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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제전마을 → 전위봉 → 별뫼(매)산 → 전망바위 → 민재 → 가학산 → 암릉 → 노적봉 → 흑석산 이정목 → 깃대봉 → 바람재 → 은굴 → 흑석산자연휴양림'의 9.5km를 5시간 30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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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산[駕鶴山]
높이: 가학산 575m, 별매산 465m
위치: 전남 해남군 계곡면, 영암군
별매산에서 흑석산(黑石山)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우뚝 솟아 있는 가학산의 정상부는 거대한 돔형의 바위 봉으로 되어 있어 해발에 비해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가학산 정상은 평평하고 넓은 공터를 이루고 있으나 양쪽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월출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두륜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가학산 주 능선은 온통 바위 능선으로 되어 있어 등산로 이외 탈출로가 많지 않은 산이다.
별매산은 정상보다는 남동릉 상의 암봉과 암릉의 풍광이 뛰어나다. 밤하늘의 별 같은 형상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별뫼' 역시 이 암봉과 암릉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행 기점인 제전 마을에서 바라보는 별뫼산 암봉은 자연미도 빼어나지만, 그와 더불어 월출산을 위시해 강진 해남 일원의 산봉이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별매산 정상에서 가학산 정상에 이르기까지는 무명봉 두 개에 이어 암릉을 넘어서야 한다. 무명봉 두 개를 넘어설 때까지는 우거진 잡목이 성가시게 하지만, 마지막 암릉 구간에 들어서면서 자연 성벽 같은 남동 사면과 돔형의 가학산 정상이 가슴 벅차게 한다. 가학산 정상은 마치 월악산 영봉을 보는 듯 웅장하고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흑석산에서 가학산(577m), 별매산(465m)으로 이어진 능선은 영암 월출산의 여세가 남서로 뻗으며 솟구쳐놓은 산줄기로 기암들이 서로 엎치고 덮친 모양새가 멀리서 볼 때,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벌매산이라 부른다.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가 줄지어 얹힌 능선 곳곳에는 소나무들이 억세게 뿌리를 박고 있다.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는 일이 별로 없어 산행을 즐기기엔 문제가 없다. 또한 이 산은 기품 높은 난의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흑석산[黑石山]
높이: 652.5m
위치: 전남 해남군 계곡면
흑석산은 가학산(577m), 별매산(465m)으로 이어진 능선은 영암 월출산의 여세가 남서로 뻗으며 솟구쳐놓은 산줄기로 설악산 공룡능선을 뺨치는 암릉 풍치와 지리산의 일맥처럼 길게 뻗은 능선 줄기는 누구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지만 아직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물론 영암 월출산의 유명세에 밀려서다. 하지만 이 산은 기암들이 서로 엎치고 덮친 모양새가 멀리서 볼 때,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별매산이라 부른다.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가 줄지어 얹힌 능선 곳곳에는 소나무들이 억세게 뿌리를 박고 있다.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는 일이 별로 없어 산행을 즐기기엔 문제가 없다. 또한 이 산은 기품 높은 난의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갑진년 3월 마지막 주 화요일인 26일은 급조된 산행으로 해남 흑석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애초 이날은 여수 영취산을 갈 예정이었으나, 월요일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비를 동반한 강풍 소식에 신청자들의 취소가 이어져, 결국 성원에 미달해 산악회에서 산행 자체를 취소했다. 예정됐던 산행이 사라져, 생각지 못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일단을 그동안 미뤄뒀던 일정과 산행 계획을 정리하다가, 4월 16일 같은 화요일 해남 흑석산행을 신청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그 주도 화 해남 흑석산, 목 완주 위봉산, 토 광청종주가 연이어 있는 걸 발견하고, 정기산행인 광청종주를 조금 가벼운 산행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일 즉 3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출발하는 흑석산행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그 산행은 취소를 면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3월 26일 화 흑석산과 4월 16일 화 흑석산을 두고 어느 쪽이 좋을지 고민을 오랫동안 해서 기억에 남아 있었던 듯하다.
