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맛이 끝내줘요!
가뿐하게 즐기는 여름 보양식 가평 별미 잣요리
여름하면 생각나는 시원한 잣국수. 잣의 고장 가평 별미로 첫손에 꼽힌다. 이름 그대로 잣으로 만든 국수인데 그 이름 듣는 순간 살짝 고민된다. 과연 어디에 잣이 들어갈까. 육수? 아니면 면발?
잣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맛이 으뜸인 시원한 잣국수. 잣의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고명은 최소화 한다
답은 둘 다! 주로 잣을 곱게 갈아 만든 잣육수을 국수 면발에 부어 맛보는데 면발에 잣가루를 섞기도 한다.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면 콩국수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다만 잣국수는 ‘잣’ 특유의 향이 더해진다.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 진한 고소함도 빠지지 않는다.
'신선의 음식'으로 불리던 귀한 잣, 몸보신에 최고!
[왼쪽/오른쪽]잣나무에 달린 잣송이<사진제공·가평군청> / 잣송이. 하나의 잣송이에 100개가 넘는 피잣이 박혀 있다<사진제공·가평군청> [왼쪽]잣송이에서 빼낸 피잣. 딱딱한 껍질에 안겨있다<사진제공·가평군청>
[오른쪽]피잣의 껍데기를 제거하면 그 안에 얇은 황색 껍질에 안긴 잣이 나온다. 여기서 속껍질까지 벗기면 우리에게 익숙한 뽀얀 잣, 백잣이 된다<사진제공·가평군청> 이제 이 사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잣송이 위에 올라간 다람쥐가 피잣을 들고 있다’라고<사진제공·가평군청>
본격적인 잣국수 여행을 떠나기 전 '잣'부터 살펴보자. 귀한 견과류인 잣은 예로부터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 원기회복 음식으로 애용되어 왔다. 가만히 기억을 되짚어 보면 어린 시절, 아플 때면 어머니가 정성껏 쑤어주던 ‘잣죽’이 떠오른다. 고소하면서도 알싸한 향이 은은하던 잣죽 한 그릇에 훌훌 털고 일어났던 기억 한번쯤 있지 않던가.
잣에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 다른 견과류에 비해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잣은 전체 영양성분 중 60%가 넘는 지방 함유량을 자랑한다. 덕분에 체중 조절 중이라면 먹는 양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잣이 품은 지방은 ‘좋은 지방’으로 알려진 불포화지방이니까. 이름도 어려운 올레인산, 리놀레산 등의 불포화지방은 피부에 윤기를 돌게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여기에 원기회복까지 챙겨주니 아는 사람들은 ‘잣’을 찾을 수 밖에.
우리가 흔히 봐온 속살 뽀얀 부드러운 잣은 잣의 속껍질까지 벗겨낸 씨앗의 속살이다. 잣송이를 털어 알알이 빼낸 다음 피잣의 다부진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그 다음 다시 속껍질을 벗겨낸다. 얼핏 들어도 손이 많이 간다. 입에 넣기까지의 수고스러운 과정만큼 탁월한 영양소를 지녔으니 귀한 대접 받는 이유 절로 이해된다. 이 귀한 잣의 주산지가 바로 가평이다. 가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박상헌 주무관은 “전국 잣 생산의 40%와 잣 유통의 80%가 가평에서 이뤄진다”고 설명을 더한다.
