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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농촌, 남아있는 초고령의 어르신,
남아있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절대적 인력마저도 남아있기 쉽지 않습니다.
지속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후원이 필요합니다.
8월 마지막 이동장터입니다.
이번주 이동장터는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날도 날이지만, 준비하는 다른 일이 있어서 잠을 새벽녁에 계속 잤더니 몸이 많이 피곤했네요.
이동장터 할 때는 컨디션이 매우 좋아야합니다.
힘든 것보다도 어르신들 상대하는 일에,
좋은 기운을 전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운영자가 힘들면, 말도, 행동도 모두 거칠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동장터하는 주간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쩔수 없었던 이번주 마지막 장터.
돌아보니 실수가 많았던 장터였습니다.
다음주에 다시 나가게 되거든 더 많이 웃어드리는 장터를 해야겠다 싶습니다.
9시 20분,
지난번 콩나물 사간 어르신께서 오늘은 고등어 한 손사러 오셨습니다.
고등어가 좋다는 이야기들이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소문이 많이 나고 있습니다.
비리지 않고, 맛이 좋다는 어르신들.
간혹 저도 농협이나 축협같은 다른 곳에가서 고등어를 보는데도,
가격도 동일하거나 저희가 조금 더 저렴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읍내 나가서 고등어를 사갖고 들어오신다해도,
복귀하는 시간이 오래걸리다보니 고등어 상태가 변질되어서
맛이 바뀌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냉동과 신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식료품들이
이런 뜨거운 날씨에 외부에서 2시간 이상 있다는 것은 반드시 식재료에 변화가 올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9시 40분
회관에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계십니다.
점빵차량이 회관에 들리는것을 알기에 골목에서 기다리셨던 어르신들도 회관으로 오십니다.
그래서 회관에 직접 들어가서 물건 드리고자 합니다.
한 어르신은 지난주 주문하셨던 팥라면 주문하십니다.
다른 한 분은 제가 못갖다 드려서 추가로 드립니다.
그러더니 옆에 계시던 분도 "한 봉 더 있어?" 하시며 하나 더 달라고 하십니다.
옆에 계신분은 락스, 또 옆에 계신분은 당원, 미원, 또 그 옆은 콩나물 2개, 마지막 어르신은 계란 한 판.
모두 하나하나 적고 체크합니다.
그러곤 어르신들 모두 그리고 카드 잔액 조회를 부탁하십니다.
농민 직불금이 많이 남아있는 분도 계시기도 하고,
1차 민생회복지원금이 아직도 있기도 하고,
또 설 명절에 받았던 50만원이 아직도 있는분도 있습니다.
그걸 보시곤 한 어르신은
"저 양반 이름으로 회관에 아이스크림 한 번 쏘라해~!" 하며 웃습니다. 그러더니 그 어르신은
"아니, 내가 돈 쓸 줄 몰라서 안쓰나! 아껴서 쓰는거지~! 무슨 아이스크림!" 하시며 한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지원금 지출 금액 기한을 알려드리고 나섭니다.
기한 내 안쓰면 회수되다보니, 이왕이면 다 쓰실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10시,
오늘은 어르신께서 발걸음 가볍게 나오시고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집에서 지금 술판이 벌어졌어요~" 하시며
"새벽녘에 깨를 베어왔는데요~ 우리 시댁하고, 윗집하고 모두 다 같이 가서 하고 왔어요~"
"카스 두개만 주세요~" 하시는 어르신.
새벽녘에 힘든 작업을 가족분들하고 같이하고 술 한 잔 함께 기울이는 그 시간을 위해 술을 사가시는 어르신의 표정에
즐거움과 행복함이 보였습니다.
"많이 파세요~~" 하며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십니다.
10시 20분,
오늘은 어르신께서 오랜만에 사러 나오셨습니다.
"어찌 울집에 빈병 안갖고 간담?" 하시는 어르신.
그간 술을 잘 안사셔서 공병이 있을것이란 생각을 안했습니다.
어르신 댁에도 조금 있다는 공병,
공병 처리하고 반찬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보입니다.
다음주에 수거하겠다고 말씀드리며,
오늘은 바로 사시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밀가루, 간장, 콩나물 하나씩 사며 집으러 들어가십니다.
10시 23분,
회장님이 오랜만에 보입니다.
