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을까요?
자주 듣는 질문이기는 합니다만 항상 기억에 없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늘 한두명 소인원으로만 오르다가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건 처음인지라 처음엔 얼떨떨하고 두번째는 그나마 주위 사람들도 둘러볼 여유 정도는 가졌네요.
저의 별난 취미중에 하나가, 산 마다 제 나름의 느낌으로 이름을 짓는 것입니다.
물론 거긴 여러개의 코스가 있으니 저의 경우엔 가장 처음 선택되었던 산행로에 대한 느낌으로 짓습니다.
예를 든다면, 경사가 무척 가파르고 돌 투성이 길을 숨가쁘게 오르고 난 후 그다음 능선부터는 아늑한 오솔길과 키작은 꽃나무 무리의 놀라움을 보여줬던 천성산은 [무서운 얼굴의 맘씨 착한 아저씨 산]
산과 나에서 처음 산행했었고, 싸늘한 칼바람 때문에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해 그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감상 조차 못하게 했던 소백산은 [시누이보다 더한 깍쟁이 산] 등등-
이렇게 하나의 별명을 지어주면 신기하게도 그 산의 풍경이 그대로 되살아나요.
이름을 짓는다는건 참으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지요.
이야기가 옆으로 살짝 빠지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라는 애니메이션 보셨나요?
거기서 유바바가 치히로를 저승세계에 구속하는 방법으로 그애의 이름 몇글자를 빼앗아 '센' 이라고 부르잖아요.
자- 다시 산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 다녀온 기백산은 뭐라고 지었느냐-
[하늘을 날 수 있는 산] 이예요.
주위 풍경이 탁- 트여있어 경치가 매우 좋다고 어느 분인가가 말씀 하셨었는데, 정말 정상에 올라서니 비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참 동안이나 그 산세를 망막에 비추어 마음속까지 담아두었던 것 같아요.
산이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정상에 올라선 성취감 대신에 스스로 파란 상공을 선회하는 듯한 아찔한 즐거움을 느꼈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은 이미 평소의 공간과 차원이 아니었고, 그곳에서 함께 있던 분들은 이미 나와 특별한 느낌을 함께한 특별한 사람들이 된 것이지요.
무척 기쁘고 근사한 기분이었습니다. ^-^
게다가 음지의 아직 녹지 않은 눈 위에 낙엽이 흩어져있는 계절 감각을 잃은 생소한 장면...
햇볕을 오래도록 받은 땅속에서 짙은 흙냄새와 따뜻한 기운의 콩닥거림...
눈 녹은 질퍽한 내리막에서 나의 온몸으로 진흙과 조우했던 것...
아무리 이를 앙다물고 쫓아가도 멀어져만 가는 유니온님과, 아무리 재촉해도 바로 뒤에서 들리는 달봉이님 발자국 소리가 신경쓰이는 초보다운 초조함...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이야기로도 금새 까르르 금빛같은 웃음이 쏟아지는 우리 7조...
