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143> 창원 마금산 입력 : 2008-01-17 00:00:00 수정 : 2009-06-11 15:45:04
짧지만 만만찮은, 그래서 긴 여운… '행사 산행 딱이네'
간혹 이런 문의전화가 온다. 행사를 겸해 산행을 하고자 하는데 추천해줄 만한 곳이 없느냐는 내용이다. 이런 문의에 들어맞는 산행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우선 코스가 짧고 그리 험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산행 뒤 행사를 열 수 있는 시설이나 공간이 확보돼 있다. 덧붙여 흘린 땀을 씻을 수 있는 목욕탕 등이 가까이 있다. 그래서 이런 조건에 맞는 산을 찾아 권하면 된다. 그리 어렵지 않게 몇몇 산들이 그려진다.
경남 창원시 북면에 있는 마금산(279m)도 그런 산행지 중 하나다. 동네 뒷산만 한 높이인 데다 코스도 그리 길지 않다. 달리 위험한 곳도 없고 산행이 끝나면 바로 온천단지로 가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여러 가지 행사를 치르기 위한 시설이나 공간 또한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 부산과 가까운 이점도 갖췄다. 시산제 등 각종 행사가 많은 요즈음 산행단체들이 이용해볼 만한 산이다.
마금산 산행은 그러나 몇 가지 점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마금산 산행은 마금산만 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금산과 어깨를 겯고 있는 천마산과 옥녀봉을 함께 탄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최소한의 코스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 천마산과 옥녀봉 어디를 기점으로 해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종주 코스에 소요되는 시간은 걷는 시간만 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또 다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산행을 해보면 만만찮다는 점이다. 이는 지형도를 펼쳐놓고 등고선을 읽어보면 확인되는 부분이다. 지형도를 보면 마금산을 중심으로 오른쪽 위쪽이 천마산이고 왼쪽 아래쪽이 옥녀봉이다. 그 세 봉우리를 사거정고개와 물레재가 잇고 있다. 천마산 고도는 372m, 사거정고개는 90m, 마금산은 279m, 물레재는 170m, 다시 옥녀봉은 315m다. 바로 이런 고도차이 때문에 오르내림의 경사가 급격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금산을 다녀온 산객들 중 생각보다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이런 산세를 뒷받침한다.이렇듯 짧지만 만만찮은 산이 마금산이다. 하지만 산꾼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산' 혹은 '평범한 산'으로 분류한다. 아무래도 해발이 야산에 불과한 400m 미만인 데다 내세울 만한 절경이 많지 않다는 점이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보석 같은 절경도 더러 있다. 마금산에서 옥녀봉 너머 무릉산 작대산 천주산으로 물결치는 산그리메가 황홀하고 천마산에서 바라보는 관룡산 화왕산의 불꽃 같은 능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천마산에서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낙동강과 이어도 같은 은빛 모래톱들은 이곳이 아니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꿈속 같은 풍정들이다.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가 떠오를 것이다. 마금산 산행은 이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진행할 때 짧지만 긴 여운의 산행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산행은 바깥신천을 들머리로 해서 천마산~사거정고개~마금산~물레재~옥녀봉~신촌 버스정류소 순으로 했다. 길 찾기는 능선 마루금만 따라간다 생각하면 별 무리가 없다. 길 또한 대부분 외길인 데다 이정표도 잘 나와 있어 참고하면 된다. 다만 급경사로 오르내리는 부분에서 주의가 요구되는데 이 또한 창원시에서 등로정비를 잘해 놓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걷는 시간만 2시간40분, 휴식을 포함하면 3시간30분쯤 잡으면 넉넉할 것으로 보인다.
바깥신천마을 버스정류소에 내려 진행방향 정면으로 보면 오르막의 도로가 있다. 언덕으로 이어진 그 도로를 따라 30m쯤 올라가면 정면으로 낙동강이 바라다보인다. 도로는 이 부분에서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면서 낙동강과 나란히 간다. 바로 그 휘어지는 부분이 산행 들머리다. 산쪽으로 벼랑이 보이며 그 아래 청색 지붕의 집 한 채가 있다. 그 집 쪽으로 다가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도로를 건너기 전 월해사 입간판과 함께 이정표도 있어 참고한다.
산길은 청색 지붕 집 담벼락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 산자락으로 열려 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면 본격적인 산길이 열리고 이후 능선 마루금을 따라가면 천마산까지 별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다. 처음 15분간은 된비알이다. 천마산 정상까지 40분쯤 걸린다.
천마산은 정도산악회가 세워놓은 돌탑으로 된 천마탑이 있다.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낙동강과 은빛 모래톱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맑은 날이면 관룡산과 화왕산의 이글거리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거정고개는 천마산에서 능선따라 직진이다. 중간에 마금산온천단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 이후 마루금은 급전직하 한다. 안전로프가 잘 설치돼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사거정까지 35분 소요.
