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퇴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것으로는 믿기지 않는, 레임덕 상황속에서도 불사조처럼 부활하시는 우리 가카를 바라보며 이 분이 정말 달인은 달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어디까지 생각하고, 어디까지 수를 보면 저런 것들이 나오는가 싶은 것들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최근 꼼수 하나는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을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전에 가카께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미 읽으시고 지난해 초 작전계획, 이른바 국방개혁 307이란 걸 수립하셨습니다. 그리고 국방부장관은 물론 각군 참모총장, 야전군의 꽃인 1군 사령관 등 군의 요직들은 이미 가카의 사람으로 채워졌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본, 군도 아닌 자위대와의 군사협정? 가카께서 이렇게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추진하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일본'이 관계된 사항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대놓고 무시하고 나갈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의 기대밖의 결과가 가카에게 어느정도 '바람을 불어넣었을' 수는 있지만, 군대에도 안 갔다 오신 가카께서 굳이 이렇게 무리수를 쓰신다?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건 혹시 가카의 꼼수가 아니라 '미국의 꼼수' 아닌가? 이런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올해는 미국도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밋 롬니의 인기상승, 그리고 국민의 기대와 신뢰도에 제대로 화답하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클린턴 정부도 마지막엔 대북관계 개선을 말하며 올브라이트 장관을 북으로 보낸 파격행보를 한 바 있습니다. 만일 북의 핵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되고 이미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오바마가 '평화의 사도'로서 자기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면, 그의 대선 가도는 어느정도 평탄해지는 게 아닐까요.
저는 이 사태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소설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이제 천안함은 절대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그 자체로도 이미 동북아지역에 긴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남북간의 관계에서, 지금까지만으로도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셈이지만 이것은 거기에 쐐기를 박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일단은 북한에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 압박의 구체적인 내용은 뭘까요? 그것은 천안함을 두고 기뢰설을 슬슬 흘려온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의중에 나타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일 그레그 전 대사가 말하는 기뢰설을 기정 사실로 인정하게 될 경우, 그것은 사고의 주체를 흐리게 되지요. 북인지, 남인지, 중국인지, 오래전에 미국이 부설한건지, 천안함 사고의 주체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면서 진실을 흐리게 되고, 북이 지금 가지고 있는 '혐의'를 벗겨줄 수 있게 됩니다. 즉,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니 천안함을 기뢰폭파설로 가져가고, 북은 이 혐의자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6자회담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그러면서 진실은 유야무야되겠지요.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되어 버리니.
이것은 북한엔 당근이 되는 것이겠죠. 미국, 중국, 러시아등 북한 주변의 강국들의 공통적인 이해는 북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입니다. 지금 6자회담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논의될 수 있는 공통분모는 북한의 핵입니다. 그리고 그 동상이몽이란 분자는 서로 다른 분수인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은 채찍인 셈입니다. 위협용이죠. 만일 까불면 휘두르겠다는. 짐작컨대, 지금 북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모두 체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까지가 국제적인 관계에서 추론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제 문제는 국내 상황입니다. 가카 쪽에서 보기에 야당이 지금처럼 힘없이 치고나오지도 못하고 저렇게 그냥 '찌그러져' 있는 상황이고, 박근혜 쪽과의 약속이 잘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즉, 가카께서 퇴임하신 후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싱가폴로 가시든 아니면 사저로 돌아가셔도 별 탈 없는 상황이 된다면, 가카께서 임명하신 군 관계자들도 아무일 없던 것처럼 임기를 마치던가 아니면 가카와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이 만일 어떤 식으로라도, 가카가 생각하는 상황과는 매우 다른, 혹은 우리가 기대하는 상황으로 진행된다면 지금의 최악의 남북관계 아래서, 또 미국이 설정해 놓은(것으로 추정되는) 한미관계는 오래전 월남전 당시의 '삼시계획', 이른바 '미쯔야 계획'의 연장선상에 놓이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삼시계획, 일명 미쓰야 계획에 대한 이야기는 구글링해보시면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옵니다만, '다시 쓰는 현대사' 에서 박세길 님도 제기했던 문제이고, 실제로 일본의 정치인의 입에서 폭로되어 나온 이야기이도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대략 이정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일본군 한반도 재출병 시나리오
지금 돌아가는 일련의 상황들, 특히 한일간의 급속한 결속,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과 관련한 주변국의 반응들, 여기에 국내 정치상황들까지를 모두 연결해서 보았을 때 천안함 사건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이 정권 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봐야 하고, 아주 만약에 이 정부가 불순한 의도로 군을 움직이고자 할 경우, 한-일간의 군사관계의 급속한 접근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당사자 국가들만의 의도에서만 비롯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상황에선 국내 정치 상황과의 연계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말기까지, 계속 드러나고 있는 이 정권의 치부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연이은 소환과 구속,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압박을 받지 않는 듯한 이 정권의 행보의 뒤에는 열강들의 자기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있진 않은건지 의심되는 상황 전개 속에서, 우리는 총선의 아픔을 극복하고 정치적인 각성들을 이루고 시민들간의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상황이 이상하게도 '구한말'을 연상시키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진정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는, 그런 시대입니다. 미국의 이해나 정권의 이해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혹이나 전쟁의 참화가 다시 찾아오거나, 유신 시대의 망령이 다시 되살아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극 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
출처: Seattle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권종상
첫댓글 구한말의 상황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것은 실로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현정권의 하는 짓에서 일진회나 이완용 내각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요. '부패와 무능' 그것이 오늘날 한국에서 '보수'라는 이름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반민족의 이름을 더해야 할 것입니다.
이젠 그들은 자신들이 '타도'의 대상임을 분명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