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영국 여행인데 비가 안 오면 이상하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드디어 비를 만났다 (마치 비를 기다린 사람처럼 말하네)
벨파스트에서 출발해 약 2시간 30분 만에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으로 들어왔다
이곳에선 점심으로 이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식을 먹었다
김치찌개와 불고기 요리가 나왔는데 잡채까지 푸짐하게 내오는 게 인상적이다
그런데 칼칼한 김치찌개를 상상했다가 너무 달아서 푹푹 떠먹지 못했다
한식마저도 내 미슥거리는 속을 달래주지 못한다
런던의 대영박물관 근처 <서울>이라는 한식당에서 먹었던 매콤한 김찌찌개가 자꾸 생각난다
버스킹으로 유명한 이 더블린 거리
영화 <원스>도 생각나고 한국 가수들이 멋지게 버스킹 했던 장면도 생각나는데
비를 핑계로 가이드는 자유시간을 안 주고 말로만 다 때운다
저 쪽으로 가면 버스킹 했던 장소가 있고
요 쪽으로 가면 영화 원스를 촬영한 장소가 있고 하면서 말이다
우릴 그곳에 내려달라고요~~~
나중에 한국에서 함께 간 우리 인솔자가 현지 가이드에게
너무 자유시간을 안 주고 말을 많이 한다는 조언이었는지 아님 지적인지 했을 정도니 알만하다
우린 더블린 시내를 차창으로만 관광하며 트리니티 대학으로 향한다
대학방문은 그 학교 학생들에게는 좀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트리니티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관광객과 학생들이 뒤엉켜 조용한 캠퍼스 생활을 즐겨야 할 학생들을 방해하는 게 아닌지 좀 머쓱하기도 했다
물론 대학 측에서 관광수입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캠퍼스와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이기에 학생들도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자부심이 더 많을래나?)
이 트리니티 대학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도서관 롱룸이다
목조 아치형 천정이 너무나 멋져 보였는데 2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며 아일랜드 역사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자료가 필요한 학자들이나 연구하는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으니
누군가에겐 너무나 고마운 장소가 되겠구나 생각한다
책 관리가 철저해 꽉 차 있는 서가도 있지만
거풍을 하거나 도서정비가 필요한 서가는 이렇게 비어있는 곳도 있다
아마도 순차적으로 책 관리를 하는 것이겠지
책을 빌리거나 자료수집차 들른 것이 아닌 나로서는
이 도서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런 도서관을 보유한 대학의 학생들은 얼마나 자부심이 강할 까
날씨가 좋았다면 공원 같은 캠퍼스를 거닐며 맑은 햇살, 깨끗한 공기를 즐길 수 있었겠지만
우린 도서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역시 관광코스의 마지막엔 기념품 숍으로 이어진다
상아탑이라 일컫는 대학도 자본주의에 철저히 물들어있다
기념품으로 마그넷을 골랐는데 여긴 아일랜드라 파운드가 아닌 유로화를 받는다
집안에 잠자던 유로화를 챙겨갔는데 모처럼 쓸 수 있는 기회다
계산대도 복잡하다
나란히 앞뒤로 서 있던 선배님이 내 것을 빼앗듯이 가져가시면서
내가 사줄게 하며 얼른 계산대로 달아나신다
으잉~~ 고마워요 선배님~~~~
입구엔 여전히 관광객과 학생들이 뒤엉켜 혼잡하다
나도 얼른 빠져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