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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튼튼해야 간 크게 삽니다 |
기획·진행 최영철 |
10월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의 날’이고 10월20일은 국내 학계가 정한 제7회 ‘간의 날’이다. 그래서 국내 의료계는 10월을 간의 달로 부르며 간 질환 홍보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에서 가장 큰 장기(臟器)인 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덜컥 간 질환에 걸리고 나면 자신이 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따지고 보면 ‘술을 많이 먹으면 간에 안 좋다’ ‘B형 간염에 안 걸리려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살이 찌면 지방간에 잘 걸린다’ 정도를 빼고는 별로 아는 것도 없다. A형, B형, C형 간염이 바이러스에 의해 옮겨지는 전염병이라는 사실도, 경미한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간염이나 지방간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되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술을 잘 먹는 사람은 간 질환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 또한 A형 간염에 집단 전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A형 간염 예방주사가 이미 나와 있다는 사실도, B형 간염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벌써 나와 간염 치료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몸 안에 머물면서 사람을 괴롭힌다는 점은 더욱 모른다. ‘B형 간염 보유자’로 불리는 이들은 환자가 아닌데도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전염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에 취업과 일상생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B형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의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감염자와 함께 식사하거나 술잔을 돌리면 B형 간염에 감염된다며 정부가 앞장서 홍보해왔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간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한 것은 우리 조상들이 워낙 간을 소중하게 여겨 간 질환의 무서움을 익히 알고 대비했던 데에서 비롯된 허위의식일 가능성이 크다. 놀라움이나 무서움을 표현하는 우리말에 ‘간 떨어지겠다’ ‘간도 크다’ 등 유난히 ‘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고개가 끄떡여질 것이다. 아무쪼록 이 작은 책자가 간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간 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간은 우리 몸의 ‘에너지 관리 센터’ |
변관수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간질환센터 |
‘간도 크다’ ‘간이 콩알만 해졌다’ ‘애간장을 태운다’ ‘간 떨어진다’ ‘간이 배 밖에 나왔다’…. 예부터 우리말에는 이처럼 간에 빗댄 표현이 많다. 우리네 조상들이 여러 신체 장기 중에 유독 간 얘기를 많이 한 이유는 뭘까. 이는 그들이 이미 온갖 경험을 통해 간이 신체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기, 간의 신비 간은 독일어로 ‘Leber(레버)’라고 한다. ‘산다’는 뜻의 live와 leben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간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간은 체내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장기로 체내 물질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중요한 기능을 맡는다. 간은 3000억개 이상의 간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무게가 1.2~1.5kg에 달하며 인체 내 혈액의 3분의 1 정도가 간에 저장되어 있다. 오른쪽 횡격막 아래에 위치하며 갈비뼈가 간을 보호하고 있어 정상인에게서는 대부분 만져지지 않지만 간이 붓거나 커지면 우측 갈비뼈 아래에서 만져질 수 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단백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약물이나 몸에 해로운 물질을 해독한다. 쓸개즙을 만들고 면역세포가 있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도 한다. 간은 아주 독특한 혈액 공급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동맥을 통해 신선한 혈액을 공급받고 더러워진 혈액을 정맥으로 내보내는 것이 정상이지만, 간은 오히려 문맥(門脈)이라는 일종의 정맥을 통해서 약 4분의 3의 혈액을 공급받고 나머지 4분의 1을 간 동맥을 통해서 공급받는다. 즉 간으로 유입되는 문맥이라는 혈관에 들어 있는 피는 비록 정맥을 통해 들어오지만 단순히 노폐물이 쌓인 혈액이 아니라 위와 장에서 흡수한 영양분이 가득 들어 있는, 즉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의 창고이다. 이렇게 들어온 영양분은 간에서 가공되어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이 되기도 하고 인체에 해로운 성분은 해독되기도 한다.
