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 축제를 보며
강상규
청명한 하늘은 유나히 곱기도 하고, 늦 여름 더위가 물러가기 서운한지 한참 기세가 등등하다. 금방 숲에서 내려온 바람인가, 차창에 부딪히는 향긋함으로 얼굴을 스치며 윙윙거릴 때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다.주말을 이용해 나들이 겸 축제를 참관하기 위해서 영동으로 차를 몰았다.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제철 맛난 포도는 당도가 높고 신선해서 생각만 해도 입이서 군침이 흐른다.
영동군은 지리적으론 국토의 중심부이고, 높은 고봉들이 즐비하여 천혜의 기후 조건과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국악, 포도, 와인이 어우러지는 풍성한 축제' 한마당이란 슬로건을 걸고, 군민 화합의 장이 성대하게 열렸다. 영동이 자랑할 만한 곳은 보물은 한천팔경과 천년 고찰, 영국사와 반야사가 있다. 맑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우리에 전통음악의 혼이 과거 현재 미래를 공존하며 숨 쉬는 유서깊은 고장이다. 또 영동에는 포도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플라톤,은 신이 인간에 내려준 선물 중 와인 만큼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신성시 했다고 한다. 포도는 천혜의 자원과 일교차가 심하며 일조량이 풍부해 최적의 조건으로 말미암아 최대의 주산지이며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 좋은 포도로 잘 만들어 숙성이 잘된 와인일수록 그 향기 좋고 오래간다고 한다.
영동군 포도 축제에 오게 된 것은 내가 과일 중에 포도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렸을때 유독(唯獨) 포도를 즐겨 먹었다. 집 식구들도 좋아하다 보니 포도를 심게 되었고, 군에 제대하고 포도 농사를 십여 년 지어본 경험이 있어 애정이 가는 과일이다. 사시사철 관리를 잘해야 튼실한 포도를 얻어 노력한 만큼 소득으로 돌아온다. 자연환경에 많은 좌우를 하지만, 노력한 만큼 경제적 가치는 크다. 예전에는 쌀 농사로만 식구들을 배불리 먹일 수가 없었다. 적은 농토에 무엇을 심을까 고심하다, 특수작물(特殊作物)을 생각해 내 포도나무를 심었다. 식구들은 대환영을 했고, 심은 후 삼 년 이상을 기다린 후부터 수확한다. 예상은 적중했고, 목돈을 만지게 되었다. 그 후 동네 분들도 따라 심었고, 온 동네가 포도밭 주산지로 변하고 이름도 얻었다. 여름철이면 동구 밖에서 걸어가면 은은한 향이 풍겨 올 정도였다. 칠월이 접어들면 행사처럼 집집이 망치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바로 상자가 송판으로 묶어서 배달이 되기 때문에 미리 상자를 만드는 소리다. 포도 출하가 시자되면 집으로 운반하여 상중하로 나누어져 상자 속에 담고 마무리를 한다. 해는 뉘엿뉘엿 질 때쯤이면 집판장은 웅성웅성하다. 달구지, 손수레, 지게, 경운기가 총동원되어 일사불란하게 내려놓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공판장 가득 포도상자로 쌓여 있는 풍경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했던 그 시절 추억이다.
축제기간은 단 5일이지만 여러 가지 축제투어를 준비하여 관광객을 맞이하는 모습에 군민의 단결된 모습을 여시리 보여준다. 와인만들기 체험, 포도따기 체험, 각종 농산물 전시장, 포도 우수농가 선발, 또 축제기간엔 단연 지역에 음식과 만남이다. 특히 오늘 저녁부터 시작되는 노래 한마당에 많은 국악인과 학생들이 나와 성대한 개막을 알리는 국악축제를 연다고 한다. 난계 국악 박물관, 국악기 제작촌, 국악체험 전수관을 통해 국악의 우수성 및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특히 국악축제는 조선시대, 난계 박연선생 업적을 기리는 축제로, 42회째를 맞으며 불혹(不惑)을 넘겨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최고의 군민 작품이라며 관계자의 자랑은 대단하였다. 여러 분야에서 알게모르게 최고를 꿈꾸는 자 곧 성공의 지름길이란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이렇듯 군민은 한자리에서 갈고 닦은 모습을 선뵈고, 또 노력한 만큼 제값을 받아서 부농을 꿈꾸는 것이다. 농사꾼은 땅에 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없어도 집적 보고 가꾸며 생활하다 보니 달관達觀된 경험으로 땅에 관한 문제는 어떻게 다스리는지 훤히 꿰뚫어 본다. 요즘 수입 농산물 때문에 농가에선 걱정이 많이 늘어났다. 원자재값의 상승 폭이 날로 커지고, 또 소비량도 생각보다 적어지고 있다. 경제 벌전으로 소득은 높아지면서 건강 쪽으로 신경쓰는 분들이 많아져 개개인 소비량이 작아지는 이유도 들을 수 있다. 예전처럼 피땀 흘려 농사를 저 놓고도 팔로가 없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또 가격이 폭락하며 애지중지 키워놓은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도 보았다. 참 서글퍼지는 이야기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잘 먹고 잘살았는지. 다같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수입농산물은 해마다 퀘터량이 늘어나면 농민들 어깨는 힘이 빠지고, 생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농사 짓던 땅은 점점 휴식이 길어지고, 잡초들만 무성한 농지가 늘어나면 예전에 명성은 꿈도 못꾼다. 휴간 농지가 많으지면 농촌은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고, 넉넉한 인심도 찾을 수 없다. 부농을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다. 현재 도시에 살고 있는 국민의 대다수가 고향이 농촌이었고, 농사를 생업으로 살던 분들이 대부분 일게다.
농촌은 삶에 근원(根源)이다. 그 옛날에 고생하신 아버님, 어머님에 얼굴을 생각하면 숙연해지지 않겠는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시면 그분들은 힘이 날텐데, 조금만 열의를 가지고 바라보면 환한 농부의 얼굴에 웃음 꽃이 핀다. 축제도 즐기시고, 집적 체험을 통하여 우리 농산물 우수성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농촌의 현실 조금이나마 이해하시면 크나큰 힘을 얻을 것 같다. 늦더위에 생수로 시원하게 갈증을 풀고, 축제를 통하여 지역 농산물의 홍보를 위해 많은 분이 합심해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나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흙에서 자라고, 흙을 통해 공손함과 검소한 생활을 배웠고, 겸양한 마음가짐으로 정직한 농사도 지어 본 농부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만큼 땅에서 배울 수 있는 오덕(五德)이 곱게 베여 있는 땅심을 잊어서도 아니 된다.
(영동군민 축제 2009년 9월 주말에)
첫댓글 글을 읽다가 포도 생각이 나서 냉장고에서 꺼내 왓습니다^^ 영동 군민축제 당연히 성공적으로 치루어 졌으리라 믿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포도만 있으면 행복합니다. 영동 포도가 먹어보고 싶군요. 선생님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