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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해치는 자 벌침이 없는 벌에 쏘여 죽을지어니, 부디 함부로 나비의 보물을 꺾지마소서. - by.에움
좋지않은 꿈이여서 였을까.일어났을때 오른쪽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눈물이라도 흘린건지,정말 바보같은 꿈이였어.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일어나 똑같은 하루를 시작한다.밥을 먹은 후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문을 나선다.
어제 눈이 와서인지 꽁꽁얼어있는 바닥을 조심스럽게 걷고있으면 저 멀리서 신기한이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눈에 굉장히 띄는 빨간 목도리를 하고서.
"그 빨간 목도리는 뭐냐?패션 센스하고는."
"푸하하,야 너가 그런말을 하면 안되지~"
내 패션센스가 뭐 어쨌다고,참나.
입을 삐죽이며 교문을 들어서니 나의 가방끈을 잡고 따라오는 신기한때문에 움찔거리며 자리에 서버렸다.어제일이 기억나서 가슴이 두근거리며 떨려오는게…공포증이 생겨버린걸까.
"왜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그에게서 조금떨어져 걷고있으니 멀리서 서다혜의 모습이 보인다.키가 꽤 크고 준수한외모의 남자와 분리수거라도 하는듯 쓰레기 봉투를 들고 걷고있는 서다혜.
저런일은 안할것같이 보이는데 꽤 의외네.
"눈버려,보지마."
서다혜를 보며 어깨동무를 하듯 팔을 두르고 나의 눈을 가리는 신기한.
아무리 그래도 다 들리게 말해버리면 여자로써 상처받지않을까.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우리쪽을 신경도 쓰지않고 남자와 대화를 하며 우리를 지나쳐버린다.그나저나 신기한…서다혜에 대해서 다 알고있는걸까.
"야, 그래도 그런말은 조금 심했잖아."
"어떤말?"
"눈버린다니…여자한테."
나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먼저 다려가버리는 신기한.그래도 이나가 이번에는 제대로된 남자를 사귄것 같아 다행스러운 느낌이다.
"너 여자친구 누구냐니까,짝꿍은 아니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신기한과 장난을 치고있는 앞자리 남자아이가 보인다.신기한 저녀석 아직도 이나가 여자친구인걸 안 밝힌건가.하긴…밝혀도 같은학교가 아니라서 모를테지만.
"사진이라도 보여줘~"
"안돼."
"무슨 사진 보여주면 닳기라도 하냐?보여줘,신기한."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을꺼내니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저녀석 저번부터 이런단말이지.괜한 오해를 사기싫어 이나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려니 나의 휴대폰을 강탈하고는 나의 팔목을 잡고 교실을 나선다.
"왜 안보여주려는거야?"
"저녀석들한테는 절대로 안돼."
"왜?"
"아무튼,안돼."
그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교실로 돌아서니 여전히 오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아이다.밝히면 어디가 덧난다고 정말.
"신기한이 이나를 너무 과보호하는것같아,아니면 창피한가?"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가는길. 갱자에게 신기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무언가 떠오른듯 운동장을 바라보는 갱자.그에 고개를 까딱이자 운동장에 앉아있는 남자무리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꺼낸다.
"쟤네한테 말 안한다는거지,신기한 그래도 생각은 있네."
"무슨소리야?"
"쟤네들 남중나와서 그런지 음담패설이 조금 심하더라.아마 이나가 그런 이야깃거리에 엮이는게 싫어서 그러는걸거야."
갱자의 말에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듯 정신이 번쩍든다.그런 이유때문이었구나.짜식,기특하기는.
살짝 이나의 남자친구인것에 대견스러워질때쯤 뒤를 돌아보고 나에게 달려오는 신기한.또 아이스크림이라도 뺏어먹으려는 모양일까 들고있던것을 뒤로 숨기니 피식웃어버린다.
아침때처럼 머리를 헝크리고 남자무리로 돌아가버리는 신기한..아침부터 저것이 뭘 잘못먹었나.
신기한의 요상한 행동으로 인해 하루종일 그를 피해다녔던것같다.학교가 파하자마자 교무실로 가야한다는 갱자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홀로 교문을 나서고 있으니,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유성욱…왜 여기에 있는거지.
