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선흘곶자왈로
수원, 공주시 교류도시 서포터즈와 함께한 장소는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이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들고 메모지와 볼펜까지 잡은 손, 빈손이 하나 없다. 비바람은 아랑곳 않고 열심히 해설하는 해설 선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문맥이 안 맞을까 노심초사 하며 가까이 더 가까이로 접근하여 듣다가 녹음도 하고, 필기도 하고, 우산은 바람에 날리고 정신이 없다.
람사르는 이란 도시명칭이다. 람사르 습지 보전을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많은 나라가 동참하고 있는 것이며, 환경을 말할 때 람사르습지에 가입 되었나, 지정 되었나로 평가할 만큼 관심도가 매우 높다.
선흘곶자왈은 크고, 작은 암괴, 나무, 덩굴성 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아주 독특한 지형으로 연중 온도변화도 적고 미기후 덕분에 남방, 북방한계선 식물도 공존하는 지역이다. 도토리가 열리는 상록수인 가시나무 종류가 우거져 사철 푸르러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방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었다. 또 2011년에는 동백동산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고, 2013년 전국생태관광도시, 2014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 곶자왈에는 아름다움만이 간직된 곳은 아니다. 제주도 어느 곶자왈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선흘곶자왈은 1948년 11월 23~26년 거센 태풍이 몰아친 날이다. 제주4·3광풍이 몰아칠 무렵 목시물굴에 은신했던 선흘리 주민들이 발각이 되어 비참하게 죽음을 당해야 했던 암흑 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고르난 알아들엄싱가?
선흘 동백동산 람사르습지 해설사로 근무하는 조영균 해설사가 정말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자연을 말하다 때로는 문화 또는 인문학적 접근으로 갔다가 화산과 용암의 분출로 이어지기도 하고 알아듣기 쉽고 간단명료하게 해설을 해주셔서 타 지역에 기자단들도 귀가 솔깃했다고 한다.
곶자왈해설을 들으니 제주도민들은 당시에 이런 자연이 주는 해택을 너무 많이 받아서 오늘날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 같다고 하였다.
먼물깍
마을에서 멀리 끝에 있는 장소에 자연연못이 ‘먼물깍’이다. 너른 암반위에 물이 고여 잘 마르지 않고 과거에 우마급수용으로 많이 활용한 물이며 수생식물과 많은 수생곤충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연못이다. 초여름이 가까워지면 고랭이, 순채, 마름이 물위에 우거져 힘이 약한 곤충들 은신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탐방객들 눈을 호강시켜 주기도 하는데 더구나 주변에는 희귀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이 군락을 이루고 살아가며 가끔은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비바리뱀도 만날 수 있다. 물가를 떠나 숲속으로 들어가면 온갖 버섯들이 우산을 쓰고 앉아서 오고 가는 손님들 안부를 묻기도 한다. 굵은 나무에는 콩짜개식물이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으며 아래에는 양치식물들과 환경부 보호 종인 겨울딸기 외에 덩굴성 식물들이 높은 나무를 휘감아 자기 집인 양 자리를 잡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별의 순간
약 2시간정도 걸으며 제주의 곶자왈에 대하여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다. 비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소리 없이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제주의 역사문화, 자연의 가치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머리에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 참석자 16명 모두 좋아한다. 정말 좋은 공부 했다고 하면서 행사 마무리 하고 바로 SNS로 날리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참석자 모든 분들께 그저 고마울 뿐이고 해설해 주신 조선생님 오래도록 곶자왈 잘 지켜줍써양하며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를 향하였다. 건강한 숲은 우리들이 매일 마시는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 주고 제주사람들에게 절대절명의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이기도 하다. 거슬리고 개발하면 우리 먼 미래에 후손들은 이 땅에 살 수 없으니 함께 곶자왈을 사랑하자!
람사르습지 협약
20세기 중반까지도 습지는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되어 많은 습지가 매립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1980년대에 이르러 습지의 훼손과 이로 인한 물새들 개체수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71년 2월 2일 ‘물새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이라는 정식명칭을 가진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이 체결된다. 이란의 람사르라는 도시에서 체결된 이 협약은 이후 ‘람사르 협약’이라고 부르게 된다.
처음에는 물새서식지로서 가지는 습지의 가치가 부각되었으니 지속적으로 습지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생태적, 경제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람사르 협약은 점차 그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지금은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를 등록하여 관리체계로 가면서 인간에게 주는 혜택과 문화적인 가치까지 보전하기 위해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순천에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가 있을 정도로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것이 람사르 습지보호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