다행히 그 산행은 취소자가 있기는 했으나, 성원은 간신히 유지해 정상 출발이다. 영취산이 산행보다는 진달래가 목적이라면, 흑석산은 산행이 목적이라 비와 바람에 영향을 덜 받은 듯하다. 그리고 대장 포함 16명의 신청자 면면을 훑어봤다. 아는 사람이 꽤 된다. 그때 갑자기 여수 영취산 대신 해남 흑석산을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3주 후에 갈산이라면, 지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주가 정기산행으로 일정이 빡빡하니, 흑석산을 미리 다녀오면, 그 주 산행 일정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 해서, 급하게 흑석산에 관련된 자료 찾아봤다. 그리고 바로 신청했다. 신청하고 보니, 과거에 신청했다가 취소한 기록이 있다는 걸 알았다. 산행 준비는 여수 영취산에 오르려고 준비한 그대로 들고 가면 된다. 산악회 버스 출발 시간과 출발지도 같다! 당연히 목적지도 거의 비슷해 날씨도 같다. 말인즉 흑석산행을 위해 따로 준비할 게 없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날머리가 자연휴양림 내라 하산주 마실 식당이 없다는 거다.
2 – 1
6시 40분 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라, 4시 50분 알람을 맞추고 잤으나, 4시 반경 눈이 떠져 자리에서 일어나, 볼일을 보며, 밤사이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변동 사항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7시 출발인 목요 오지팀과는 달리 6시 40분 출발이라, 양재가 아닌 사당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며 보니, 맞아도 좋을 정도의 비가 아니라,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 쓰고 구산역으로 갔다. 그리고 구산역에서 5시 47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에서 사당행 열차로 갈아탄 후 6시 29분경 사당역에 도착해,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샀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가서 보니, 흑석산행 버스는 사각지대에 주차해 있어, 우산의 물기를 떨고 그대로 버스에 탔다. 옆자리 빈 좌석을 선택해 배낭을 놓을 공간이 충분했다. 물론 옆자리 바닥에!
예정된 시각에 공영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양재와 죽전, 신갈에 들러 나머지 승객을 태웠다, 하지만, 죽전과 신갈에서 타기로 했던 승객이 불참해, 최종 승객은 인솔 대장 포함 15명이다. 그중 한 명은 아예, 산악회비도 입금하지 않은 상태로 불참했는데, 산악회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진다. 이런 사실은 들머리에 도착해 안 거고, 실은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어, 버스가 가다 서기를 반복해 잠에서 깼다. 같은 속도를 진행하면 느끼지 못하는데, 속도를 높였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니 차가 덜컹거려 잠을 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해서 서리 낀 유리창을 손으로 닦고 밖을 보니, 고속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라, 지도 앱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논산천안고속도로로 차령터널 안에서 이삿짐 차량이 SUV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고속도로는 늘 터널에서 사고다. 와중에 사고 피해자 중 하나가 나로 2017년 9월 친구 차로 강진 덕룡, 주작산행을 위해 내려가다가 이번과 같은 차령터널에서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사고 지점을 지나자, 차량 통행이 뜸해져, 그동안 지체를 보상하겠다는 듯, 규정 속도 이상의 속도를 달리던 버스가 논산이 아니라, 급하게 좌회전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다시 지도 앱을 확인했다. 서천영덕고속도로로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한 경유로 생각된다. 그리고 9시 20분경 휴게소에 들어갔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차에서 내려보니, 아직 내리는 가랑비를 뚫고 화장실로 가며 보니, 백제부여 휴게소로 눈에 익다. 언제 왔었지? 어쨌든 볼일을 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와,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출발했음에도, 인솔 대장의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한 설명이 없다. 응? 그럼, 도착 직전에? 이 인솔 대장과는 첫 산행이라, 특징을 몰랐다. 예상대로 도착 20분 전 설명을 했는데, 암릉과 밧줄에 관한 얘기가 많고, 10km도 안 되는 거리에 5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책정한 건 산행이 쉽지 않아서라는 말로 끝냈다. 그리고 조금 지난 11시 36분 들머리인,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거로 보이는, 제전 간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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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직전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비나 물을 머금은 풀잎에 대비해,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고, 바람막이는 배낭에, 조끼는 버스 좌석 옆 옷걸이에 거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해서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배낭을 둘러메고 차에서 내려, 등산 앱을 기동했다. 그런데, 이게 바로 동작하는 게 아니라, 거의 1분 동안 광고 화면이라, 핸드폰을 집어 던질 뻔했다. 꾹 참고, 등산 앱을 백으로 옮기고, 앞에 보이는 암봉의 모습을 그사이 벌써 출발한 선두와 같이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입구에 있는 '별뫼산(星山) 등산 안내'도! 그런데, '별뫼'의 '뫼'가 산이라는 말이라, 벌뫼산은 초가집이나 역전앞과 같은 동어 반복이다. 사실 산에 다닐 때 지명을 보고 늘 생각하는 거지만, 산이나 고개의 이름을 선정할 때도 국어학자를 포함해야 한다.