"반찬거리 있는가?" 하시며 이것저것 살피는 어르신.
두부, 고등어, 코다리 등을 말씀드리니 하나씩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추가로 더 무엇을 살지 보시다가
"내 맘에 드는게 안보이는 구만~" 하시며 먼저 고른것만 사가십니다.
맘에 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텐데,
어르신들의 맘속엔 어떤 식재료들이 있을까요~
11시 10분,
어르신이 수돗가서 손씻다가 장터 소리에 오십니다.
"어찌 오늘은 목욕차가 안오네?"
"원래 10시쯤에 왔는데.. 내가 그래서 밭일 하다가도 시간 맞춰왔는데 안오네." 하시는 어르신.
아마 사정이 생겼으면 전화도 했을텐데,
어르신께서는 밭일하느라고 못받으셨을수도 있기도 했을것이고,
아마 다른 사정이 있을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르신은 피존과 요구르트 빵, 돌자반을 사시며,
"내가 살것들 다 샀지~?" 하시며 한 번 더 체크하십니다.
11시 20분,
오늘은 시정에서 많이 모여계십니다.
회관에 안계시고 시정에 무슨일이 있는지 싶었는데,
시정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어르신 한 분은 한쪽에서 버너를 준비하고 계시고,
이장님은 아이스박스 2개를 머리에 짊어지고 오고 계시고,
또 식재료를 곳곳에서 공수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밥을 먹는 마음이 모인다는 것이,
공동체에서 중요한 구실로 생각됩니다.
각자 갖고 올 수 있는것을 조금씩 갖고와서 함께 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시정에 계시던 분들 중에서는 콩나물을 사기도 하며 조금씩 재료에 보태주십니다.
시정 뒷편에 사시는 어르신은 오늘도 두유와 당원 요구르트를 사십니다.
그러곤 간장도 2개나 사십니다.
장아찌 간장은 너무 시다고 하시며, 진간장을 넣는것이 좋다고 하시는 어르신,
식재료 구입을 매주마다 많이 해주십니다.
어르신들께는 식사 맛있게 드시라고 말씀드리며 나섭니다.
11시 30분,
회관에 어르신들께서 오늘은 소면을 서로 사시나보다 싶습니다.
한 어르신께서 소면 4개를 회관에 갖다 놔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더니 다른 어르신도 소면 4개, 또 다른 어르신도 소면 4개 도합 소면 12개를 사십니다.
회관에 식사를 함께해야하는데,
부식비로는 매일 할 수 없다보니 이렇게 조금씩 내어주십니다.
회관에서는 따로 구입하는 것으로는 화장지 한 통을 사시며 두루마리를 2개 꺼내십니다.
그러면서
"이것도 금방써~ 아껴써야해~~~" 하시며 조금만 꺼내라고 하십니다.
한 어머님은 오랜만에 얼굴을 뵜는데, 어머님이 부탁을 하십니다.
"이것 좀 면사무소에 갖다 줘~ 내가 가야하는데 통 갈 수가 없네."
아버님의 장애운전자 등록증이었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지난 7월달에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그간 슬픔을 모두 다 털으셨는지,
별일아닌듯 주십니다.
어머님께는 작은 위로를 드리며 물건을 챙겼습니다.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가려니,
"국수라도 한 그릇 먹고 가면 좋은데~" 하시며 이야기 건네십니다.
제가 앞니가 부러져서,
다 치료하고와서 밥먹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섭니다.
11시 50분,
집 앞 마당에 서계씨는 어르신.
오늘은 간식류를 사시고자 하시는지 보리과자를 고르시곤
"그 짭짤한거 그거 없어~?" 하십니다.
하얀색 쌀과자를 찾는 어르신이 있는반면,
초록색 봉투의 짭짤한과자를 찾는분도 계십니다.
이번엔 없지만 다음에 갖다드리겠다고하니,
초코파이도 찾으십니다.
여름이라 초코과자가 녹아 못갖고 다녀 이따 지나가는길에 내려놓겠다고 하니,
"암~ 초코가 녹긴 하겠지~ 고마워~~" 하며 물건값 주십니다.
13시 30분,
회관에 방문했습니다.
어르신들 분위기가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두부 단골 어르신의 건강상태 소식을 전하며,
다른 소식이 들리게 되면 함께 공유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오늘 선사할 것이 있다며 그 집에 술 한 박스 놔달라고 하십니다.
