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강준흠: “지난번에 일에 따라 진언(進言)하라는 하교를 받들었는데 신은 지식이 미치지 못하여 제대로 보필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크게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며칠 전 이경신이 올린 상소는 하나의 변괴였습니다. 그는 먼 지역의 하찮은 자인데 조정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었으니 그 죄를 따지면 귀양을 보내더라도 지나친 처벌은 아니겠지만, 또한 깊이 나무랄 가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 만큼 엄정한 처분에 신은 참으로 감복하였습니다. 그러나 호조 판서에게 내린 비지 가운데 ‘닭이 울고[鳴] 개가 짖는[吠] 것 같은 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명폐(鳴吠)란 금수를 두고 하는 말이니 삼가 왕언(王言)의 체통을 손상시킬까 두렵습니다. 이것은 자구(字句) 사이의 일에 불과하지만 실로 눈에 거슬립니다. 매우 황송합니다만 그런 생각이 들어 감히 아룁니다.” 서용보: “옥당이 아뢴 내용이 참으로 좋습니다. 신도 한 번 아뢰려고 했으나 미처 아뢰지 못했습니다. 숙종 임금께서 대간에게 내린 비지에 ‘인면수심’이란 말을 썼는데 당시 대신(臺臣)과 옥당, 승지가 연달아 아뢰어서 결국 그 말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깊이 본받아야 할 일입니다. 대체로 그 두 글자는 금수에게나 사용하는 말이니 비록 그런 글자가 아니라도 분명 달리 적합한 문자가 있을 것입니다.” 순조: “그 말이 좋다. 응당 고쳐 쓰겠다.”
[원문]
浚欽曰: “向來以隨事進言旣承下敎, 而顧臣知識不到, 不能仰裨, 一殷憂歎處也. 日前李敬臣之疏, 卽一變怪. 渠以遐土微末, 乃有輕朝廷之意, 以其罪則雖竄配亦非過矣, 而亦不足深責, 處分之嚴正, 臣固欽仰之不暇. 然戶判批旨中, 有曰‘鳴吠之類’, 鳴吠者, 禽獸之謂也, 竊恐有損於王言之體. 此不過字句間事, 而實涉礙眼. 極知惶悚, 而旣有區區之見敢達矣.” 龍輔曰: “玉堂所奏果好矣. 臣亦欲一番仰奏而未果矣. 肅廟朝臺諫批旨有曰‘人面獸心’, 其時臺臣ㆍ玉堂ㆍ承旨相繼覆奏, 終至反汗, 此政今日所當仰體者也. 大抵此二字, 卽用之於禽獸者, 雖非此字, 必有他穩合之文字矣.” 予曰: “其言好矣. 從當改下矣.” -『일성록』 순조 3년 10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