는 준비된 빽쌕을 입구에 두고 가볍게 준비 운동을 하였다. 야간 장거리 운전은 무리가 될 수도 있지만, 견디어 잘 해내어 야 한다. 특히 혜정이가 옆에 타고 같이 가는데, 내가 약해지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을
하며 할 수 있는 몸풀기를 하고 있었다.
"어마~ 여보~ 제임스. 뭐하시는 거예요. ㅎㅎㅎ준비 운동? 뭘하시려고요? 멋진데 요."
혜정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을 입으며, 나를 보며 웃음을 참고 말했다.
"응. 공주님을 모시고 야간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런 준비는 당연한 거야. 어서 빽쌕까지 잘 챙겨."
"오케이. 저의 보디가드 장으로 승격하시겠습니다. 감동을 주신 남편님. ㅎㅎㅎ 당신은 시도 때도 없이 이 혜정이를 웃겨요."
호텔 주차장을 빠져 나온 시각은 새벽 3시40분이었다. 이덕구가 한국체류 동안 사용하라고
준비한 벤츠 SUV는 영동대교를 넘어 88 고속도로를 타고 강능으로 향해 질주하였다.
강능에서 다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남하하여 죽변쯤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울진군 길곡으로 찾아 갈 것이다. 네비게이터에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이런 류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도 흔히 사용한 방법이라서 별 문제는 없었다. 나는 밤이기에 조심스럽게 운전하였다. 급 브레이크는 절대 밟지 않고 급 커브도 돌지 않고 운전한다. 그럴 때는 이미 지났거든.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이런 운전습관을 보면 나이를 짐작하기도 한다. 내 생각을 뚫어보듯 혜정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 그렇게 조심스럽게 달리면 저의 판단을 헷갈리게 하잖아요 ㅎㅎㅎ.
"무슨 판단?"
"10대인지 20대인지 30대인지 40대인지 50대인지?"
"왜, 더 올라가시지."
"흐흐흐 웃겨요. 정말. 더 못 올라 가겠는데요. 40대 처럼 운전해서. 조심스럽게 안전하게 그리고 속력을 내고… 제가 헷갈려요. 너무 편해요. 400 하이웨이에서도 느꼈지만, 운전은 참 잘하세요. 저 때문만은 아니지요?"
"혜정아. 운전은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사고 나면 끝이야. 다들 잘 알고는 있지만, 한번 실수는 막기 쉽지 않아. 그래서 습관이 필요한 거야. 방어운전도 중요하고. 내친김에 운전강의 좀 하자."
"넵. 하세요. 잘 듣겠습니다."
"나는 운전할 때, 앞차의 뒷바뀌 앞바뀌도 보고 움직임도 봐. 흔들림이 있다면, 일단 요 주의를 해야 한다 생각하지. 그리고 좌와 우와 뒷 차량들도 감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 언제든 속력을 줄이거나 급속하거나 차선을 바꿀 준비를 하고 운전하고 있어. 귀찮고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도 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가 없는거야. 운전은 출발
5분부터 시작이고 도착 후 그리고 파킹한 후 5분까지 운전중이야. 언더스탠?"
"ㅎㅎㅎ 예. 잘 알았어요. 명심할께요."
"어이구 착한 학생. 저어기 죽변항에 가서 게 찌개 사 주마. 맛봐라. 더 달라 하기는없다."
"예. 좋아요. 어서 가요. 배고파 요~"
"여보. 제임스. 그런데요~"
뭔가 수상했다. 긴장을 해야 한다.
"왜,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정말 궁금해요. 듣고 싶어요."
"김혜정을 만나려고."
나는 '아차' 했지만, 말은 입을 떠났다.
"우와아~ 여어보~ 나 김혜정 너무 큰 감동 먹었어요. 으아악~~~ 나 그 감동으로 죽어도 좋아요."
잠깐의 방심으로 큰 실수를 했지만, 줏어 담을 수 없다. 어서 다른 상황이 벌어지길 바랐다. 그때 죽변항이라는 팻말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