어느 것 하나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산에 올랐느냐는 대답은 선뜻 할 수 없지만
왜 산에 오르느냐는 물음에는 금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싱긋- 웃어줌으로 말이지요. ^-^
첫댓글 슈~님 요번에 같은 7조라서 참 기쁨을 감출수가 없네염 ^^ 님이 참 산을 좋아하는거같네염 앞으로 더 멋진 산 이름 짖으세요~ ^^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담 산행때 뵙겠습니다.. ^^ 항상 감기 조심하셔용~ ㅋㅋ
이번에 같은 조 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 준비해오신 것들 때문에 살찌는 산행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
글쟁이들이 넘 많아많아~~~ 이쁜산이름 앞으로도 많이 지으면서 같이 산행해염 ..수고 많았삼^^
네- 두번이나 함께 산을 올랐는데 이야기할 기회가 너무 없었어요... 쑹- 언니랑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라 그런지 그냥 편해요. ^-^ 언니두 수고 많았어요-
별난 멋진 취미를 가진 슈-*, 달봉이님 소리에 쫓기던 내 힘든 발걸음이 들려야 하는거 아닌감? ㅋㅋㅋ 담 후기도 기대기대~~
우리 완전 마음 졸였잖아... 그 사이에서 벗어나니 왠지 좀 안심이 되더만 ㅋㅋ
ㅋㅋㅋㅋㅋ 그렇네여..하늘을 비상하는 산..기백산...아주 멋진 이름을 지었군여...늘 좋은 산 가시면서 좋은 이름 많이 붙여보세염...나중에 이른 전시회 한번 하셔서 후기 올려주시고요...산행때 얼굴 뵈어서 반가웟어요^^
네- 얼굴 뵈어서 반가웠어요. 어떤 분이신지 무척 궁금했었답니다. 왠지 꼭 알아야할 사람을 알게된 듯한 느낌이예요. ㅋㅋ
감정이 넘 풍부 하신분이군요 산이름두 좋네요 산행에서는 뵙질 못햇네요 다음에 함께건 산행 해보아요 수고 하셧습니다^^
개굴개굴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앞으로 알아야 할 분들이 많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담번 산행때 꼭 한마디로도 해BoA요 ^-^
산이름 짓기 그거 좋아보여요~그럼 나도 (따라쟁이 팔랑귀 검은새)
따라쟁이 팔랑귀? 검은새 한테는 뭘 갖다 붙여도 귀여운 이름이 되는 것 같다 ㅋㅋ 이제 감기 좀 떨어졌을까?
하늘을 날수있는산 (기백산) 참마음에드는군요 ㅎ 산행수고많이하셧습니다
오르는 길, 내려오는 길, 자주 얼굴은 뵈었던 것 같은데 말 한마디 섞질 못했네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서면에서 먼저 나가서 죄송했습니다 ㅋㅋ
수고하셨습니다.....재밋는 취미를....산이름 다시짓기라....나름의 별명을 짓는 느낌 재미나겠습니다...^^
동참하시지요 ^-^ 두뇌계발에 아주 획기적이란 어떤 발표도 없긴 합니다만 ㅋ
슈님....어느새 3번째 산과나 산행이였근요^*^...이제 재미가 있나요^*^..ㅋㅋㅋ이번 산행 수고 많으셨구뇽^*^..기백산...[하늘을 날 수 있는 산] 넘 좋은 표현입니다..ㅋㅋ
압.... 두번째라니깐요 ^-^
와~~ 글도 이쁘게 적으시고....소백산 산행땐 인사만 했는데,기백산땐 몇마디 나눴죠? 걸음걸이를 보아하니 산을 참 많이 다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후기 잘읽고 갑니다.^^
걸음걸이를 보아 산을 참 많이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쑹지니 언니구요, 진흙에 한 세번 구른 전 여전히... (중간생략) ㅋㅋ
글에 느낌을 담아 낼수 있다는 것.. 이건 참으로 행복한 것이지요.. 님의 글에서 향기를 봅니다~~^^
과찬이세요- 'ㅡ'
우리친구중에 휴대폰에 이름을 저장하지않고 자기나름대로 별명을 붇여서 저장하는친구가있죠 그친구 폰에 저는 이렇게 정장되있습니다 쌩뚱2번맞은놈 그리고 다른친구한놈은 고추잠자리 이렇게 왜 그렇게 적는가 물어보면 대답도 안해 주는놈이 있는데 슈님은 이유는 밝혀주시는군요
쌩뚱2번 맞은건 그만큼 불한당님의 개성을 나타내주는게 아닐까요? ^-^
슈~님 그날고생많았죠? 후기 넘 잘읽었고 감동~감동 담산행때 뵐께여 (슈님과 쑹님 산행넘 잘하시데요)..7조 화~팅
대커님 고생 많으셨지요 ^-^ 잘한다 하시니 더 잘하고 싶네요 ㅋㅋ
그래서 비상하는 모ㅡ습으로 포즈를 취했구나? 멋지게 날아봐요..
네- 요즘은 거위도 날고, 오리도 나는 세상이라 멋지게 날아보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