팔방미인, 간의 기능 간은 인체에서 매우 많은 일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팔방미인 장기’라고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호르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에서 적혈구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빌리루빈 대사, 체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약물 대사에 이르기까지, 온갖 대사 작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소화작용을 돕는 담즙의 분비도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동물 실험에서 증명됐듯, 정상적인 간은 3분의 2를 잘라내어도 시간이 지나면 거의 원래 크기대로 회복이 가능하다. 그만큼 간은 어느 장기보다도 재생력이 뛰어난 장기이다. 그렇기에 생체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하고 간염으로 간세포가 파괴되어도 몇 주일이면 치료되는 것이다. 불을 인간에게 건네준 까닭으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가 매일같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다시 재생되는 벌을 받은 것도 모두 이런 의학적 근거에서 나온 이야기다. 간이 담당하는 다양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관리 센터 구실을 한다. 간은 장에서 흡수한 영양소를 저장하거나, 다른 필요한 물질로 가공한다. 다시 말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모든 영양소는 간에서 에너지 원료로 바뀐 다음 온몸의 세포로 분배된다는 뜻이다. 간은 흡수된 포도당을 글리코겐(glycogen) 형태로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다시 분해해서 내보내는 영양 창고의 구실을 한다. 이때 간에 저장된 영양소의 일부는 급한 사용처가 있으면 ‘신속 배달’되기도 한다. 때로는 아미노산으로부터 포도당을 합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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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은 몸에 필요한 물질을 합성한다. 몸에서 필요한 알부민이나 혈액응고 인자 같은 물질(단백질)을 합성한다. 간경변 환자의 잇몸이나 코에서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간에서 합성되어야 할 혈액 응고인자가 잘 합성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간경변증 환자의 혈액에서 알부민치가 감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 살균작용도 한다
▼ 간은 독소를 분해한다. 몸에 들어온 각종 약물이나 술, 기타 독성 물질을 분해, 대사하여 배설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소변이나 담즙을 통해서 배출하는 작용, 이른바 해독작용을 한다. 이러한 해독작용이 없다면 각종 약물이나 독성 물질이 체내에 계속 남아 있게 되어 극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간의 해독작용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필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간은 각종 호르몬의 공급을 감시한다. 각종 호르몬을 분해 및 대사하는 작용도 있다.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인슐린 분해가 잘 되지 않고 간의 글리코겐 저장량도 부족해 공복시 저혈당이 초래되기도 한다. 만성 간질환 환자한테서는 성호르몬의 대사가 저하되어 겨드랑이나 치부의 털이 빠지거나 여성에게서는 생리 이상, 남성에게서는 고환 위축이 초래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분해되지 않은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으로 변해 여성처럼 유방이 커질 수도 있다.
▼ 간은 담즙을 만들어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지방을 소화하는 데 중요한 담즙을 생성해 담도를 따라 소장으로 배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물질을 장내로 배설하기도 한다.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비장과 간에서 파괴될 때 나오는 노폐물질인 빌리루빈을 가공해 배설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간 손상이 심한 경우 황달이 나타나는데 이는 바로 간에서 빌리루빈을 가공하고 배설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 간은 중요한 면역기관임과 동시에 살균작용을 한다. 대장에는 많은 균이 득실대며, 이것들은 대장 점막을 통해서 혈액에 흡수되어 몸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일단 이런 혈액은 간을 거치면서 ‘쿠퍼 세포(Kupffer cell, 균을 잡아먹는 세포)’에 의해 다 죽기 때문에 약 1% 미만의 세균만이 무사히 간을 통과해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간경변증 환자에게서는 이 기능이 저하돼 각종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여름철에 익히지 않은 어패류를 먹고 발생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인데 특히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간경변증 환자에게서는 세균성 복막염도 흔히 발생한다.
