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 진지하게 도전할 모양이다. 당초 양키스가 협상에 나섰던 게릿 콜(27)을 1대4 트레이드로 데리고 왔다. 40인 로스터에 있는 세 선수(머스그로브 모란 펠리스)를 내줬지만, 포레스트 위틀리(우완) 카일 터커(외야수) 같은 유망주들은 지켰다. 이로써 휴스턴은 지난해보다 더 두터운 선발진을 만들어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인사이드MLB] 휴스턴행 게릿 콜, 돌파구 찾아낼까
콜은 피츠버그가 금지옥엽으로 키운 투수였다. 1882년에 창단한 피츠버그는 긴 역사에 비해 이렇다 할 에이스가 없었다. 피츠버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도 1960년 번 로(20승9패 3.08)와 1990년 덕 드레이벡(22승6패 2.76) 뿐이었으며,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7명의 선수도 모두 야수였다.
피츠버그는 콜로 인해 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길 바랐다. 구위에 비해 출발이 미적지근 했던 콜은 2015년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19승8패 2.60을 기록하고 데뷔 첫 200이닝(208.0이닝)도 돌파했다. 2013년 데뷔 후 쌓은 승리 기여도(fWAR) 15.9는 같은 기간 팀 2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8.6)보다 거의 두 배가 높았다. 피츠버그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투수나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드는 저마다 최적의 시기가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피츠버그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콜이 2016년 어깨 부상으로 고생한 데 이어(116.0이닝) 작년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12승12패 4.26).
피홈런 고민을 안게 된 것이 문제였다. 콜은 2016년까지 통산 9이닝 피홈런 수가 0.56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피홈런 억제를 잘해왔다(홈런/플라이볼 7.6%). 하지만 지난해에는 홈런의 시대가 도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9이닝 피홈런 수 1.37개는 규정이닝을 채운 내셔널리그 31명 가운데 8번째로 많았다. 홈런/플라이볼 비율 15.9%는 클레이튼 리차드(19.4%) 존 래키(18.2%) 카를로스 마르티네스(16.4%) 제이콥 디그롬(16.1%)만이 콜보다 높았다(클레이튼 커쇼 15.9%).
2017 콜의 구종별 피홈런 수
포심 - 15개
투심 - 3개
슬라 - 6개
체인 - 4개
커브 - 3개

포심 패스트볼이 주범이었다. 리그에서 맷 무어(18개) 아미르 개럿, 존 래키, 팀 애들먼(이상 16개) 다음으로 포심 피홈런이 많았다. 15개 중 11개를 좌타자에게 내줬으며 루카스 두다한테만 세 방을 얻어맞았다(사진). 2016년까지 통산 .377였던 포심 피장타율도 지난해 .469로 뛰어올랐다. 구사율이 가장 높은 포심의 장타 허용률이 급증하다 보니 성적이 좋을 수가 없었다.
구속은 여전히 빨랐다. 평균 96.4마일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96.7마일)와 별 차이가 없는 리그 2위였다.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99마일을 찍은 콜은 포심 하나로도 리그를 평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매년 오르면서 단순히 빠르기만 한 공은 더이상 차별화된 공이 아니었다. 콜에게는 존 구석으로 찔러넣는 커맨드가 없었다. 투박하게 정면 승부를 거는 유형인데, 속도전에 익숙해지고 있는 타자들은 기꺼이 이 승부를 받아들였다.
콜이 던지는 포심의 최대 약점은 바로 분당 회전수(rpm)다. <스탯캐스트>가 회전수를 수집한 2015년 이후 콜의 포심 회전수는 항상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콜의 포심 평균 분당 회전수 (리그 평균)
2015 - 2157회 (2255회)
2016 - 2182회 (2267회)
2017 - 2165회 (2238회)
포심은 회전수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포심의 회전수와 헛스윙률이 비례한다는 것은 기록적으로 증명됐다. <팬그래프> 제프 짐머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전수 2400회의 90마일 패스트볼이 회전수 2100회의 96마일 패스트볼보다 헛스윙률이 더 높다(전자 7.5% 후자 7.4%). 후자에 해당하는 투수가 콜이라면, 전자는 리치 힐이 속해 있는 집단이다(힐 평균 구속 89.2마일, 회전수 2470회). 실제로 힐은 포심 구사율이 콜보다 더 높지만 피안타율은 훨씬 낮다.