교문앞에 서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있으니 그 또한 나를 발견한듯 한참을 나와 눈을 마주친다.곧 나의 뒷통수에 익숙한 손이 닿는것이 느껴지고 뒤를 돌아보니 해맑게 빨간목도리를 두른채 유성욱에게 달려가는 신기한이다.
신기한을 기다리는 거였구나.
"요,성욱!"
"아 진짜,역시 형이 가져간거였어?"
성욱의 말에 더욱 해맑게 웃으며 눈꼬리를 휘어보이는 신기한.
천진난만한 표정이 아니라 정말 얄미운듯한 표정이구나.기한에게 다가가 목도리를 억지로 푸르고 빼앗아버리는 성욱.
그가 목도리를 두르고 나를 바라보자…생각이 나버렸다.저 목도리 내가 장난으로 짜준건데..아직 가지고 있었구나.
"목도리 하나 때문에 이 형한테 짜증내고…우리 성욱이 다 컸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소중한거라 절대 안돼."
<꽃과 나비, 그 속의 우리 05.>
성욱의 말에 뒤를 돌아보고는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인다.'소중한거'라는 말에 반응하라 뭐 이런뜻인가.그의 표정을 보며 어떠한 반응을 지을지 모르고 고민하고있으니 나에게 다가와 성욱에게 등떠밀어 버리는 기한이다.
"또 뭐."
"오늘 이나가 넷이 만나자고했단말이야~어서 가자,가자."
누구맘대로 약속을 잡아버리는건지.신기한에게 등떠밀려 이나의 학교로 향하고있으면 곧 이도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액정을 보며 고민하는것이 느껴졌는지 받으라며 앞서 걸어가버리는 둘.받기 싫는데…
"응,왜?"
-연락안하길래…
"아,오늘 휴대폰 안만졌어."
나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흐르는 그.어색한 기분에 전화를 끊으려하니 다급하게 나에게 질문을 해온다.
-최근에 유성욱… 만난적있어?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질문.그에 답변을 해야하는지도 잘모르겠다는 생각에 머뭇거리니 전화기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또…친구들 만나고있는 모양이네.
"왜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어."
-…미안해,끊을게.
좋지 않은 맺음.이대로 관계가 끊어져버리는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된다.하지만 최근에 유성욱을 만났었고 지금도 같이있다고 말해버리면…사이가 더 멀어질것같은 느낌이란말이야.
"전화 끊었냐?"
"응."
아직 이나가 나오지 않은듯 교문에 기대 이나에게 전화를 거는 신기한.그 옆에 어색하게 서있으니 나의 옆으로 걸어오는 유성욱으로 인해 더욱 어색해져버린다.
"미안~많이 늦었지?"
교복위에 후드티와 져지를 입고는 귀엽게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이나를 향해 하트를 발사하며 뛰어가는 신기한때문에 고개를 돌리다가 피식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리도 한때는 저랬었는데..정말 몹쓸짓을 했었구나.다른 아이들한테 괜히 미안해지네.
"어디갈래,노래방?"
역시 나의 의견은 무시된채 노래방으로 향해버리는 둘과 그들을 따라가는 유성욱이다.이것들이 아주 나를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구만.그들이 정신팔려있는 사이 살짝 파져나가기 위해 방향을 트니, 어느순간 다가와 나를 들쳐업어버리는 유성욱에게 끌려가버렸다.
사귀기전에 항상 이렇게 잡혀갔었는데..오랜만에 당하니 살짝 무섭구나.
"정말,나는 노래방 싫은데…"
"제일 잘 노는애가 튕기기는"
아주 정곡을 찔러버리는 유성욱녀석. 이제 장난칠기력이라도 생긴걸까.
그를 한번 노려보며 덤으로 신기한까지 노려본채 여자친구 내놓으라는 신기한의 말을 무시하며 이나의 허리를 껴안고 걸어가버렸다.
익숙하게 물 한통을 들고 7번방으로 들어서니 옛날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기 시작해 웃음이 나버린다.
