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래된 정원 / 장석남  </p><p> </p><p>나는 오래된 정원을 하나 가지고 있지 </p><p>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p><p>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p><p> </p><p>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p><p>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p><p>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윗돌의 인사를 보며 </p><p>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p><p> </p><p>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p><p>커다란 손바닥이 정원의 </p><p>어느 곳에서부턴가 자라나와 정원 위에 </p><p>펼치던 것</p><p> </p><p>나는 내 가슴에 숨어서 보곤 했지</p><p>왜 그랬을까 </p><p>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p><p>새보다 내겐 공중의 길이 더 선명했어 </p><p>어디에 닿을지 별은 받침대도 없이 뜨곤 했지 </p><p> </p><p>내가 저 별을 보기까지 </p><p>수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나는 </p><p>떡갈나무의 번역으로도 읽고 </p><p>강아지풀의 번역으로도 읽었지</p><p> </p><p>물방울이 맺힌 걸 보면 </p><p>물방울 속에서 많은 얼굴들이 보였어 </p><p>빛들은 물방울을 안고 흩어지곤 했지</p><p> </p><p>그러면 몸이 아프고 아픔은 침묵이 그립고 </p><p>내 오래된 정원은 침묵에 싸여 </p><p>고스란히 다른 세상으로 갔지 </p><p> </p><p>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p><p>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p><p>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 뿐이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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