가평 별미 잣요리, 잣국수․잣죽․잣묵사발 등…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
눈치 챘겠지만 가평에는 잣국수만 있는 게 아니다. ‘잣요리’가 가평의 별미라면 그중 가장 대중적인 메뉴로 남녀노소 부담없이 맛볼 수 있는 잣국수를 꼽은 것 뿐. 고소함으로 무장해 애주가들 애태우는 잣막걸리는 아이들은 맛볼 수 없으니 패스. 이 밖에도 잣묵, 잣죽, 잣곰탕 등 제법 다양한 먹거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오른쪽]면발에도 잣가루가 들어가 두배로 고소한 잣국수 / 아플 때면 보양식으로 챙겨먹던 영양 맛점 잣죽 [왼쪽/오른쪽]고소하고 진한 잣향이 담긴 잣막걸리 / 잣가루를 갈아 넣은 잣곰탕
자, 몸에 좋은 잣요리, 어디로 맛보러 갈까. 먼저 가평 북면사무소 근처로 가보자. 여기, 가평에서 잣국수를 처음 선보였다는 <명지쉼터가든>이 있다. 이곳에서는 잣을 갈아 육수를 만들고 잣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면발을 뽑아낸다. 잣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면을 뽑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특허증'까지 얻게 됐다고. 다른 잣국수처럼 육수(잣국)는 물론 면발에도 잣이 들어가 진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에는 굵은 면발이 들어간 따뜻한 잣국수가 준비된다.
잣국수 말고도 먹거리는 다양하다. 잣을 넉넉하게 갈아 넣은 잣죽(8000원)과 잣곰탕(1만원), 그리고 직접 담근 잣막걸리(7000원)가 주인공. 만들 때 마다 잣국수 면발을 뽑아내기 때문에 잣국수는 2인 이상(1인 8000원) 또는 곱빼기(1만2000원)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잣국물(4000원)과 면발(2인 이상․8000원)도 따로 추가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잣국수를 많이 찾지만 잣죽은 사시사철 인기다. 넉넉한 잣과 물, 그리고 쌀만 들어간 잣죽은 보양식으로 인기다.
잣과 콩을 3:7 비율로 섞어 잣묵을 만들고 여기에 잣묵을 갈아 만든 육수를 더한 잣묵사발.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왼쪽/오른쪽]일반 국수 면발에 잣묵을 갈아 만든 육수를 더한 잣국수 / 두부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잣묵사발
다음은 아침고요수목원 근처에 자리한 <초가집 시골밥상>. 이곳의 별미는 잣과 콩이 3:7 비율로 들어간 잣묵으로 만든 잣묵사발(1만원). 잣묵의 반은 먹기 좋게 잘라내고 반은 갈아서 육수로 부어준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잣국수(8000원)는 보통 국수 면발에 잣묵을 갈아낸 육수를 더한다. 잣의 향을 오롯이 음미하려면 많은 반찬이 필요 없다고. 주인장은 “먼저 잣묵의 본맛을 음미한 후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맛보라”며 “7월10일 이후부터는 또 다른 별미 국수호박도 맛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가집 시골밥상>은 삶으면 호박 자체가 국수 모양으로 풀리는 '국수호박'을 처음 소개한 음식점으로 알려진다.
마지막으로 설악면의 <종점가든>. 이곳에서는 면발에 잣이 들어간 잣칼국수(8000원)를 시원하게 또는 뜨겁게 맛볼 수 있다. 잣알이 통째로 들어간 잣백숙(5만원)과 잣묵밥(1만원)도 준비되어 있다. 이밖에도 가평 전역에 잣두부 등 잣을 활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각자의 기호에 따라 맛보면 된다.
아, 잣요리를 맛볼 때 한 가지 팁! 혹시나 잣 특유의 향이 과하게 느껴진다면 우선 소금으로 간을 한다. 신기하게 소금 몇 알에 느끼함이 사라진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매콤한 김치를 곁들이면 좋다. 가뿐한 국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잣이 들어간 잣국수 한 그릇으로 이번 여름 몸보신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여행정보
1.주변 음식점
명지쉼터가든 : 가평군 북면 가화로 / 031-582-9462 / korean.visitkorea.or.kr
종점가든 : 가평군 설악면 유명산길 / 031-584-0716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자라섬오토캠핑장 :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 031-580-2700 / korean.visitkorea.or.kr
켄싱턴리조트 : 가평군 상면 청군로 / 031-584-9380
모아이펜션 : 가평군 상면 행현리 / 010-7299-8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