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드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102
일시 : 2020년 2월 28일
장소 : 예람센터
1.
아이고 아이고
세 명뿐이다. 셋은 기간이 끝나 퇴소하고, 둘은 무단이탈이란다. 눈여겨 보던 아이가 이탈했다. 아아....
2.
들어서는데 표정이 좋지 않다. 내가 온다고 갑자기 영화 보고 글을 써야 했다. 마침 졸리는 시간인 2시. 좋아하는 영화인데도 재미없고, 내게 은근히 약오른 듯. 아이코.
영화 제목도 틀리게 쓴 아이도 있고, 주인공 이름도 엉뚱하게 쓰기도 했다. 아이코
간단하게 쓴 글 보다는 대화를 나눈 것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3.
먼저, 왜 이탈하니?
1) 낮밤이 바뀐 생활하다가 여기서 낮에는 졸립고, 밤에는 멀뚱멀뚱한, 그런 식의 생활 패턴이 싫다.
2) 갇혀 있어서 답답하다.
3) 희망고문 : 소년원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는데, 여기는 할 수 있을 듯이 보이는데 하면 안 되니까.
4) 남자 친구를 못 봄.
나: 며칠?
너: 5일요.
나: 얼마 동안 사귀었니?
너: 20일요
나: 헐
4.
“나도 힘들지만 잘 이겨내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빈’이의 마지막 문장을 실마리 삼아 몇 가지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잘 산다는 것이 뭐니?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A의 대답
⑴ 여기서 퇴소하고 ⑵ 앞으로 사고 안 치고, ⑶ 공부 열심히 해서 인문계 가고, ⑷ 대학 가서 간호사 되는 거요.
B의 대답
떳떳하게 사는 거요
그게 뭔 말? 내가 내 자신에게 떳떳하다는 뜻?
네, 물론 사고도 안 치고요.
구체적인 것을 싫어한단다. 더는 물어보지 못함.
C의 대답
⑴ 이래라, 저래라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는 잔소리와 충고를 듣지 않는 것, ⑵ 퇴소하는 것, ⑶ 미용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⑷ 해 보고 싶은 것을 해 보는 것.
나: 그럼 해 보고 싶은 게 뭐가 있는데?
너: 엄마랑 단 둘이서 해외 여행 가는 거요.
나: 왜 단 둘이서?
너: 엄마가 나랑 뭘 하자고 한 게 있는데 제대로 한 적이 없거든요.
나: 예를 들면?
너: 둘이서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했는데, 친구들하고 볼 거라고 안 갔어요.
나: 또?
너: 근사한 카페 가서 커피 마시자고 했는데, 집에 있는 커피 타서 먹으라고 했어요, 엄마한테.
5.
1) 영화의 제목 ‘블라인드 사이드’는 검색해 보니 럭비 용어다.
숙어적 의미로는 잘 안 보이는 쪽이고, 약점, 기습 공격 등의 뜻을 갖고 있다.
2) 아이들이 한 편으로는 너무 한쪽만 본다. 하고 싶은 것, 즉각적인 삶을 산다. 그게 안타깝다. 다른 쪽도 봐야 하는데.
영화나 책, 저자와의 만남, 인문학 캠프를 통해서,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러나 분명이 존재하는 것, 그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 지금 당장 붙잡지는 못해도 그걸 잃으면 다 잃는 소중한 기준을 붙잡고 살았으면 좋겠다.
3) 그리고 그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그냥 엄마랑 영화관에 가고, 카페에 가는 것, 그런 것이다.
4) 마지막으로 잔소리, 꼰대 소리일지 모른데 한 마디 한다고 했다.
얘들아, 성공이란 말이지, 그리고 행복이란 말이지, 관계, 사이더라. 사이 좋게 지내는 것 말이야. 여기서 그리고 이곳과 사이좋게 지내다가 하루 빨리 떠나서 다시 오지 말거라.
그리고 어서 돌아오렴. 한쪽만 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