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초저녁잠 많고 새북 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매가 "저넘 속에는 영감쟁이 들앉아 있데이~" 이 말씀이 사실인 듯도 합니다. 이른 새북에 눈만 깜빡이며 이불 속에 움츠리고 있는 귓가에 "땡땡 일보오~"하는 신문배달 형의 소리가 첫 번째로 들립니다. 신문이름은 왜 외쳤는지. 참 부지런한 형입니다. 다음은 학선이 할머니의 "두부나 비지 사이소~ 오뎅이나 뎀뿌라도 있어예"하시는 소리가 특유의 억양으로 묘한 감정이 서려있는 듯 들려옵니다. 요때는 벌써 일어나신 엄마의 4분의 3박자 쌀 씻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립니다...ㅎ 그 순간 브레이커에 송진가루가 많이 들어갔는지 ‘뻐으으윽’하며 자전거 정지하는 소리와 스텐드 세우는 소리가 끼이익 파박 처거덕 합니다. 이거는 염소집 할매 작은 아들이 염소젖 배달 오는 소리군요. 바지랑대네는 가난해서 우유는 몬 묵고 염소젖 묵고 컸십니더. 우유병에 담고 종이 마개로 닫아놓은 따뜻미지근 한 것입니다.
구멍가게 진영이 아부지가 길을 쓰는 비질 소리도 정겹게 들립니더. 요새는 비질 할 곳도 없지만, 함께 이용하는 길 누구나 이렇게 청소하고 지내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침 식사시간이 끝날 즈음 대문 쪽에서 가녀린 소리가 들립니다. "밥 좀 주이소~예에" 이 거지는 늘 부가의문문입니다. 동냥에도 道가 있는 것이 맞습니다...언제나 다 먹어 갈 즈음입니다. 이때 라디오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명랑하게♪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 많은 나무에♩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또 잠시 시간이 지나면...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엄청 큰 스피커 소리가 들립니다. 쓰레기 수거찹니다. 서로 누가 쓰레기통 들고 나갈지 눈치 본다고 눈알 굴리는 소리가 자갈밭에 똥구루마 튀는 소리보다 큰 순간입니다. 이제 엄마는 숨을 좀 돌리고 난 후 라디오를 듣는데, 이때도 쉬지 않고 뜨게질을 합니더. 임국희의 여성시대...라라랄라♬♪♩
아줌마가 머리에 튀긴 옥수수를 이고 "고물 주고 강냉이 사이소"합니다. 부산에서는 박산사소~한다고 들었습니다. 또 이어서 등에는 북을 메고 하모니카를 불며 요란스럽게 엿장수가 예비군가를 개사해서 부르며 등장합니다. 어제의 엿장수가 다시 모였다♬ 마을마다 골목마다 엿 파는 소리♪ 병을 받고 엿을 파는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미친개이 엿장사♪ 엿장사 가는 길에 고물뿐이다♬♪♩우는 얼라 달래는 건 좋은데 멀쩡하게 잘 노는 얼라들은 와 울리고 가는지?
조용해지니 들창 너머로 쿡딱꾹딱 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상이군인이신 담배집 아저씨가 지내 가시는가 봅니다. 북소리가 동동 납니다. 동동 구리무 아저씨군요.
고래고기 사이소~, 고래고기 아저씨 자전거가 지나고 나니, 애들이 따라 떠듭니다.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존 고래고기. 빈대약 치소~ 분무기 하나 들고, 빈대약 치소~, 이것은 하이타이가 나오고 사라진 소리 랍니다. 채권! 채권! 고장난 시계도 삽니더~, 옆구리에 서류가방 하나들고 어슬렁 어슬렁 지내 갑니다.
뻐~언~ 뻐~언~, 뻔디기 장사 수레가 지내가네요. 허허, 오늘은 별 장사 다 지내 가는군요.
뒷집에서는 다듬이 방맹이 소리가 멋지게 들려옵니다. 나는 그 장단에 이노래 저노래 맞춰 불러봅니다...♬♪♩이상하게도 맞아지는 게 신기 합니다.
솥 떼우고 깨진 항아리 요강 철사로 매어 주는 아저씨가 떼워~떼워 하면서 지나갑니다. 요란한 우주벨을 울리며 술 배달하는 아저씨의 짐자전거도 힘차게 지내갑니다.
내 그림자가 엄청 길어 보이는 때가 되니 이집 저집에서 저녁 먹으라고 애들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립니다. 노을과 함께 정겨운 풍경입니다.
밤이 되니 저 쪽방에서는 형이 아이 마이 미, 유 유어 유, 쉬허허, 그녀는 잘도 웃는다(정치근 뺄간기본영어에 이래 나왔습니다.)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엄마 방에서는 손재봉틀 소리가 달달달 들립니다.
밖에서는 스산한 바람타고 찹사알 떠억~메밀무욱~, 저 멀리서는 개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골에서는 소쩍새 소리가 처량하게 들렸겠지요.
“청소년 여러분 사랑하는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종소리가 납니다. 취정꾼 비틀거리며 지내가는 소리가 잠시 들리니 잠시 긴장 합니다.
이넘 우리 담벼락에 볼일 보면 안 되니까요. 시골에서는 딱딱 소리가 납니다. 야경 도는 소리지요. 패 주소~~~
분주했던 하루가 통금 사이렌으로 마무리 됩니다. 오오오옹~~~~~
보람찬 하루를 마감하고 희망찬 새날을 맞이합니다
첫댓글 단~~~결 왕선배님 반갑습니다
명절은 잘보내셨는지요 ^^
선배님의 정겨운 하루일상을 옛추억에 젖어 즐거운 마음으로 미소와함께 잘읽었습니다 옛날생각이 선배님의글을 읽고나니 소록소록 옛생각이 떠오릅니다
선배님 오늘도 변함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