침묵의 장기 문제는 이처럼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는 간이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는 간이 손상될 것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반 이상 저하되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간 전반에 걸쳐 이미 손상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간은 만성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손상되면 여간해서 회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몸속에서는 간 질환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자신은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과로와 과음을 일삼다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된 이후에야 뒤늦은 후회를 한다. 간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피로감, 전신 쇠약감, 식욕감퇴, 메스꺼움, 구역, 소화불량, 복부 불편감 등이 있는데, 사실 이러한 증상은 간 질환에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간 질환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오른쪽 윗배에 둔탁한 통증, 눈동자와 피부가 노래지는 현상, 소변색이 갈색으로 짙어지는 황달 등이 있다. 따라서 침묵의 장기인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의 상태를 꾸준히 관리하고 간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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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건강식품 모르고 쓰면 독 그렇다면 평소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생활수칙과 식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니 복용을 삼간다. 양약뿐 아니라 각종 건강 보조식품과 생약도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복용에 유의해야 한다. 간에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과 생약제제는 대부분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특히 간염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간 질환의 원인이 된다. 간에 유익한 술은 없으므로 절제하는 음주 습관이 필요하다. 과다한 음주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제의 추가 복용은 간 손상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음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양분이 어느 한 가지로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되므로 평소 절제된 식습관이 중요하다. 섬유소가 많은 음식, 채소, 과일, 곡물을 많이 먹고,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며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달고 지방성분이 많은 후식이나 간식은 피하고,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무리한 체중조절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 성분, 영양분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일주일에 1kg 이상 급격한 체중감소는 오히려 심각한 지방간염을 유발하고 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신체기관에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이지만 적당한 운동은 건강한 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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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사망원인 최고…간 질환의 현주소를 알자 |
백승운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
간염, 간경변, 간암 등의 간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한 질환 중 하나이다. 2005년 발표된 2004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간 질환은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중 6위에 올라 있으며, 40대에서는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40대 사망률 통계를 보면 1위가 암, 2위가 간 질환이나 암 사망자 가운데 간암 사망자수가 3위를 차지하므로 실제로는 간 질환이 40대 사망원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표 1’ 참조). B형 간염이 간경변, 간암 주원인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간경변, 간암과 같은 간 질환이 비교적 젊은 40대에게서 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간경변과 간암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4배 이상 높은 비율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 40대 남자의 간 질환 사망률이 여자의 8.31배이고 50대의 경우에는 8.36배에 달하고 있다. 40대 가장의 사망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인력의 상실과 부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부담 증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도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때문이다. 실제 만성 간 질환 및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이 발병 원인이었고, 10~25%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으며 나머지 25% 정도가 알코올성 간염 및 지방간, 자가 면역성 간염이 원인 질환이었다. 현재 전체 인구의 5~8%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만성적 보유자로 그 수는 250만~3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형 간염 보유자는 전 국민의 1~2%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 30~40대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00달러가 채 안 되던 1960~70년대,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같은 주사기로 여러 명이 예방접종을 맞는 일이 흔했다. 따라서 당시에 초등학교를 다닌 지금의 30~40대는 B형 간염에 많이 노출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30대부터 그 아래 세대는 B형 간염 예방접종 및 출산시 적극적인 관리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크게 줄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인구수(4846만여 명) 가운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유병률은 평균 4.4%로 220만명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표 2’ 참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이 10대는 2.5%, 20대는 5.4%, 30대는 6.8%에 이르던 것이 40대부터는 줄기 시작해 40대 6.3%, 50대 5.1%, 60대 3.3%, 70대 2.7% 등으로 감소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50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 감소에 대해 일부 자연적으로 바이러스가 소실된 경우도 있겠지만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던 환자들이 40~50대에 이르러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 간암 등 합병증으로 사망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간 질환은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지만 기타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당뇨병 등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주요 만성질환관리사업에 간 질환이 제외되어 있어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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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질환은 병이 생기는 근본 원인에 따라 바이러스로 인한 간 질환,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간 질환, 약물이나 독성 물질로 인한 독성 간 질환, 간에 기름(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 인체 면역 계통의 이상으로 인한 자가 면역성 간질환, 신진대사의 이상이 원인이 되는 대사성 간 질환 및 기타 원인이 불분명한 간 질환으로 구분된다.
