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8월
김인희
여름방학이 되면
호미 들고 고추밭에 앉아 김매고
콩밭으로 옮겨 앉으며
정수리에 내리꽂는 불볕 태양을 원망했다
소나기가 내리면
밭둑 감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면서
나는 투덜대고 아버지는 금방 해가 난다고 달래고
소나기 그치고 다시 밭고랑에 앉으면
하늘에 드리운 포물선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떴다
대청마루 밑으로 이사 온 하지감자
더위에 파랗게 떨고 있던 여름밤
아버지는 황톳빛 마당에 모깃불을 지피고
어머니는 감자와 이 빠진 옥수수를 쪘다
네모 반듯한 밀짚 멍석에 둘러앉아
여름을 먹으며 여름을 지내던 8월
나는 가녀린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어머니가 들려주는 견우직녀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사랑한 이유로 이별의 형벌을 받은 연인
칠석날 만나 헤어지는 연인의 눈물이 비가 되었다는
성근 밀짚 멍석이 등을 까끌까끌 자극하는 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레나데에 취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무리를 가슴에 안고
무지개 타고 천상의 연인에게 가는 꿈을 꾸었다
내 고향 8월
아버지의 구릿빛 팔뚝이 모깃불을 지피고
어머니는 사랑을 속삭이고
별을 사랑한 계집아이가 웃고 있다
※ 詩作 노트
가끔 카톡으로 詩를 보내오는 詩人과의 인연
그 詩人이 '내 고향 8월' 이라는 자작시를 보내왔다.
즉석에서 같은 詩題로 答詩를 지어 보냈다.
그렇게 詩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귀한 인연이 되었다.
詩로 맺은 인연에 감사드린다.
첫댓글
내 고향의 내용을 잃은 MZ세대들
내 고향은 닭장 같은 아파트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는 세대이기도 하겠지요
영원님은 가난한 시골이지만
많은 추억거리가 있어
오늘의 시인의 보고가 되겠지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MZ세대들의 고향에 대한 말씀이 처연해집니다.
선생님께서도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어요.
감사합니다. ^^
영원 샘 !
8월의 내고향은 어릴적
내 고향과 너무 닮았네요
8월 땡볕에 감자캐서
마당에 멍석깔고 모기불 피워
벌래쫗고 감자 구워먹으며
하늘의 별을 세어보던
어린시절 꿈같이 생생하네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선생님!
고향은 어디인가요?
그 시절보다 풍족해졌으나
마음은 허전하고 궁핍합니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