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에 서귀포에서 22일간 머물다 왔다. 그동안 취재도 하고 여행도 하고 일도했다. 그 기간동안 반갑게 맞아주고 틈만 나면 특별 이벤트 경기를 만들어 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고등어 회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정을 조율해서 이른 새벽 고등어 사러 서귀포 항구에 나가 장을 봐 오신 총무님께도 감사드린다.
지난 해 8개월 동안 제주에 머물며 여행을 했건만 제주도는 아무리 여행을 하고 오래 머물러도 허기지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배울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일까? 쉽게 정을 주지 않는 소극적인 도민들이라는 소문이 있으나 테니스인들에게는 늘 후한 제주도다. 그래서 더욱 서귀포가 좋고 제주도가 좋다. 서귀포에 유샘이 집도 한 칸 마련해 놓고 수리도 마쳤으니 시시 때때로 삼다클럽 회원및 서귀포 동호인들과 어울려 경기 할 계획이다. 반갑게 맞아 주신 여러분들께 두루두루 감사 인사를 남기며 2월 11일 송선순 씀.
서귀포 테니스의 산 증인 고영규 회장
삼다클럽 현 회장이자 창단멤버인 고영규 회장(74세)은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월례 대회 현장에 참석하지 않아 그가 운영하고 있는 칠십리 주유소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 모자를 쓰고 걸어오는 모습이 활기차고 목소리에 윤기가 흘러 칠순을 넘긴 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미안합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계절에 기자님을 만나게 되었네요.”
아직도 제주도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2월까지 3개월 동안은 매우 바쁘다고 한다. 40년 동안 거래해 온 단골 고객한테 주문이 오면 곧바로 나가 현장 일을 직접 한다니 고회장의 나이를 떠올리면 믿어지지가 않았다.
“테니스를 오래 하다 보니 다리 근력은 물론이고 신체지수가 좋은 편입니다. 순수한 노동을 통해 아직은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체력 든든하기 때문에 계단 오르는 것이나 그외 나이 들어 생기는 다양한 질병 걱정은 제로입니다.”
고 회장은 서귀포 테니스의 산 증인이자 서귀포테니스장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 을 한 분이다. 현승만 제주도 테니스 협회 회장 재임 시절 고 회장은 오랫동안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1988년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전국체전이 열린다는 것이 확정이 된 후 고 회장은 국제규격에 맞는 테니스장을 서귀포에 건립해야한다는 건의와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 만들어진 서귀포 코트에서 다양한 국제대회와 칠십리배 전국동호인 테니스 대회 같은 큰 규모의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사업이 바빠 도 협회 회장은 못했지만 도 협회 임원으로 또 서귀포시 테니스 협회 임원을 오랫동안 맡아 왔어요. 한기환 전 서귀포 협회 회장시절 고 김문호씨와 함께 부회장을 하면서 서귀포테니스 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를 연구 검토를 했습니다. 그 당시 전무이사를 맡았던 오재영 현 서귀포 협회 회장님 또한 노력을 많이 한 분입니다.”
삼다클럽에서 처음 30년 전에 회장을 맡고 또 20년 전, 올해로 3번째 다시 회장을 맡게 되었다는 고 회장의 테니스 입문은 43년 전, 가까이 살던 제주대학교 양기천 교수의 권유로 시작했다. 개인사업을 하던 시절이라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것은 이른 새벽. 매일 출근하기 전에 테니스로 하루를 열었다. 1970년 그 당시에는 레슨 하는 곳이 많지 않아 선배들의 스윙 폼을 모방하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게 되었다는데 실력을 묻자 고 회장은 이렇게 답변을 했다.