이후 배경에서 돌고 있던 등산 앱을 전면으로 꺼내보니, 예상대로 정상 동작이라 현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89m, 이번 산행 최고 높이의 봉우리가 흑석산 정상으로 655m, 고도차는 566m로 생각보다는 높은 산이다. 고도차를 확인한 후, 앞에 보이는 삐죽삐죽 칼날같이 솟아난 암릉을 보며, 거의 후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 길을 따라가며, 설마 저 암릉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과적인 얘기로 '암릉을 탄다!', 예상과 달리 흑석산의 특징이 암릉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전진해, 11시 39분 임도로 들어서, 11시 40분 대나무숲 앞 별뫼 1.5km 이정표를 통과했다. 등산로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바위 능선 직전까지 이어진다. 물론 숲 중간중간 공터가 나오기도 하나, 거기에는 공통으로 무덤이 있었다.
11시 49분, 밧줄이 설치된 첫 바위에 도착해, 거기서부터 전위봉까지가 첫 암릉으로, 곳곳에 '들어가지 마세요, 위험' 경고문이 박힌 바위 전망대가 있다. 시야가 좋은 맑은 날이라면, 등산객이든 산꾼이든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가겠지만, 간간이 가랑비까지 내리는 비구름 속에서 그걸 무시하고 들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물론 곳곳에 밧줄 또는 바위에 'ㄷ' 자형의 철 구조물이 등산객이 쉽고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그나마 높이가 낮을 때는 아래로 조망이 트여 기록으로 남길 것도 있었으나, 전위봉이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해서는 아예 비구름 속이라, 시야가 반경 5m도 되지 않아, 기록이고 뭐고 남길 게 없어, 그저 앞만 보고 동영상만 촬영하고 갔다.
하산주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라서, 일찍 하산해 봐야, 멍때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유유자적 올라갔다. 그렇다고 페이스를 늦추면 오히려 산행이 힘들어, 등산로에서 벗어난 온갖 암릉을 다 기어다니고, 가지 말라는 곳에 가기도 하며 올라, 12시 14분 전위봉이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다. 생각되는 곳이라는 전제가 붙은 건 종이 지도에나 나오는 봉우리로 산 어디에도 표지가 없고, 등산 앱에는 아예 없는 봉우리라 그렇다. 그 봉우리에서 비구름 속에 갇힌 모습이 내가 사용하는 별명과 같은 별뫼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봉우리를 향해 비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2시 22분 코 앞에 별뫼가 있지만, 비구름 속이라 제대로 된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이번 산행 모든 봉우리의 공통된 모습이다. 어쨌든 그 봉우리로 향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갈림길이다. 거시 서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오른쪽은 땅끝기맥 밤재, 직진이 별뫼로 0.2km 거리다.
이정표에 의하면 200m에 불과한 거린데, 이정표에서부터 8분을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2분을 올라가서야 아무도 없고, 정상석 대신, 이정표 기둥에 명패도 아닌, '정상 해발 465m’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인 별뫼 정상에 도착했다. 어쨌든 그 이정표에 의하면 가학산, 흑석산은 우회전, 땅끝기맥은 좌회전이다. 아무도 없는 정상이라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은 후, 바로 좌회전해 다음 목표인 가학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20m가량 가자, 우리의 '준·희'의 '흑석지맥 분기점'이라는 표지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여기서부터 흑석지맥이다. 고로 별뫼는 흑석지맥에서 약간 벗어난 땅끝기맥 소속이다. 그 흑석지맥을 따라 그 이름이 있게 한 흑석산으로 향하며, 사당역표 김밥을 꺼냈다. 진작에 배가 고팠으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는 동안 먹을 수는 없어, 하산길에서 먹기 위해 비에 젖은 진달래로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고 여기까지 왔고, 이제부터 고개로 내려가는 길이라, 가쁜 게 숨을 몰아쉴 일은 없어서다.