B형 바이러스 보유 인구 5∼8% 간 질환에 있어 간염이 중요한 이유는 급성 간염에서 시작해 만성 간염, 간경화, 그리고 간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복수, 부종, 신부전, 식도 정맥류, 울혈성 위장 질환, 비장 비대, 간성 혼수, 간암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간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간의 가장 기초적인 원인 질환을 잡는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간염은 크게 바이러스성 간염(A형, B형, C형)과 알코올성 간염으로 나눌 수 있다. 간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인 만성 B형 간염은 전세계적으로 사망원인 10위를 차지하며, 바이러스 보유자만도 3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에서는 인구 10명 중 1명꼴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보유자 중 75%가 아시아에 거주한다. 현재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5~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병률이 높은 지역의 감염경로는 대부분 수직 감염으로, 성인이 되어 B형 간염에 감염된 후 완치하지 못하고 만성으로 이행하는 비율은 5% 미만이지만, 모태 감염의 경우는 90% 이상에서 만성화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이 원인이 되어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소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만성 보유자가 된 환자 중 치료를 안 할 경우에는 많게는 4분의 1 정도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133.5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간암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암 사망의 약 17%를 차지해 폐암, 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대체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에서 간암이 발생할 위험률은 비보유자에 비해 100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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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질환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무관심하다. 자신의 간 상태에 대해 별 관심 없이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간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 위험요인을 파악해두어 미미한 증상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검사를 받는 등 꾸준히 관리 점검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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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전염병 A형 간염, 예방접종으로 ‘원천 박멸’ |
김동수 교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
새내기 직장인 L씨(25)는 몸살 기운이 있어 입사하고 처음으로 결근을 했다. 처음엔 감기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고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음식물을 삼킬 수 없을 만큼 구역질과 구토에 시달렸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그는 A형 간염 진단을 받았고, 요양을 위해 직장을 잠시 쉴 수밖에 없었다.
전염성 강한 급성 간염 흔히 B형이나 C형 간염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A형 간염이라고 하면 사람들 대부분이 다소 생소하게 느낀다. A형 간염은 만성 간염, 간경변 및 간암 같은 만성 간 질환을 유발하는 B형이나 C형 간염과는 달리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으로 인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강한 급성 간염이다. 전세계적으로 발병건수가 매년 15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성 간 질환이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고, 오염된 물과 음식, 개인 접촉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단체생활, 단체 급식을 하는 15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감염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A형 간염이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15세 이하 소아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내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그만큼 집단 발병의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아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현격히 낮아진 것은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위생상태가 양호해지면서 자연 면역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데 기인한다. 따라서 면역성을 갖지 못한 소아와 청소년층이 늘어나면 A형 간염에 감염될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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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A형 간염 백신 접종률이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체적 증상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백신 접종자의 대다수인 77.6%가 생후 12개월 이후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접종했고,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A형 간염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영·유아에서는 간염이 감기 앓듯 가볍게 지나가며 황달도 2~3세에서는 약 20%, 4~6세에서는 약 50%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6세 이상과 20세 이상 성인이 감염되면 70~80%에서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명적인 증상으로 발전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급증하는 환자 A형 간염은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고, 증상 발현이 불확실해 감기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소아의 발병률을 정확하게 알기가 힘들다. 국내에서는 과거 20년 동안 A형 간염 환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환자가 늘기 시작해 1998년에는 A형 간염 증세로 조사된 환자가 약 2000명에 이르렀다. 대한간학회의 역학조사(1997년 7월1일부터 1998년 6월30일까지) 결과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20~24세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고, 25~29세, 15~19세가 그 뒤를 이었다. A형 간염에 대한 국가적인 통계는 없으나 간학회의 역학조사가 시작된 1997년부터 A형 간염 환자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21개 종합병원이 국민건강보험에 청구한 A형 간염 환자요양급여 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A형 간염으로 입원 및 외래 치료를 받은 건수는 총 1194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환자 대 입원 비율은 8~15세 초등학생 연령군이 58%로 가장 높아, A형 간염으로 병원을 찾은 초등학생 2명 중 1명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A형 간염으로 입원한 환자의 평균 입원일은 9.5일이며, 45∼64세 연령대의 평균 입원일은 13.3일로 가장 길었다. 