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교 효과?
작년 초,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교회 안팎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에서 천주교에 대한 관심과 입교 열기가 뜨거워졌다. 당시의 그 열기는 한국 천주교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얼마 전에 나왔다.
매년 5월 말이면 주교회의에서 집계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가 발표되는데, 올해 나온 통계에서 영세자 수를 살펴보면 2008년 말보다 약 9천 명, 약 6%가 늘어났다. (참고로 주교회의 자료에서는 2009년부터는 영세자 수 통계에 대세자를 포함해 10.9%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지만, 같은 기준으로 2008년도에도 대세자를 포함하여 비교하면 5.6% 증가한 셈이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이만큼 증가한 것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2008년은 워낙 영세자 수가 감소했던 해라 그 이전과 비교해 보면 사실 영세자 수는 예년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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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영세자수와 전체 신자 중 새 신자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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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희년을 앞둔 1999년에 18만여 명이 새로 세례를 받았던 이후로 2000년대에는 계속 영세자 수가 많이 늘지 않고 있다. 작년에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로 새 신자가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이런 선교 효과는 주로 군종교구와 춘천교구, 안동ㆍ대구ㆍ마산 등 영남지역 교구에서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김수환 추기경이 사목했던 서울대교구는 영세자 수가 2008년과 거의 같았다. 2009년에 입교한 신자들이 2010년에 세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연말 예비신자 수는 2008년보다 1,500명가량이 더 줄어들었다.
영세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초중고 청소년과 30-40대 신자들은 영세자 수가 크게 늘지 않아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20대 군종 세례자와 50대 신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참고로 20대 영세자 증가 인원수는 대부분 군종교구의 남성 세례자 증가인원과 일치한다. 60-70대의 경우 대세자가 포함되면서 생긴 증가로 파악된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새 영세자 입교에 영향을 미쳤다면 주로 영남지역 신자, 군종교구 20대 청년, 50대 연령대에서만 그 영향력이 나타났다고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2008년의 급격한 감소세를 반등시켜 평년 수준으로 회복한 정도의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2009년에는 기존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관련한 지표들은 눈에 띄게 변하였다. 우선 미사 참여자 비율은 2008년 24.0%보다 약간 높아진 25.6%로 올라갔다. 2007년에 27.2%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올라갔다고 보기 어렵지만 계속 낮아지던 주일미사 참여율이 2009년에는 반등한 셈이다. 쉬는 신자들의 인원과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교적 전산화 작업이 전국 교구에서 추진되면서 최근에는 거주 미상 냉담자 수가 많이 감소했지만, 주소확인 냉담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009년에는 주소확인 냉담자수 가 6천 명 가량 줄어들고, 비율도 15.7%로 낮아졌다. 첫영성체자 수나 고해성사 인원도 늘어났다. 판공성사도 2008년에는 부활 29.5%, 성탄 30.6%만이 참여했으나, 2009년에는 부활 34.2%, 성탄 39.2%로 크게 높아졌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직후인 부활 판공성사 참여 신자는 110만 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신자가 판공성사를 보았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새로 입교한 신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기존 신자들이 전례에 참여하는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아이들은 사라지고, 고령화는 심화되고
영세자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20대가 가장 많은 27.5%이나 이 중 68.9%가 군종교구 세례자들이다. 그다음으로는 1-6세 미만의 유아세례자들인데, 최근 들어 유아세례자의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1990년에는 약 4만 4천 명, 2000년에는 약 3만 5천 명, 2009년에는 약 2만 6천 명으로, 거의 10년마다 매년 9천 명씩 줄어들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이대로 갈 때 약 30년 후면 유아세례자들이 거의 없게 될 지경이다. 천주교 신자들의 입교 동기 상당수가 유아세례를 통해 입교하는 경우인데, 어린 시절 부모를 통해 신앙을 물려받는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노년층 신자들은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살펴보는 고령화율을 적용하여 한국 천주교회의 고령화율을 살펴보면,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교구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2004년 당시만 해도 안동교구만 고령사회였고 다른 교구는 고령화 사회였으나, 2009년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대전, 원주, 의정부, 대구, 청주, 안동, 광주, 전주 등 총 9개 교구가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춘천교구는 초고령사회에까지 이르렀다. 한국 천주교회 전체로도 고령화율이 13.7%로 조만간 고령사회에 진입을 앞두고 있다. (참고로 고령화율의 기준은 65세 이상 인구가 7~14% 미만이면 고령화 사회, 14~20% 미만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고령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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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과 2009년 교구별 고령화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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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ㆍ수도성소는 계속 줄어들고
사제ㆍ수도자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천주교회의 성소 위기를 실감하게 된다. 우선 수도자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여자, 남자 수도자 모두 전체 인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유기서원자와 수련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 수도자의 감소가 예측된다. 이런 위기 상황은 교황청립 수도회보다 교구설립 수도회에서 더 두드러진 상황이다. 남녀 모두 수련자 수가 줄어들었지만, 교황청립 수도회보다 교구 설립 수도회의 수련자 수가 더 크게 줄었다. 특히 여자수도회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일례로 여자수도회 유기서원자의 경우 교구 설립 수도회 회원은 2000년 당시 1,081명이었으나, 2009년에 517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비해 교황청립 수도회는 유기서원자가 2000년에는 995명이고, 2009년에는 813명으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다. 왜 교구설립 수도회가 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는 더욱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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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과 2009년 수도회 설립 단위별 회원 변화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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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수도 계속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사제를 양성하는 대신학교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신입생은 늘지 않고 입학정원은 계속 줄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부산, 대전, 인천에서 새로 신학교를 지어 많은 사제를 배출하고자 하였지만, 입학정원은 많이 늘어났어도 1990년대 후반에 벌써 응시자 수가 입학정원을 밑도는 현상이 나타났고 실제 합격하여 입학하는 학생 수도 늘 정원미달인 채 크게 늘지 않았다. 2009년 각 교구 대신학교의 신입생 충원율은 입학정원대비 60.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여러 대신학교에서 입학정원을 줄이고 있다. 광주가톨릭대는 2000년대 초반 80명 정원에서 올해는 40명이 되었고, 대구는 60명 정원이던 것이 35명으로 줄었다.
여러 교구에서 신학교를 신설할 당시 많은 비판이 있었다. 신학교 설립과 운영을 위한 신자들의 재정부담도 크지만 교수진도 부족하고 도서관도 미비하여 신학교 교육이 질적으로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비롯하여 출생률 하락으로 사제 지망생이 감소할 것이 이미 예견되었다. 그리고 신학교 안에서 교구를 넘어선 연대와 교류가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교구 간에 서로 매개도 없고 장벽이 생겨날 것을 우려하기도 하였다. 지금 신학교의 현실은 당시의 우려가 하나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탄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이밖에 자세한 2009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 분석내용은 우리신학연구소 홈페이지(http://wti.or.kr) 자료실에 올려놓았으니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2009년에는 신자 관련 통계가 2008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 정도이지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지만, 만약 2009년에 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없었다면 한국 천주교회의 어려운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신자들에게 미쳤던 영향과 달리 전반적인 흐름과 수도자와 사제 관련 통계는 계속 위기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통계는 숫자일 뿐이라고 애써 무시하는 것보다는 이 수치가 보여주는 의미를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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