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니 그것이 곧 사랑이어라"
사랑, 뻔하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네가 되어보지 않고 어떻게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포콜라레 운동(마리아 사업회)은 '현시대의 기쁜 소식'을 주제로, 7월 한 달간 충남 천안 국립 중앙청소년 수련원에서 세 차례(16~19일, 20~23일, 24~27일)에 걸쳐 마리아폴리를 열었다. 마리아폴리는 '마리아의 도시'란 뜻으로 나이와 신분, 종교를 초월한 이들이 모여 복음에 담긴 사랑을 실천하는 마을이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와 수도자, 전국의 포콜라레 회원 등 2700여 명은 분열로 가득찬 세상에서 일치를 향한 사랑의 주사를 맞고 돌아왔다. 그 사랑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버림받은 예수'를 기억하며
"한번뿐인 우리 생을 헛되이 살고 싶지 않네. 매일 저녁 나는 오늘도 사랑했다고 말하리~♪" 3박 4일 일정은 매일 '젠(Gen, 복음을 생활화하는 포콜라레 젊은이들) 성가'를 부르며 시작했다. 노랫말은 온통 사랑이다. 이어 경험담 발표ㆍ미사ㆍ식사ㆍ영상물ㆍ휴식 시간이 반복된다.
깜짝 놀랄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각자 나눠준 복음말씀대로 '매순간 자신 앞에 나타나는 이들을 사랑하라'는 과제가 주어질 뿐이다.
그런데 어렵다. 늘 살아온 대로 다른 사람과의 사소한 의견다툼으로 옹졸한 마음이 고개를 내밀고, 취향이 맞지 않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미운 마음이 그를 앞서 판단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는 마음으로 번진다. 그런데 그 사랑할 수 없는 마음은 고통이 되는데 그 고통은 '버림받은 예수'의 고통이다.
중학생 때부터 포콜라레 영성을 사는 박선민(마리아, 28)씨는 "저절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는 고통이 따르고, 고통 속에서 십자가 위에서 버림받은 예수님의 고통과 만나게 된다"면서 "마리아폴리는 사랑을 연습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오늘도 사랑했다고 말하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랑했는지를 나누는 '경험담 발표' 시간은 특별했다. 등교길에 임신한 여성을 병원으로 급히 데려간 일, 성악가에게 대가 없이 피아노 반주를 해준 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사람들은 웃기도 울기도 한다.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인간으로서의 이기심과 욕심, 교만 등의 감정에 절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을 버리고 사랑한 순간 일치의 기쁨을 이야기할 땐 모두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밤에는 팀별로 준비한 풍물놀이, 연극, 그레고리오 성가, 복고댄스 등을 선보이며 축제의 장을 이뤘다. 이들 각자는 모두 하느님이 지휘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작은 음표가 됐다. 주름치마를 입고 신나게 춤을 춘 한 수녀는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빠지고 싶었지만, 형제적 사랑으로 리듬에 몸을 맡겼을 뿐"이라고 고백해 폭소를 자아냈다.
약혼자 권유로 처음 마리아폴리에 참여한 고주희(28, 불교신자)씨는 "하찮은 도구를 모아 난타 공연을 하는 이들을 보고 감동받았다"면서 "우리도 저 악기들처럼 작고 하찮은 존재임에도 형제적 사랑으로 일치를 이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리아폴리에 참석한 이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 돌아가서 일치와 사랑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포콜라레(Focolare)는 1943년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 1920~2008) 여사가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세상에 '서로 간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위해 창설한 영성 운동이다. 전 세계 182개국의 회원 650만 명이 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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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콜라레 운동 마리아폴리(마리아의 도시)에서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