특히 학교와 직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15∼33세 연령대의 평균 입원일은 8.7일로 A형 간염에 걸릴 경우 1주일 이상 학교 결석 및 직장 결근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의료비용 측면에서는 A형 간염환자가 9.5일 입원하는 경우 86만원의 입원비와 평균 내원일인 1.4일을 기준으로 8만6000원의 외래진료비가 소요되어 총 94만7000원의 보험공단 부담 의료비가 지출됐으며,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추가하면 100만원이 훨씬 넘는 의료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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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성 간염 진행되면 사망할 수도 20∼30년 전에는 대부분 어릴 때 A형 간염에 자연 감염되어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이었으나, 요즘은 20세 이상 성인층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성인이 되어 A형 간염에 걸리면, 급성 간염을 앓게 되어 한 달 이상 입원이나 요양을 하거나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군대나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나, A형 간염에 전염될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놀이방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근무하는 성인의 경우에는 A형 간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게서 전염될 우려도 있다. A형 간염이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는 5~14세. 현재 보고된 환자의 약 30%가 15세 이하로 나타났을 정도다. A형 간염은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영아와 6세 미만 소아의 대부분이 모르고 지나지만 6세 이상의 소아에서는 증세가 자주 관찰된다.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오심·구토·설사 등으로, 다른 소아감염질환 증세로 혼동되기 쉽다. 영·유아의 경우 자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한 어른은 A형 간염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유아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전염원이 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발열, 구토, 식욕부진, 피곤함, 황달, 간 비대, 상복부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때론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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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콧물, 감기, 몸살, 발열, 관절통,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1~2주 지속되며, 심할 경우 3~4개월 지속되다 회복된다. 앓고 나면 바이러스가 없어지고 면역항체가 생겨 다시는 같은 형의 간염에 걸리지 않게 된다. 발병시 소변색이 갈색을 띠기도 한다. 황달 증세가 없는 경우가 80~90%라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안정을 취하면 95%는 수주 내지 길어야 4개월 안에 회복될 수 있으나, 극심할 경우 0.5%는 전격성으로 사망할 수 있고, 나머지 4.5%가량은 만성 간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B형이나 C형 등 만성 간염 환자가 A형 간염에 걸리면 간염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B형, C형 간염 환자나 바이러스 보유자는 반드시 A형 간염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한다.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노인층 역시 A형 간염을 주의해야 한다. 혈액 검사를 통해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을 경우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A형 간염의 주요 감염 경로는 오염된 물과 음식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과 음식이 대변으로 배설된 후 어떤 경로를 통해 다시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는 것. 오염된 식수와 이를 이용해 조리한 비가열 음식물(샐러드, 과일)이 특히 전염 위험성이 높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입에 닿은(오염된) 어떤 물건을 통해서라도 전파될 수 있으므로 감염자가 주위에 있을 경우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사람과 사람 간에도 즉각적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족간, 학교나 놀이방, 병원, 양로원 등에서 A형 간염의 감염이 쉽게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밖에 A형 간염에 감염된 사람이 조리한 비가열 음식물 또는 가볍게 조리한 음식물을 먹어도 병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수영이나 수중운동 도중 무의식 중에 들이마신 오염된 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으며 어패류를 날로 혹은 제대로 조리하지 않은 채 먹을 때도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굴, 홍합, 새조개, 대합 등이 A형 간염과 연관되며, 다른 어류도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드물게는 감염 혈액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사기 등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세계 최초 A형 간염 백신 ‘하브릭스’ 아직까지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물이 개발되지 않아 환자를 안정시키고 고단백 식이요법을 쓰는 것 이외의 별도 치료법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백신 접종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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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과 더불어 깨끗한 식수와 음식을 먹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또한 A형 간염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식사 전후, 육류나 해산물 등의 날 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채소를 만졌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A형 간염 예방백신은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접종하는데, 현재 3종류의 백신이 상품화되어 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1차 접종은 빠르게는 생후 1세 이후부터 시작할 수 있고,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6개월 이후 12개월 이내에 실시한다. 2차 접종 후에 항체의 양전율은 100%에 가까우며 95% 이상에서 간염 예방효과가 있다. 예방효과 지속 기간은 1, 2차 접종을 모두 마칠 경우 약 2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7개 주에서 A형 간염 예방접종을 권장한 결과, 2~18세 어린이와 청소년의 A형 간염 발병률이 87% 감소했다는 논문이 나온 바 있다. 소아, 청소년의 A형 간염 예방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미국 보건당국이 2006년 1월 만 1세부터 2세 유아의 A형 간염 예방접종을 기본접종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백신회사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사가 제조하는 하브릭스는 면역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세계 최초의 A형 간염 백신으로 만 1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 투여할 수 있다. 