북면과 상천리를 잇는 도로가 지나는 사거정고개에선 마루금을 그대로 이어갈 수 없다. 훼손이 심해 경남 창원시에서 출입금지해 놓았다. 대신 우회 산길을 도로 오른쪽 30m 건너편(상천리 방향 성심가든 쪽)에 개설해 놓았다. 산행팀도 우회로를 따라 올랐다.
이후 마금산까지의 등로는 마루금이 일자로 일어선 듯한 느낌의 된비알이다. 물론 이곳 역시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지만 단내는 각오해야 한다. 마금산 정상 직전에선 바위군을 만난다. 마금산 정상까지 20여분. 정상은 기념석이 두 개다. 옥녀봉 너머 무릉, 작대, 천주산이 능파를 이룬다.
옥녀봉은 마금산 남쪽에 있다. 진행방향으로 봤을 때 오른쪽이지만 그 아래가 낭떠러지여서 바로 가지 못하고 우회해야 한다. 즉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가 바윗길을 내려가면 왼쪽으로 능선이 이어지는데 바로 그곳으로 내려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후 길은 마루금만 따라가면 된다. 신리마을 하산로가 있는 물레재까지는 12분, 다시 초소가 있는 옥녀봉까지는 16분쯤 걸린다. 옥녀봉 역시 정상을 앞두고 가풀막이어서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정상에서 창북중으로 내려서는 하산로는 초소를 지나 능선이 분기되는 지점 왼쪽으로 나 있다. 정상에서 진행방향 정면으로 15m쯤 지점에 있다.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이정표의 직진 방향은 상천리 길이다. 이곳은 능선 분기점이지만 왼쪽 능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능선이라는 느낌을 덜 받는 곳이다.
이 길을 따라 5분쯤 내려가면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이 부분이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무턱대고 직진 방향의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면 중리마을로 빠지게 된다. 창북중은 이 갈림길에서 왼쪽이다. 길이 능선을 감아도는 듯한 느낌이어서 옆으로 빠지지 않나 착각할 수 있으나 제대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후 길은 외길로 떨어진다. 다시 5분쯤 가면 채석장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를 만나고 다시 8분쯤 더 내려가면 신촌저수지가 보이면서 감나무 과수단지에 닿게 된다. 이후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따라가면 왼쪽의 창북중을 지나 산행 종점인 신촌에 닿게 된다. 옥녀봉에서 신촌 버스정류소까지 32분쯤 걸린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홍성혁 산행대장(daum.net/naknam) 010-2242-6608.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 찾아가는 길
이번 코스는 행사를 겸해 산행에 나서는 단체산행 팀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자가 차량을 이용해 부산에서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북창원IC로 빠져나간다. 북창원IC는 진영을 지나자마자 1, 2차로를 이용해야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근에서 유의해서 차로를 변경한다. 북창원IC를 빠져나오면 지하차도를 만나는데 그 지하차도를 통과해 바로 좌회전하면 마금산으로 이어지는 79번 신설도로에 올라서게 된다. 그 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분기점을 만나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바로 마금산온천단지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참고한다. 체증이 없을 땐 부산에서 1시간이면 현지에 닿는다.
# 지천으로 널린 홍시 가슴아픈 농심
답사 산행 중 겪은 아픈 사연이다. 옥녀봉에서 내려오면 산행 끝부분에서 단감나무 과수단지를 만나는데 아직도 수확되지 못한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사연인지 물어보니 손이 모자라 수확을 포기해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보니 사정이 달랐다. 지난해 감 작황이 좋아 감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 가격이 떨어져 수확해 봤자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사연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감을 그대로 두면 올해 농사 역시 망친다는 것이다. 마음은 뻔하지만 이 역시 일손이 없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만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와서 따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감은 지천으로 달려있고 맛 또한 홍시로 변해 기가 차다. 아픈 농심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따 먹길 부탁드린다.
# "마금산엔 말(馬)이 없어요"
마금산은 원래 마고산이 본이름이었다. 마고는 마고할미의 준말이다. 그리고 옥녀는 마고할미의 며느리다.
고부가 함께 물레질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이름 붙은 물레재가 두 봉우리를 잇고 있는 고개다. 즉 다시 말해 이 부분에선 말(馬)의 형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마금산 하면 말과 연관지어 유래를 설명하는 산악인이 많다. 하지만 공공기관 어디에도 그런 유래에 대해 설명해 놓은 곳이 없다.
이는 천마산의 유래와 혼동해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천마산 부분도 두 가지 설이 있다. 우선 창원시청 홈피 북면에 들어가 지명유래를 보면 천마(天馬)가 살고 있었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있고 또 다른 설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산의 형태가 말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었다는 것이 있다.
현지의 한 신망있는 주민에 따르면 바깥신촌 부분이 말이 앞발을 엎드린 채 낙동강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며 온천단지로 뻗어나온 가지능선이 말의 뒷다리 부분이라 설명한다.
또 천마산에서 304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말의 잔등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서 구글을 통해 산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았다(본보 홈페이지 산&산 참조). 어떻게 보면 말의 형상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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