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이 꽤 놀라웠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 시기였던 1760년대, 덴마크 왕실이 배경이다.
배우들의 대사가 처음 듣는 덴마크어라서 그런지 몰라도
훨씬 더 진짜 왕족들 같았다.
생소한 덴마크어가 오히려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계몽주의 사상, 권력 암투, 로맨스, 불륜, 권모술수, 배신, 쿠테타 등등으로 흐른다.
예나 지금이나 어쩌면 역사는 이리도 지리멸렬하게 똑같은지.
서양이건 동양이건 인간 사는 세상은 다~ 같다.ㅠ.ㅜ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에게는 연민이 느껴졌다.
영국에서 시집 온 정략결혼의 피해자, 왕비.
어릴 때 친모를 잃고 계모와 살면서 편집증을 앓고 있는 왕.
우여곡절 속에 왕의 주치의로 덴마크 궁에 입성한 계몽주의 사상가인 독일인 의사.
세 사람의 운명이 얽혀서 점점 소용돌이 속으로 치닫는 상황들이 빠르게 전개된다.
영화 장면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가면 무도회에서 독일인 의사와 왕비가 함께 춤을 추다가 서로 눈이 맞는 장면!
무도회장에서는 실내악 연주가 흐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뇌(?) 속에는 전혀 다른 이상 기류의 음악이 흐르면서 오버랩 되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는 복선을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두 사람의 눈빛과 음악으로 표현한 부분이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졌다.
(나중에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걸 알았다.
위에 언급한 장면도 아마 그 '사운드 디자이너'의 작업 덕분이었을 거다.)
암튼 북유럽풍의 서정적인 자연 풍광들과
화려한 로코코 시대의 덴마크 왕궁 내부 구석구석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의 배경 음악과 하나 되어 137분이 금방 흘러간다.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북유럽 영화다.
강추!
첫댓글 지난 주부터 끌림이 있었는데...오늘 가볼까 하네요...^^
예술영화로 분류되어서 보시고자 한다면 서두르세요~ 상영관이 몇 안되고 상영횟수도 1일 1~2회 정도만 하더라고요. 저는 대학로 cgv뮤비꼴라쥬 관에서 봤어요^^로코코 시대의 의상들과 액세서리 보는 것도 이 영화 보는데 큰 즐거움 중의 하나더라고요^^
작정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라 좀 전에 영화 보고 들어왔어요...ㅎ 씨네코드 선재에서 봤는데 넓은 상영관에 오손도손 20명 정도... "난 당신들 편이야~~" 외치던 스트루엔시...ㅠㅠ 개혁의 물꼬는 한번 터지면 장애에 부딪혀 주춤하거나 잠시 막혀있더라도 결국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적인 흐름이 된다는 희망을 조금은 품게 해주었네요...^^
맞아요~오늘날 덴마크의 복지는 이런 아픈 역사를 밑바탕으로 이뤄진거겠죠~^^ 근데 저는보면서 웃겼던 점은 권력을 쥐기 전에는 정말 애국자같던 사람도 그 구심점에 서게되면 다~ 똑같이 되버리는 정치인의 속성에 씁쓸하더군요^^;; 조선시대 조광조의 실패한 개혁도 생각나기도 했구요. ^^;
파랑새님 오랜만이예요^^ 이 영화는 아직 못봤는데, 파랑새님이 추천하신거면 꼭 보고싶네요~ ^^
우와~! 물고기자리님! 정말 올만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