히터 때문인지 살짝 덥게 느껴지는 온기로인해 겉옷과 조끼를 벗고 손부채질을 한다.이러고있으니 벌써 여름같네.
"난 노래 안부를래~"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할자세를 취하며 이나의 무릎에 눕더니 곧 등짝을 두들겨맞고 시작곡을 장식하는 신기한.
보기와 다르게 이나한테는 맞고살구나.
"빨리 예약하라고~"
나에게 리모컨을 던져버리는 신기한에 의해 얼떨결에 받아들기는 했는데,이런 조합속에서 무슨곡을 불러야할지.
한숨을 내쉬며 예약한곡은 우울한 발라드곡도 달달한 연애곡도 댄스곡도 아닌 팝송.하지만 가사를 기억하지 않고 예약한 나머지 시작하고나서야 노래가사의 뜻이 생각나버렸다.
Gnash의 'I hate u,I love u'…
널 미워해,그래도 널 사랑해.
"뭐야 갑자기 왜 꺼!"
"미안,잘 모르는노래야."
거짓말.하지만 이 노래는 유성욱앞에서 부를 수가 없다.
아마도 내 속마음이 전해져버릴것같은 마음 때문일까. 이나의 옆자리로 옮겨앉아 뻥튀기를 집어먹고있으니 잔잔한 발라드곡이 흘러나온다.
이나에게 살짝 기대 유성욱의 노래를 듣고있으니 갑자기 벌떡일어나더니 화장실로 향해버리는 신기한. 별 신경을 쓰지않으려 했으나 금방 따라 일어나 전화를 받으러 나가버리는 이나때문에 유성욱과 단둘이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좁은 공간에 갖혀버린다.
이왕 이렇게 된거 노래라도 부르면서 분위기를 모면하자.
신나는 댄스곡을 예약하고 노래를 부르고있자 나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우더니 가장 윗부분에서 두번째의 와이셔츠단추를 채워버리는 유성욱.
"내가 풀고다니지 말라고했지."
갑자기 화가나기 시작한다.자기가 뭐라고 내 옷차림에 신경쓰는건지.
다시 한칸을 푸르고 이어서 부르려고하니 이번에는 노래를 꺼버리는 성욱때문에 신경질적인 말투로 화를 내버린다.
"왜 자꾸 신경이야.이제 무슨사이도 아니면서.빨리 다시 켜."
"잠궈."
"내가 왜그래야되는데."
"잠그라고."
조금 화가난듯 평소보다 낮은 중저음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말을 무시하고 시작버튼을 누르고있으니 무작정 나를 붙잡고 자신의 져지를 입혀버린다.신경질적으로 지퍼를 내리는 나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쇼파에 앉혀버리는 성욱.
도대체 왜이러는거야.
"왜…왜 화내는거야.."
감정이 북받쳐오르자 눈물이 흘러나온다.자신의 잘못때문에 우리가 이런 사이가 되어버린건데 이제와서 왜 신경쓰고 화내는거야.왜…
"하,미안해.울지마.."
눈물을 닦아주려는듯 볼에 손을 대는 그의 팔을 쳐내고 무작정 노래방을 나와버렸다.어제부터 기분좋지않은일이 연달아 일어나니 더욱 치밀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키며 근처 벤치에 앉는다.
송이나랑 신기한,분명 일부로 나간거겠지.
"짜증나…"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다 벤치에서 일어서니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누군가.유성욱일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손을 쳐내버리니 지르는 비명소리가…왠지 낯설다.
"아야야…"
"어라..너.."
"역시 맞네,왜 여기 앉아있어?"
이도형…이 이쪽에는 무슨 볼일이지.
물어볼새도 없이 옆으로 다가와 앉아 손을 잡아버리는 이도형때문에 얼떨결에 그를 바라보게 되어버렸다.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는것도 오랜만이네..
한동안 그를 바라보고있으니, 순간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눈에 먼지가 들어간 모양인지 눈에 이물감이 느껴진다.눈을 비비려는 나의 손을 붙잡고 바람을 불어주는 도형.
누구라도 오해할 이런 상황에서 하필이면…이쪽으로 걸어오는 유성욱과 신기한..