“실력이 특출하지는 않지만 지구력은 좀 있습니다. 제주도 도민체전 서귀포 대표선수로 단식경기를 했는데 쉬지 않고 6시간을 뛰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저는 대기만성 형으로 무엇이든 노력하면 현재보다 조금씩 더 나아진다는 것을 알고 지금도 매사에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기름을 넣기 위해 찾아 온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바쁘게 했다. 대화중에도 가뿐하게 일어나 손님을 응대하고 돋보기도 안 쓰고 장부 정리하는 고 회장은 전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푸른 청춘 같은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제일 바쁜 겨울철에 시간을 쪼개 새벽 테니스를 하러 나가면 더욱 쫀쫀한 기쁨을 느낀다는 고회장. 오래 테니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리 근육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 투어로 몸을 만들어 건강하게 익어가는 비법을 실천하고 있단다. 주유소 사무실 벽에 걸린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액자의 글은 성실하고 노력형인 고회장의 삶을 대변하고 있었다.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귀포 삼다클럽
주말 새벽이면 회원들이 운동을 마치고 고등어 회에 막걸리를 먹는 클럽이 있다 해서 매우 궁금했다. 서귀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삼다클럽. 42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 클럽은 평균 연령이 70세다.
고영규 회장은 “삼다클럽은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다는 뜻을 가진 삼다도에서 이름을 정했다”며 “세월이 흘러 40년을 훌쩍 넘긴 이 클럽은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클럽으로 거듭 진화해 왔다”고 전했다.
큰 형님들이 모인 이 클럽은 아직도 다양한 직종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업가, 밀감밭 운영, 애플망고 농장 운영, 한의원 원장, 약사등등 다채롭다. 회원 15명, 월 회비 6만원을 내고 매일 새벽 다섯 시 반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귀포 테니스장에서 만난다. 우천 시에는 실내코트로 이동해서 365일 운동하는 클럽이다.
삼다클럽 회원으로 활동 중인 오재영 서귀포시테니스협회 회장은 “서귀포의 최연장자 모임으로 주말이면 막걸리 내기하고 해장국을 함께 먹는 것이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연륜 있는 분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한 시간이 긴 만큼 모두 한 가족 같다”고 전했다.
이 클럽의 경기 방식이 합리적이다. 매 달 하는 월례대회든 주말에 하는 내기경기든 참가 인원에 상관없이 청백전으로 한다. 팀을 나눈 뒤 양쪽 코트에 들어가 점수내기를 한다. 본인이 서브를 하고 코트를 나오면 같은 팀의 다른 사람이 들어가 이어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홀짝에 상관없다. 미리 약속한 게임을 먼저 따면 깔끔하게 끝이 난다.
내기 게임도 승자와 패자가 내는 금액 차이가 별로 없다.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이기 때문에 다 함께 즐겁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기는 내기라서 승부에는 최선을 다 한다.
정창운 총무는 “코로나 이전에는 정기적으로 여성 에이스 팀및 다양한 클럽들과 교류전을 해 왔으나 지금은 모든 것을 자제하고 있다”며“인간미가 있고 누구라도 환대하는 인심 좋은 클럽으로 홍보하고 싶다”고 전했다.
역사가 오래 된 만큼 서귀포를 여행하는 테니스 마니아들이 많이 방문해 왔다. 한 해 두 해 자주 오다보면 준회원이 되는 분들도 있다. 그만큼 손님에 대해 후하게 대접한다.
한라산 정상에 아침햇살이 비치던 주말 아침, 경기를 마친 회원들이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 항구에서 정 총무님이 사온 고등어회를 회원 한 분이 손질하고 있었다. 금융업에 종사할 때부터 취미로 회를 뜨기 시작했다는 고대신 경기이사는 “고등어는 손질할 때 핏물을 빼고 껍질제거를 잘 해야 한다”며 “새콤달콤하고 슴슴한 간장 양념에 푹 찍어 먹어야 고소한 고등어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막걸리에 곁들인 고등어 회는 입안에 살살 녹으며 고소한 풍미로 스며들었다. 어쩌면 삼다클럽 회원들 역시 서로에게 이미 깊게 스민 정처럼 그렇게 흡수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임원- 회장 고영규 총무 정창운 경기 고대신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