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방송을 통해서는 보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국감장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2가지입니다.
방송국의 갑질과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노동법을 위반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노동청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거나 노동자가 아닌 회사편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회사가 프리랜서라고 주장하면, 노동청은 회사측의 이야기만 듣고
결론을 내려버립니다. 노동청에서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2차례 받아보았는데, 비정규직들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서
아예 판단 자체를 하지 않기도 하고 복잡한 사안이라며 근로자로 판단되기 쉽지 않을거라는 회의적인 이야기부터 합니다.
방송구성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결정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방송국은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침묵하기에 누군가는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 첫번째 목표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방송국 외부의 사람들에게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의 갑질과 횡포가 방송국을 통해 고발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부끄러운 모습은 은폐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폭로만으로 끝난다면 그저 일회성 이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겠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최종 목표는 저처럼 방송을 떠나서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이나라
나오지 않고서도 이 안에서도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한 언론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는 올 한해 제가 국감에 나가기 전까지 방송국의 갑질과 횡포를 알리기 위해 한 노력들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제가 한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민망한 마음이 큽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도 아니고... 많이 소심합니다.
국감에 나가기 전에도 그리고 나간 뒤에도 며칠 밤을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이 제 마음속에 계속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당사자도 아닌데 왜 아직까지도 이 이야기를 나는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이야기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지
사실 회의가 많이 들었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해 왔습니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 한 일이 아니고 저 자신을 위해서 한 일입니다.
10년 넘게 제가 일해온 언론이란 곳이 이런 곳이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의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그 소리는 참 무던히도 저를 많이 괴롭혀왔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처음 언론인을 꿈꿀 때 가슴에 새긴 이상적인 언론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신문방송학을 이중전공했는데,
그 때 언론의 사명, 공적 의무, 보도의 본질 등을 처음 배웠습니다.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꼼지락거렸던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두근거림, 가슴떨림 등의 느낌을 잊지 못하기에
저는 아직도 이렇게 미련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상 외로 이 구조안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지 드러낼 수 없었고 그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없었기에 혼자서 좌절해왔다는 이야기도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단 이 안에서의 문제점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내부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체,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들과 방송스태프들은 노조가 생겼지만 아나운서는 그 수가 극소수라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첫번째로는 적어도 내부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을 대상으로 노무사 분을 모시고 특강을 개최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로스쿨 학생이라 당장은 어렵지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아마 빠르면 겨울쯤 진행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직군의 분들도 우리 언론이 과연 정상적인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누군가는 과도한 대가를 받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착취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그러한 언론이 과연 경비원이나 택배원의 노동현실에 대해 보도할 수 있을까요?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떠한 방송국도 저의 고발을 담아주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떳떳한 방송국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만의 힘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으리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젯밤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저를 괴롭혀서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서 글을 남깁니다.
사실 저는 방송국으로부터 비인간적인 여러가지 일을 겪기 전까지는
법조인이 되고자 생각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저 방송을 오래 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한 것도 좋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도움이 될까 싶어서 했던 일이었고
MBC 라디오리포터, 광명시청 아나운서, 현대자동차 사내방송 아나운서, MBN 시황캐스터, TJB 아나운서까지
비정규직 생활을 전전하면서도 늘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방송을 할 수 있을 지만 궁리했습니다.
시황캐스터를 할 때는 경제 분야는 전문성을 갖추면 여자아나운서라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작가일, 편집일도 마다하지 않고 익히고자 한 것은
모두 다 이 바닥에서 더 오래 버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적어도 고용이 불안해도 하고싶은 방송만 할 수 있다면
다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10년 넘게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욕감을 견디겠다는 의미의 허락은 아니었습니다.
방송국은 뉴스장사를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진실을 파는 곳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공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공공재인 전파를 맘껏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직에 있는 언론인 분들이 다같이 고민해주시고 조금씩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보도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응원합니다. 저도 힘들게 퇴사후 악의적으로 저에 대해 나쁜 말을 만들어서 나중에 들어간 회사 사람들에게까지 흘리더라구요. 결국 나중에 들어간 회사까지 퇴사하고 그 후유증에 시달렸는데, 더 큰 보복이 무서워서 알면서도 바보같이 당했고 지금도 그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저를 괴롭히는데도 아무일도 할수없어 저만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직접 행동하신 점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희 16,17 사번 아나운서들이야 말로 이번일이 없었다면 공중파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락함과 명예에 안주하고.. 방송계 전체가 처한 상황은 남의 일로 생각하는 괴물이 되었을테지요..
처음엔 저희 역시 순전히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 시작한 것이지만, 거대한 방송국을 상대로 싸워나가며..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오만한 생각일지 모르나 저희 싸움이, 방송/언론 지망 청년들이 처한 노동인권 개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구구절절 와닿는말씀입니다. 저도 현재 프리생활 10년이 넘었는데, 늘 두렵고 무서워서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했던 문제입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저도 힘들게 퇴사후 악의적으로 저에 대해 나쁜 말을 만들어서 나중에 들어간 회사 사람들에게까지 흘리더라구요. 결국 나중에 들어간
회사까지 퇴사하고 그 후유증에 시달렸는데, 더 큰 보복이 무서워서 알면서도 바보같이 당했고 지금도 그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저를 괴롭히는데도 아무일도 할수없어 저만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직접 행동하신 점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지해 마지않습니다.
저희 16,17 사번 아나운서들이야 말로 이번일이 없었다면 공중파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락함과 명예에 안주하고.. 방송계 전체가 처한 상황은 남의 일로 생각하는 괴물이 되었을테지요..
처음엔 저희 역시 순전히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 시작한 것이지만, 거대한 방송국을 상대로 싸워나가며..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오만한 생각일지 모르나 저희 싸움이, 방송/언론 지망 청년들이 처한 노동인권 개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한빛 탁종렬 소장님과도 이부분 자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어요.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소장님을 통해 연락주세요. 언제든지요.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영상 보고 왔습니다, 큰 용기에 감사드리고 보이진 않아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영상 전부다 봤습니다 ㅜ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공감합니다 화이팅
아나운서 꿈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 자리잡은 사람으로서, 너무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진짜 대단하세요.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준비생이라고 이 문제에 너무 안일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되더군요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처음부터 끝까지 글 읽었습니다
뉴스봤는데 아랑에 그분이셨군요 응원하겠습니다 어디서든 행복하시길 바라요
응원합니다! 화이팅!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응원합니다
진짜 멋있으시네...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네이버에서 한겨레 기사 읽었었는데... 멋지세요~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공감하고 응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