태국에서 4만여 명 이상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선 95% 이상의 실제 질병 예방 효능을 나타내기도 했다. 1997년 7월 국내 출시된 하브릭스는 30여 개국에서 150여 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거쳤으며,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1억 도즈 이상이 접종된 바 있는, 면역효과가 입증된 제품. 실제 임상 경험에 있어서도 1992년 처음 발매된 이후 10년 이상 A형 간염 예방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하브릭스는 성인용과 아동용이 판매되고 있는데, 두 제품 모두 반드시 2회 접종해야 한다. 이때 2차 접종은 1차 접종 6개월 이후 12개월 이내에 실시해야 하며 성인의 경우 1, 2차 접종을 모두 마치면 20~25년간 A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유럽의약청(EMEA)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과 내약성이 우수하다고 승인한 제품으로 개별 주사기에 1회용 접종 분량이 들어 있는 프리필드 시린지(Prefilled Syringe) 형태로 되어 있어 위생적이고 사용이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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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간세포암의 주범, B형 간염 |
이헌주 교수 영남대 의대 내과학교실 소화기분과 |
B형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전세계적으로 대단히 흔한 감염성 질환 중 하나다. 국내의 경우 만성 간 질환 및 간세포 암 환자의 70% 이상에서 원인 질환이 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국가적으로 예방접종을 장려해 감염률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백신 접종 이전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워낙 많아 아직까지 20세 이상 인구의 5∼7%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실체 간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만성적으로 간염을 일으키는 종류는 B형과 C형이며 그중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한국인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음식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감염된 혈액이나 기타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감염된 환자와의 성관계, 비위생적인 치과기구, 오염된 주삿바늘, 침, 면도기, 칫솔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특히 B형 간염의 가장 큰 감염 요인은 ‘수직 감염’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출산 때 혹은 출산 직후 바이러스가 신생아에게 전염되는 ‘주산기 감염’이 가장 중요한 감염경로로 알려져 있으며,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가족 및 급성 B형 간염 환자의 배우자 또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의 급성 감염은 만성화하는 예가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산모가 바이러스 보유자라면 아기는 출생 때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간염 보유자)부터 간경변, 간세포암을 포함, 더욱 심각한 만성 간 질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환을 초래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를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으로 삼아 수많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재생산해 방출하고, 이를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 인체의 방어기전(면역체계)은 바이러스를 생성하는 간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간에 염증이 생기면서 간세포에 진행성 손상을 주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간염이라고 한다. 성인이 급성 B형 간염에 걸리면 대부분의 경우 인체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해 손상된 세포가 복원되고 완전히 회복되지만 가끔 바이러스를 6개월 이내에 제거하지 못한 경우 만성 B형 간염 보유자가 된다. 만약 수개월, 수년 동안 바이러스를 전혀 제거할 수 없을 만큼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이 충분치 않을 경우 바이러스가 계속 퍼져 감염된 간세포를 점점 더 파괴하게 된다. 간은 스스로 재생을 시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된 간세포가 건강한 세포가 아닌 섬유성 혹은 반흔성 이상 조직으로 대치되는데, 이를 간세포의 섬유화라고 한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간세포가 손상되고 반흔성 이상조직(흉터)으로 대체되는 악화와 회복이 반복되면서 결국 간경변, 간 기능 악화, 간암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간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B형 간염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신체 쇠약감과 피로감이며 무력증, 식욕부진, 의욕상실, 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화불량, 상복부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성 간염 환자 중에는 위와 같은 자각증상을 전혀 호소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실제로 수년 동안 아무 증상이 없어 보유자는 자신에게 질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족이나 친구에게 간염을 전염시킬 수 있다.
B형 간염 억제제 ‘제픽스’ ‘헵세라’ 이렇듯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치유되지 않고 간수치의 상승과 함께 B형 간염 바이러스 표지자가 검출되는 경우를 만성 간염으로 정의한다. 또한 바이러스를 오랫동안 몸속에 가지고 있으나 증상이나 간 손상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을 무증상 보유자라고 한다. 특히 산모에서 태아로 수직 감염된 경우 소아 때는 90% 이상이 증상 없이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다가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서 만성 간염의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난다.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나 만성 간염이 호전되지 않고 염증이 장기간 활발하게 지속되는 경우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 한 조사에 의하면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20년이 지난 후 약 절반의 환자에서 간경변이 관찰되었다고 하며,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간세포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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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B형 간염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해 질환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 B형 간염의 치료에는 항바이러스제가 적극적으로 추천되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항바이러스 제제로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제픽스’와 ‘헵세라’ 두 가지가 있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대부분 ‘제픽스’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약은 바이러스의 DNA 합성을 차단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신속하게 억제한다. ‘헵세라’는 내성 발현율이 매우 낮으며 ‘제픽스’ 내성 변종에 대해서도 효능을 보이는 최신 치료제이다.