그리고 이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어…"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그대로 돌아서버리는 유성욱. 그리고 그뒤를 따라 약간 화가난듯한 인상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를 따라가는 신기한과 이나..무언가 상황이 좋지않다.
"어디가?"
정말 그들을 못 본건지 아니면 일부로 붙잡는건지, 그들을 따라가려는 나의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않는 도형.
팔을 빼내려하지만 더욱 세게 붙잡고 나를 앉히더니 어깨에 기대버린다.작년에도 이랬었다면.나에게 이렇게 집착을 보였더라면 우리사이가 조금은 더 가까웠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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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술마실것같아.졸리면 먼저자고있어~
"응,잘먹고와."
그와 사귀게 된지 몇주 되지않았음에도 그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의 음주횟수가 잦아지자 이제 반포기 상태가 되었던것같다.그의 문자를 기다리는것도 지쳐 포기하고 자고 평범하게 일어나 그를 신경쓰지않게 되자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이도형을 정말 좋아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사귀고있으니 그를 신경써야한다는 의무감일까.
이도저도아닌 애매한 마음으로 그에게 화를 냈던것같다.
"너 요즘 말투 바뀐것같아."
"내가 뭘?"
그에게 좋지않은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를 만날때마다 툴툴거리거나 화내는 상황만을 반복했다.더이상 애틋하고 설레는 감정이 아닌 권태기상태의 마음.
"그냥…뭔가 변했어."
변했다는 그의 말.하지만 나를 변하게한 당사자는 자신이라는것을 정말 모르고 물어보는것일까.
변했다는 말만을 중얼거리는 그와 더이상 데이트를 즐길 수 없다는 생각에 집으로 조금 일찍 돌아간다. 그는 나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음주로 풀어버렸고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 우리 사이는 점점 더 틀어지기 시작했다.
"너네 둘 요즘 분위기 이상하더라."
책상에 엎드려 좋지않은 기분을 달래고있으니 어느샌가 옆자리에 앉아 신경을 건드리는 서동호. 어디서 엿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대할 기분이 아니기에 손을 휘휘저으니 갑작스레 손을 붙잡는 서동호로인해 고개를 들어버린다.
뭐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싱긋웃어보이더니 음주를 제안하는 동호.
평소같으면 웃기는 소리하지말라고 그를 밀쳐냈겠지만 기분도 꿀꿀하고 무엇보다 이도형도 여자랑 마시는데 뭐어때하는 생각으로 승낙해버렸다.
막상 승낙은 했는데 누구랑 같이 마시는건지.
나의 걱정을 알아챈듯 중학교멤버 그대로 이도형을 제외한채 만나기로 했다는말을 전하고 나를 끌고가는 동호다.언제나 그렇듯 서동호의 집에 도착하니 차례대로 들어서는 멤버들.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라서 그런지 다들 꽤 빼입은 모양이다.
과일안주만 줏어먹으며 눈치를 보는 나를 보더니 억지로 왕게임에 넣어버리는 동호.안절부절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전화를 받고온 서동호의 짝녀가 나를 불러낸다.
"무슨일이야?"
"너 서다혜랑 싸웠어?"
"아니?왜?"
"지금…친구한테 전화왔는데 너가 서다혜에 대한 이상한 소문퍼트리고 다녔다는데? 서다혜가 엄청 울고있어서 이도형이 달래주고있데."
이게 무슨말인지..그녀의 말에 벙쪄있으니 자신의 휴대폰을 넘겨주는 그녀.전화기 너머로 서다혜의 울음소리와 이도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누가 들어도 사귀는듯 보이는 다정한 말투와 위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걸까.
"하...뭐야 이게."
전화를 끊고 당황스러워하는 나에게 곧 도착한 메세지하나.이도형.
[너 무슨소문을 퍼트리고다니는거야.-이도형-]
[내가 안그랬어.무슨소리야.]
[정말 너가 그런거야?-이도형-]
그의 질문으로 확신이 간다.이도형은 지금 내가 아닌 서다혜를 믿고있다.내가 무슨말을 한다해도 그는 서다혜쪽으로 등을 돌리겠지.