마을 총무님 집입니다.
총무님이 마을에서 여러일을 함께 잘 돕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은
잔돈을 다 털고 내시더니, 지난번에 주문하셨던 요플레 2봉지를 갖고가십니다.
늘 좋은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던지는 어르신의 부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는데,
해당 회관에 어떤 활동을 넣으면 좋을지 고민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4시 30분,
어르신께서는
"아니 이 앞에 있었는데, 못봤어~?" 하십니다.
집으로가서 확인하는 제 모습보며 이야기하십니다.
어르신께서 막걸리사는 양이 2병에서 4병으로 늘었습니다.
무슨일이지 싶었지만,
아마도 조카에서 줄 2병, 그리고 약에 쓸 2병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14시 40분,
오늘 쉼터에는 신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고등어 외상값이 줄지어 있었지만 다음으로 생각합니다.
끝집 어르신은
오늘 두유와 부침가루 그리고 비타500 한 박스를 주문하십니다.
점빵차에 없는 것들은 따로 배달이 바로 가능합니다.
어르신들께 늘 이야기합니다.
매장에 있는 물건들도 다 잘 기억해둬야합니다.
한켠에 쌓여있는 공병값들 체크하면서
담주에 챙기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섭니다.
돌아가는 길
어르신이 걸어 나오십니다.
손짓을 못볼뻔했지만 어르신 손짓보고 섭니다.
어르신은 모기약 3통을 주문하십니다.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점빵 차량,
한 번에 2~3개는 기본입니다.
물건 드리고 나서는 길,
며느리님이 썬글라스 끼고 오토바이타고 오는 모습을 봅니다.
고개를 살짝 하며 인사하고 지나갑니다.
14시 50분,
시정에 앉아계시는 남자 어르신들,
건너편 집에 가보라는 손짓을 주십니다.
지난번에도 못샀던 어르신.
오늘은 콩나물 2개를 구입하십니다.
회관에 모일 구실이 없다보니,
다들 집에주로 많이 계십니다.
집집마다 모두 들리기는 어려운법.
그래도 잊지 않고 점빵차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15시,
당산 뒷집 이모님, 이번주도 보이셔서 오래 계시네요 말씀드리니,
"아 지난번에 서울 갔다왔어요~" 하십니다.
이렇게 자주 보니, 정말 이곳에 사는것 같습니다.
이모님은 회관에 드실것으로 강냉이와 포카리 캔 10개 음료 간식으로 사주십니다.
그러곤 종이컵도 한 박스 추가로 삽니다.
카스 어르신은
오늘도 카스 한 박스, 밀가루 한개 추가로 사십니다.
동태 단골 어르신은
지난주 6마리 산것으로 이번주는 넘어갑니다.
"이제는 이주에 6마리씩 사려고~"
그래도 주3마리 사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어르신들 물건 모두 챙겨드리고, 나서봅니다.
15시 20분,
회관에 밀차가 없어 어르신댁에 들렸습니다.
어르신 댁 침대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아~ 에어컨이 이쪽에 있어서 위치를 바꿨네."
지난주에 정장입은 남자 분이 있어서,
누구신가 여쭤봤더니 아들이라고 하십니다.
혹시나 싶어서, 그냥 지나갔다고 하니, 잘했다고 하십니다.
어르신의 주거환경을 신경쓰고 도와주시는 가족이 있어 다행입니다.
어르신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신것 같아 좋습니다.
오늘도 맛난거 사자는 어르신의 말씀에
괜찮다고 말씀드리며,
필요한것 있을 때 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맛난거 사자~ 는 말씀이
너희 장사 도와줄께~ 라고 들립니다.
그런 어르신의 마음이 참 감사합니다.
15시 35분,
이후 오후에는 동네분들이 안보입니다.
어르신들 집도 문이 잠겨있고, 다들 나가신듯 싶습니다.
마지막 마을 어르신 댁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쯤 문을 두들겨볼까 싶지만서도,
굳게 닫혀있는 문을 보면 지나가게 됩니다.
해가 갈수록 실 거주 이용자는 줄어들것입니다.
매출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야하고, 운영되어야겠지요.
사람사는 지역,
살고 싶은 지역, 살만한 지역이 되기 위해서,
누군가는 수고로움을 조금 더 할 수 있어야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