▼ 라미부딘(상품명 ‘제픽스’) 세계 최초의 경구용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제픽스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DNA 중합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복제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억제한다. 경구용 치료제로 1일 1회만 복용하면 된다. 제픽스는 남녀 구별 없이, 상태의 경중(輕重)에 관계없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특히 어릴 때 감염된 환자 및 인터페론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1998년 출시된 제픽스는 새로 출시될 예정의 여타 B형 간염 치료제와는 달리 최대 7년에 달하는 장기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장기간 효능 및 안전성이 확보된 유일한 B형 간염 표준 치료제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간부전 및 간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데포비어(상품명 ‘헵세라’) 2004년 6월 국내에 발매된 헵세라(성분명 아데포비어)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복제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로, 만성 B형 간염의 원인을 직접 공격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한다. 특히 장기간 사용에도 자체 내성률이 낮으며, 라미부딘에 내성을 나타내는 환자들에서도 치료효과를 보여 이들에게 치료제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인류의 난치병 구제약 ‘라미부딘’ 아시아에서의 B형 간염 발병 빈도는 매우 놓은 편이나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고혈압, 당뇨, 결핵 등 다른 만성 질환들과는 달리 장기적이고 꾸준하게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200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환자의 69%가 만성 B형 간염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받았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의사 (약 40%)가 1년의 단기 치료 처방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의사들은 치료 초기에 항바이러스 약물보다는 간장약 등을 추천함으로써 오히려 질환의 치료를 지연시키고 있다. 따라서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은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 등 주기적인 간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일단 간염으로 확진되면 검증되지 않은 치료나 식품보조제 등 대증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내에선 1980년대 이전까지 B형 간염, 특히 그 절반을 차지하는 모계 수직 감염성 B형 간염은 예방이 전혀 불가능했으며, 1997년 이전에는 만성 B형 간염이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간 질환의 시한폭탄인 간세포암에 대해선 조기진단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예방 백신의 개발로 B형 간염의 예방이 가능해졌고 경구용 항바이러스 제제인 라미부딘(제픽스)의 출현으로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간세포의 괴사를 중지시킴으로써 간경변으로의 진행을 막고, 한편으로는 간경변 조직에서 생겨나는 간세포 암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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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최초의 경구용 항바이러스 제제인 라미부딘은 만성 B형 간 질환 치료 역사에 한 장을 장식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인류의 난치병 구제약으로 영원히 기억될 만하다. 장기간 투약해야 하는 불편함과 내성 바이러스 출현이라는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 현재로선 유일무이한 구제 약제임이 분명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결점을 보완한 약제들이 속속 개발됨으로써 병용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런 보완 치료제는 계속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해 질환의 진행을 막는 것일 뿐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약품은 아니다. 향후 바이러스를 사멸해 완치할 수 있는 더 나은 차원의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B형 간염은 완전한 예방이 가능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철저한 예방접종과 오염된 혈액이 전파되지 않는 공중 위생관리 체계만 유지된다면 B형 간염은 이 세기가 지나가기 전에 완전 퇴치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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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간염, 抗바이러스 치료와 영양 균형이 키포인트 |
이명석 교수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
간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D형, E형, G형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중 국내에서 만성 간염의 주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B형과 C형이다. 둘 가운데서도 가장 큰 원인은 B형 간염으로, 만성 B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6개월까지 치유되지 않아 간수치가 상승하고 B형 간염 바이러스 표지자가 검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산모에게서 태아로 수직 감염된 경우 소아 때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다가 성인이 되면서 90% 이상에서 만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만성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간염 바이러스를 몸속에 오랫동안 지니고 있기는 하되 증상이나 간 손상이 뚜렷하지 않다. 만성 간염 환자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전신 쇠약감과 피로감이며 무력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의욕상실, 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상복부 중앙이나 우측이 뻐근하거나 아플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각 증상을 전혀 호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국민의 0.8~1.4%가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되는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급성 감염 후 자연 회복이 어려워 만성 간염으로의 진행률이 85%나 되며 이 중 20~30%가 간경변증에 시달린다. C형 간염도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감염 후 6개월을 기준으로 회복 여부에 따라 급성 및 만성 간염으로 구분한다. C형 간염은 만성이 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정기적인 신체검사나 헌혈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감염 후 수십년이 지나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후에야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간 질환으로의 이행률이 비교적 높은 만큼 추적 관찰과 전문의 상담이 중요하다.
