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을 꿈꾸던 소녀, 침팬지 ‘대모’가 되다 제인 구달은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와 더불어 유인원 연구가 삼인방으로 유명하다. 용감한 세명의 여성 덕분에 우리는 ‘인간과 영장류의 DNA는 98%가 같다’ ‘인간만이 도구를 쓸 줄 아는 동물이 아니다’는 등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로렌츠 크나우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인 구달’은 할머니가 된 현재의 제인이 제2의 고향인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을 찾아 침팬지들과 교감하는 놀라운 광경을 보여준다. 강아지만 봐도 무서워 소름이 돋는 ‘애니멀 포비아’인 나로서는 덩치 큰 침팬지들이 소리 지르며 오가는 가운데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곰베에서 제인은 침팬지 연구를 하며 대지와 함께 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제는 매년 이곳으로 돌아가 그녀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그래서 마음 깊숙이 사랑과 존경을 바치고 있는 대자연과 침팬지 무리와 지낸다고 한다.
제인 구달은 자신의 이름으로 명명된 ‘제인스 피크’에서, 혹은 고향인 버너모스의 집에서 공적·사적 삶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타잔’을 보며 아프리카 정글을 꿈꾸었던 어린 제인은 타잔이 자신과는 다른 제인과 결혼하자 크게 실망했다고 농담을 한다.
아프리카로 가서 동물들과 지낼 거라고 이야기하곤 했던 제인은 1957년, 23살 되던 해 케냐 나이로비 자연사박물관장 루이스 리키의 비서가 되면서 어린 시절 꿈을 이룬다. 제인은 학위도 없는 평범한 여성인 자신이 발탁된 것은 선입견 없는 여성이 인내가 필요한 동물 관찰에 적합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한국의 어떤 유명 학자가 이런 이유로 학위 없는 젊은 여성을 채용하겠는가. 제인의 아프리카행에 동행한 제인 어머니의 용기도 놀랍다. 이혼한 어머니는 아버지가 선물한 침팬지 인형을 평생 간직해온 딸의 첫 동반자가 돼 밀림에서의 연구를 돕는다.
제인의 연구를 기록하기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지가 파견한 사진작가 휴고 반 라윅과의 결혼과 이혼, 두번째 남편 데렉 브리스손이 세상을 떠난 후의 상처를 치유해준 것도 탄자니아 밀림이었단다.
제인은 1980년대 말, 침팬지와 그들의 서식지 보호를 넘어서 지구 환경 보호가 시급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1년에 300일 이상 전세계를 돌며 강연과 캠페인을 강행하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다. 특히 국제 청소년 환경단체 ‘뿌리와 새싹’ 설립에 힘을 쓴 결과 북한을 포함한 120개국에 1만여개 지부를 설립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UN 평화 대사 동료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나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의 찬사에서부터 자신의 에너지 이상을 쓰는 언니가 고향집에서만큼은 편히 쉴 수 있도록 한다는 여동생의 소망, 살인적인 스케줄을 짜는 여비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침팬지와 동거동락하는 제인 구달의 젊은 시절 흑백 기록 필름에서 빙하가 녹는 현장을 찾은 할머니 제인 구달의 모습까지, 동물과 자연 보호라는 한 길을 걸어온 제인의 여정을 보고나면, 그녀에게 수여된 많은 상들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라고들 말합니다. 그런 존재가 왜 자신의 터전인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나요?”라고 묻는 제인 구달. ‘제인 구달’ 국내 홍보사는 “스타들의 스타, 전 세계 에코브리티의 롤 모델”이라 광고하는데, 쿠바 혁명 의미를 되새기기보다 체게바라의 외형 이미지만을 상품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열명 중 세명 꼴이라는 애니멀 포비아와 반려동물 동물 보호 운동가들과의 사고의 차이는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 글 :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