[니 맘대로 생각해.내가 안그랬으니까.]
머리를 쓸어넘긴후 휴대폰전원을 끈채 다시 동호의 집으로 들어선다.들어서자마자 나의 번호가 걸렸다며 술을 권하는 동호.나는 그날 자제력을 잃은채 주량을 넘겨버렸고…바보같은 일을 저질러버렸다.
"데려다줄까."
"아냐…됐어."
혀가 꼬이면서도 취하지 않았다며 동호의 집을 나서니 나의 뒤를 졸졸따라오더니 부축이기 시작하는 동호.살짝 체중을 실고 그를 따라 걷고있으니 집앞에 낯익은 실루엣이 보인다.이도형…
"뭐야,이상황."
"한보름이 과음해서 데려다준것뿐이야."
"니가 왜 데려다줘?"
화가난듯 인상을 굳히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도형.그를 보고있자니 또다시 배가아파오며 화가 치밀어오른다.서다혜 편들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남자친구 행세라도 하려는걸까.
"그래,가져가라."
"지금 뭐라고했냐.왜 사람을 물건취급이야 말 똑바로해."
그를 밀쳐낸후 나를 부축이는 이도형. 하지만 화를 멈출 수 없어 그의 팔을 쳐낸 후 잘 잡히지않는 중심을 잡아서며 노려보았다. 살짝 당황한듯한 기색을 보이는 도형. 서동호도 집으로 돌아가자 더욱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속에서 그에게 말을 꺼낸다.
"뭔데 애인행세야."
"뭔데라니…"
"넌 서다혜 남자친구 아니야?"
"무슨소리야,그건 또."
반박하려는듯 입을 여는 그가 나의 울먹이는 모습을 본듯 입을 다물어버린다.처음에는 울고있는 나를 보며 안절부절하며 나를 맞춰주던 그도 이제는 나의 모습에 질린듯한 표정이보인다.
싸움을 일으키는 표정에.
"서다혜 말만듣고 편들거면 왜 나랑사겨?그냥 서다혜랑 사귀지그래?"
"무슨말을 그렇게해."
"하…됐다.그냥 말을 하지말자."
나의 말을 마지막으로 한참을 서로 바라보기만 했던것같다.
더이상 말을 꺼낸다면 이별의 말뿐이라는것을 서로 알았기때문일까. 나를 바라보던 그가 먼저 나에게서 돌아섰고 나또한 그에게서 돌아서 집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들어서서 그의 메세지를 지우기위해 들어갔을때야 비로소 내가 변했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그의 모든말에 차가운말투로 대답했고 초반에 비해 너무나도 공백이 많았던 답장의 시간.이모티콘 하나없는 친구사이보다 못한 대화를 보았을때 울컥하는 기분이 들기시작했다.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아마도 모든게 서다혜의 등장 때문이겠지.
삭제버튼을 누르려다 그대로 전원을 꺼버리고 잠에 빠진다.주말동안 아무 생각없이 잠만 잘수있다면 좋을텐데.
한동안 연락이 되지않은 위태루운 이별의 선을 걷고있는 나와 이도형의 사이.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날. 우산을 가져오지않았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서동호에게 얼떨결에 마중을 나서게된날.
그를 집으로 보내고 역에서 나온 나는 이도형과 다시 마주할 수있었다.
서다혜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채 같이 우산을 쓰고 놀란눈으로 나를 바라보고있는 이도형을.
비참함과 알수없는 감정이 섞여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고,연애의 독이라는 잠수를 시작하며 그의 연락을 한동안 무시했다.
우산이 없어서 씌워줄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변명은 들리지않았다.
아마도 화가나는것은 이런 사소한일에 그를 원망하는 나약한 나의 마음 때문이겠지.
침대속에 파묻혀 그에게서오는 전화를 수십번 무시한후 잠에들었을 때 꿈속에서 나는 그와 서다혜가 다정하게 손을잡고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화가나지않았던것은 꿈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었기때문일까 아니면 그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때문일까.