만성 간염에 안 걸리려면? 급성 간염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안정과 식이 조정 등 대증요법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간 기능의 악화가 심한 경우에는 입원해야 한다. 반면 만성 간염은 투병 생활을 오래 해야 하므로 환자에게 휴식과 안정만을 권하기보다 환자의 임상 증상, 검사 결과 등을 고려해 적당한 일상 업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현재 개발되어 있는 항바이러스제(인터페론, 제픽스, 헵세라 등) 치료를 병행하면 된다. 더불어 과로나 음주, 근거 없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성분 불명의 약제 사용으로 간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검진,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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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의 경우 같이 생활하는 가족은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예방 백신 접종은 성인, 어린이 관계 없이 총 3회 접종한다. 예방 접종이 꼭 필요한 대상은 모든 영·유아와 B형 간염 항원과 항체가 모두 없는 성인 중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사람들, 즉 B형 간염 보유자의 가족, 수혈이 잦은 환자, 혈액투석 환자, 주사용 마약중독자, 의료 종사자, 집단 시설 수용자 등이다. 특히 산모가 만성 B형 간염 혹은 보유자일 경우 출산 후 12~48시간 안에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면역 글로불린 주사와 함께 간염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급성 간염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간염 바이러스에 전염될 위험이 크므로 환자의 가검물 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경구 감염으로 인한 A형 간염이 있는 경우 환자의 배설물을 잘 관리해 이에 오염되지 않도록 반드시 손을 청결하게 씻고 물과 음식을 끓여서 먹어야 한다. B형, C형의 경우 환자의 혈액이나 침과 같은 분비물이 특히 손상된 눈, 구강과 같은 점막이나 상처가 난 피부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C형 간염의 경우 아직까지 효과적인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혈액을 통해 감염될 위험이 높으므로 일반인의 경우 불필요하게 몸에 상처를 내거나 소독되지 않은 주사침을 맞지 않도록 하며 비록 그 빈도는 낮으나 성적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 한다.
‘장기간 절대안정’은 해로울 수도 C형뿐 아니라 만성 B형 간염이라 할지라도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를 조기에 발견하려면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 등 간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 정기검진은 치료제의 치료 시점을 결정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에겐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와 함께 균형 있는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고(高)영양 상태가 되면 지방간, 당뇨병 등을 일으켜 오히려 간 손상이 더 심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성 B형 간염에서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식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지나친 음주는 삼가야 하지만, 일주일에 1회 소주 반 병 이하 정도는 큰 지장이 없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에게 인진쑥, 헛개나무, 돌미나리, 영지버섯, 민물고둥, 붕어, 신선초, 과량의 스쿠알렌 등의 민간요법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것들의 치료 효과는 의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황달이나 복수가 생기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항간의 소문을 듣고 따라 하다 경제적 손실과 함께 또 다른 간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만성 B형 간염 환자에게 황달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권유한 게 사실. 하지만 실제로는 장기간의 안정이 회복을 빠르게 한다는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운동력을 감소시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만성 간염 환자는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할 수 있으며 피로감을 느낄 정도의 심한 운동만 피하면 된다. 또 적절한 부부관계는 간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의 생리적 현상과도 부합되며 생의 활기 또한 찾을 수 있으므로 지나치지 않는 한 부부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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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C형 간염의 경우도 B형 간염 환자와 건강관리의 방법은 다르지 않다. 단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까닭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효약이 없는 급성 C형간염은 만성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으므로 일부 환자의 경우는 인터페론 치료를 적기에 해야만 만성화를 방지할 수 있다. 급성 C형 간염에서 일반 간장약들은 약간의 보조 역할을 하는 정도이므로 이를 과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드시 입원할 필요는 없지만 학교나 직장을 쉬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자신의 만성간염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검진과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음을 삼가야 하며 간에 유해한 약품이나 한약, 건강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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