힐과 콜의 포심 비교
힐 [구사율] 54.8% [피안타율] .177
콜 [구사율] 41.9% [피안타율] .267
콜은 포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투수다. 아마추어 시절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포심 덕분이었다. 그 옛날 월터 존슨이 포심으로 리그를 지배했을 때 빅 트레인이라고 불렸다. 2년 전 작고한 피츠버그 담당 기자 톰 싱어는 콜에게 콜 트레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콜은 이 별명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각종 분석을 통해 콜의 포심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천적인 훈련으로 회전수를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회전수도 구속처럼 타고나는 부분이다). 콜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낮은 포심 구사율을 기록한 동시에 체인지업 발전에 힘을 쓴 배경이다(체인지업 구사율 5.4→10.5%).
흥미로운 것은 콜을 영입한 휴스턴의 기조다. 휴스턴은 포심이 레퍼토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무너뜨린 팀이다. 지난 5년 간 포심을 가장 적게 던진 팀이 바로 휴스턴이다(29.6%). 휴스턴은 포심이야말로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좋은 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년 연속 오르고 있는 포심의 피안타율(.291→.293→.296)과 피장타율(.438→.452→.468)이 휴스턴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휴스턴은 다른 방법을 토대로 투수들을 수집했다. [관련 기사]
빠른 공의 환상에서 벗어난 휴스턴이 콜의 포심에 매력을 느꼈을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주목해야 될 공은 슬라이더 커브 같은 브레이킹볼이다. 최고 시즌을 보낸 2015년, 당시 콜은 포심(50.9%)과 함께 슬라이더를 중용하면서 톡톡한 재미를 봤다(21.4%).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230로, 특히 몸쪽을 파고드는 좌타자에게 더 효과적이었다(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 .212).
그러나 콜은 이듬해 슬라이더 구사율을 다소 낮췄다(17.9%). 대신 다른 구종을 활용하면서 레퍼토리의 다양화를 꾀했다. 만약 슬라이더를 감춘 이유가 팔꿈치 부상 여파 때문이 아니라면 휴스턴에서 콜의 슬라이더는 다시 빛을 발휘할 수 있다. 휴스턴은 양키스(23.2%)에 이어 슬라이더 구사율이 두 번째로 높은 팀(21.6%). 그만큼 슬라이더 활용법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콜이 롤모델로 삼아야 할 저스틴 벌랜더도 이적 후 슬라이더가 더 날카로워졌다(피안타율 .241→.154).
또 다른 변수는 커브다. 콜은 2014년만 해도 슬라이더보다 커브를 더 즐겨던졌다(슬라이더 13.7% 커브 14.6%). 하지만 슬라이더를 본격적으로 내세우고 나서 커브는 보여주는 구종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난해 커브의 입지에 변화가 일어났다. 두 시즌 내내 한 자릿수에 그쳤던 커브 구사율이 3년만에 두 자릿수를 넘겼다(7.8→9.9→12.3%). 고무적인 사실은 콜의 커브 회전수는 포심과 달리 리그 평균(2489회)보다 높았다는 것(2666회). 랜스 매컬러스와 찰리 모튼(이상 2874회)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는 조건은 갖췄다. 한편 제프 짐머맨의 자료에 따르면 타자들의 헛스윙 비율은 회전수 높은 포심 다음 회전수 높은 커브가 오는 것보다, 회전수 낮은 포심 다음에 회전수 높은 커브가 오는 것이 더 뛰어났다.
볼배합에 따른 헛스윙 비율 (팬그래프닷컴)
12.5% (회전수 높은 포심→높은 커브)
13.3% (회전수 높은 포심→낮은 커브)
16.1% (회전수 낮은 포심→높은 커브)
14.0% (회전수 낮은 포심→낮은 커브)
커브에 입각했을 때 콜의 나침반이 되어줘야 할 선수는 역시 모튼이다. 2009년부터 7년 간 피츠버그에 몸담았던 모튼은 콜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과 최고 시즌을 모두 지켜봤다. 구속이 크게 오르면서 이제는 콜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로도 변신. 휴스턴에서 자신감을 찾았다고 밝힌 모튼이 콜의 적응에 도움을 준다면 휴스턴이 원하는 그림은 좀더 쉽게 그려질 전망이다.
반등을 노리는 콜은 어떤 투수로 재탄생할까. 팀 성향에 맞는 브레이킹볼 위주의 투수가 될지 아니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포심이 극적으로 되살아날지 지켜볼 필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