고민하고있다는 사실만으로 웃음이 터져나왔고,곧 볼에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것이 느껴졌다.그녀석의 여자친구가 나라는것은 이미 사실이 되었는데 바보같이 왜 울고있는걸까.
십여년동안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온 서다혜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자잘한 고민들이 부질없다는것을 느꼈을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다짜고짜 그에게 감정이 섞인말투로 만나자고 소리치는 나의말에 덤덤한 말투로 승낙하는 도형으로인해 조금 더 화가나버렸다.
"영원히 만나지말자고할까봐 조금 겁났어."
"…"
"혹시라도 지금 이순간이 너랑 내 마지막이라면, 내 변명이라도 들어줬으면좋겠어."
조금 화난듯한 얼굴로 도형을 바라보고있던 나의 표정을 오해한모양인지, 금방이라도 울듯한 우울한얼굴로 해명해오는 도형.
알바를 마치고 오는길에 비를맞고 뛰어가는 서다혜를 만나 얼떨결에 데려다주고 있었다고한다.
하지만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던것이 버릇되어 서다혜에게 했다는 그의 말에는 이해가 가지않았고,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행동은 여자친구를 무시하다못해 비참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헤어지자고…할거야?"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온 모양인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나도 그와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일로 헤어지자고안해."
차라리 이정도에서 끝냈다면 덜 상처받았을것을.나의 상처는 내가 자초한 말 한마디를 비롯해 생겨난것이다.지금 이때로 돌아간다고해도 아마 나는 그 지옥같은 시간을 반복했고,지금과 같은 내가 되었으리라…
"더 잘할게,받아줘서 고마워 보름아."
뭘 잘한다는걸까.자기가 잘못한것은 알고하는말일까.
당연히 아니라는것은 알고있지만 나는 몇달동안 그와 지내면서 그의 빈자리를 만들고싶지 않아졌다.다른사람으로 채울수있는 아주 작은 빈자리인데도 알아채지못하고.
"한보름…진짜 바보냐.에휴."
그와 대화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순간 내뱉은 한마디.
너무나도 바보같지만 이런 바보라 이도형에게 쉽게 빠져버린것같다. 그동안 이나는 나한테 말하지않고 어떻게 참아왔을까.새삼 대견스럽다고 여겨질정도다.
그후 나와 이도형의 사이에 변한것이 있다고하면 그가 나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하지않는것. 그동안 내가 해온 걱정을 걱정보다는 싸움의 시발점으로 여기게된것일까.
그는 담배펴서 미안하다는 말도. 형들과 술마신다는 사실도. 집에 늦게들어갔다는 사소한말도 하지않았고, 서다혜와 만난다는 사실은 더더욱 깊이 감추어버리게되었다.
이런 작은 실망들이 쌓여가며 나는 화가나기보다는 체념에 가깝게 그를 포기하기시작했고, 포기했다는말도 듣지않을 미미한 감정이 남아있을때 그는 큰 사건하나를 저질러버렸다.
에움: 달달한걸 쓰고싶은데 왜이리 5화가 되도 어둡기만한지... 밝은걸 연재하고싶은데 세개를 연재하면 또 완결을 못낼것같고 ㅠㅠ 일단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때 써놓은건 여기까지라서 다시 꽃나그가 돌아오려면 조금걸릴것 같아요.
꽃과 나비, 그 속의 우리는
대과거 : 유성욱과 한보릉, 송이나와 이도형의 연애
과거 : 한보름과 이도형의 연애
현재 : 한보름과 유성욱,이도형의 이야기, 송이나와 신기한의 연애
이 세가지 상황을 점 세개를 이용해 바꾸어가며 가고있습니다, 남주는 아직 안정해졌고 일년만에 다시쓰는거라 스토리도 이어질지 잘 모르겠어요.. 당분간은 난이넌 (난 이만큼 좋아하는데,넌?) 으로 연재할 것 같아요. 구성을 동시에 한지라 스토리가 비슷하네 아마 이도형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을 가정하여 둘이 이야기를 쓴것이 난 이만큼 좋아하는데,넌? 의 스토리일것같아요 이걸 쓰면서도 헷갈리네요...언제 다시 연재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