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칠세부동석, 남녀가 일곱살이 되면 유별해지므로 동석하지 말라는것이다.
즉, 이는 남녀가 일곱살쯤 되면 서로의 다른 성을 의식하게 되고, 성적 호기심을 가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로, 부동석시켜 미리 상열지사를 예방하라는 얘기일것이다.
때는 서기 1963년, 계묘년의 일이다.
박감독의 나이 일곱살, 일곱살짜리의 상열지사를 지금부터 이야기 해보려한다.
무슨 사정이 있었던지, 나는 외가에서 외할머니께 맡겨져 있었다. 그해 봄에 와서 추석 전까지 약 6개월 쯤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외가는 지금은 포항시에 속해진 요즘 해물찜이 유명한 흥해읍이었다.
읍내에서 남동방향으로 조금가면 소풀(소가 풀을 뜯는)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다. 집앞 사립문밖으로 실개천이 흘렀고, 마을 앞으로는 제법 큰 하천이 있어, 이를 따라가다 작은 산허리를 돌아서면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 왔다..
延日鄭氏들이 300년전(숙종조)쯤에 입향하여 9대째 대를 이어 살아왔다. 흥해는 일찍부터 평야가 넓고 바다가 가까와 문물(文物)이 융성했다. 신라조에서 부터~ 조선조까지 큰 고을이었다. 평야가 넓다는 것은 재물의 풍부함을 뜻하고, 바다와 접하였다는것은, 개방적인 문화의식을 가졌다고도 볼수있으리라. 그래서 산골에서는 지사(志士)가 많이 나오며, 바닷가에서는 예인(藝人)이 많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윗대부터 시문(詩文)과 글씨에 능하신분이 많았다고한다.
나의 외할머니는 일찍 혼자되어, 딸둘을 출가 시킨후, 양자아들(나의 외삼촌)을 고등학교에 보내며, 홑시아버지(나의 외증조부)를 모시며, 직접, 많은 농사를 지으시며 바쁘게 사셨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이었을, 나의 외삼촌은 가끔 보였는데, 아마 포항에서 자치 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녔으리라.
양자온 (나의)외삼촌의 생부되시는 분은 나의 외증조부의 큰아들이었다. 큰아들이었지만 종갓댁으로 양자를 가신 것이었다. 즉, 나의 돌아가신 외조부님의 친형이 되시며, 외조모님의 시숙이 되시며, 어머님의 백부가 되셨다.
종갓집으로 양자를 갔으나, 생가의 후손이 없어 당신의 둘째 아들을 다시 생가로 양자를 보낸것이다.
(복잡한 촌수가 머리에 들어오시는지요?)
즉, 생가로 따질 때의 큰집과 작은집이 소풀에서 함께 이웃해 살고 있었다.
( 따끈따끈한 본론은두고, 당신네 외가의 복잡한 촌수를 왜 알아야 하나? 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나, 조금만 참으세요! 칼만 들었다고 바로 소잡을 수는 없는 법, 변죽을 울릴때는 그만한 전후사정이 있는법.....)
내 어머님의 백부님, 외가의 큰집 할아버지께서는 재력으로, 학문으로, 詩文과 글씨로, 풍류로 인근에서 한 이름을 얻고 계신 명망가였습니다. 병오년 말띠생 특유의 정열적이고, 호탕하시고, 정이 많은 어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활달하고 호방한 성격으로, 양반댁의 사랑채를 누비며 詩文과 글씨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내가 7살때 큰 할아버님의 연세는 쉰 일곱 이었습니다. 앞전해에 생모와 조강지처를 잇달아 보내시고 혼자되시어 무척 쓸쓸해 하셨답니다.
당시, 큰아들(나의 외오촌)은 대학 1년생으로 미혼이었습니다. 포항에서 외삼촌과함께 자치생활을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두 아들을 보러 포항 나들이를 자주 하시곤 하셨답니다.
두 아들을 만나러 간 줄 알았는데, 작업의 정석을 위해 가실줄이야 아무도 몰랐으리..
어느날, 막 여름 초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포항 나들이를 하고 오시던 큰할아버지께 동행인들이 있었습니다.
퉁퉁하고 보름달같이 인물 좋은 중년부인 한 분과 나를 쳐다보며 밝은 햇살처럼 예쁘게 웃음짓던 한 계집애가 서있었습니다.
그 계집애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예쁜 구두를 신고, 머리를 한갈래로 땋은체 한껏 멋을 내고 있었습니다. 키는 나보다 한뼘이나 커 보였습니다. 빡빡머리에, 검정고무신을 신은 까무잡잡한 시골아이가 다 되어 있던 나는 얼어 붙어 버린 듯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애는 내게 마치 천사처럼 그렇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2편에서 계속!
香油
-이정환
떨리는 입술끝에
피어오른 한송이꽃
차마 잊지 못할
그 봄인가 합니다.
옥합을 깨뜨리던 날의
삼단같은 그 머릿결
옥합: 옥으로 만든 뚜껑있는 작은 그릇.
삼단: 숱이 많은 긴 머릿결을 비유.
첫댓글 저희 카페 박감독님이 쓰시는 자작입니다.
드디어 박감독님의 글을 대하게 되는군^^
음...등단하시는 건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