가학산으로 향하는 능선 또한 암릉으로 중간중간 흙길이 있고, 그곳에는 비에 젖은 진달래가 반드시 있다. 12시 57분 우리의 '반바지'가 만들어 매단 표지가 있는 높이 345m의 '질재'를 통과하자, 비에 젖은 조리대 숲이 나타나 그것도 통과하자, 다시 암릉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을 거듭하며, 가학산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가학산은 아직 멀었고, 그 중간에 봉우리가 있다는 어떤 정보도 없어,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했다. '곰봉'이란다. 곰봉? 처음 듣는데? 어쨌든 동영상을 촬영하며, 암봉에 올랐으나, 어떠한 표지도 없다. 정상 표지를 설치하기 어려운 암봉이라, 그 밑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속 촬영하며, 가자, 예상대로 나무에 표지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은적봉'으로, '은적분맥 분기점'이란다. 즉 바로 가면 은적분맥이다. 그리고 곰봉이 아니라 은적봉이다.
은적분맥? 난 흑석지맥 산행 중인데? 해서 옆을 보니, 직진 방향으로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산악회 리본이 잔뜩 달린 등산로가 있다. 그래도 혹시나, 등산 앱의 지도도 확인했다. 점선이 은적분맥이다. 그때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좌회전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여기를 말하는 건데, 바로 앞에 가던 여성 산꾼이 안 보인다. 좌회전했으면 다행인데, 직진했으면 서로가 피곤해진다.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라, 앞만 보고 가는 등산객은 직진하기 좋은 갈림길이라, 그 여성만 직진했을 거 같지 않다. 어쨌든 좌회전해 가학산으로 향하며, 앞에 있기를 바랐지만, 없다. 그나마 다행은 몇 번 산행을 같이해 본 여성으로, 등산객이 아니라 산꾼이라는 거다. 그걸로 위안을 삼고, 주변의 야생화 등을 기록으로 남기며 길을 재촉해, 1시 44분 해발 365m의 흑석지맥 '민재'를 통과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는데, 잡는 부분이 끈적해 살펴보니, 피다. 응? 오른손 검지에서 피가 나고 있다. 좀 전 암벽을 기어 오다가 미끄러질 때 다친 거다. 당시는 충격으로 약간 통증만 있는 정도라 생각했는데, 상처가 난 건 몰랐다.
비에 젖은 진달래로 허기와 갈증을 해소하며 계속 전진하다가, 가학산이 얼마나 남았나, 지도를 확인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예상대로 급경사 암릉으로 바뀐다. 그런데, 분명 앞에 낮은 봉우리가 있는데, 올라가지 않고 우회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우회로로 갔다. 사실 그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이 안 보였다. 그리고 반대편에 도착하자, 그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고, 그 방향에서 내려온 산악회에서 깐 방향 지시가 있다. 그걸 보자, 흑석지맥 위 무명의 봉우리라 생각했다가, 감이 좋지 않아,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감이 맞았다. 단순한 우회로가 아니라, 흑석산기도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암릉으로 곳곳에 산꾼 아니, 암벽꾼이 설치한 거로 보이는 정확한 명칭을 모르는 받침대와 밧줄이 보여, 기분 좋게 접근하자,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암벽을 기어올랐으나, 조금 올라가자 도저히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갈 암벽이 아니라, 촬영을 중단하고 네발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직전에서 다시 촬영을 시작해 정상까지 갔다. 2시 14분경 가학산 정상으로 올라가며 보니, 주당 멤버가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게 보인다. 고로 정상에는 아무도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가학산 정상 또한 왼쪽으로 전망대가 보여 가봤다. 물론 뭘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간 건 아니고, 그저 전망대가 어떤지 궁금했다. 그리고 돌아와, 역시 암릉을 오르내리며 흑석산으로 향했다. 와중에 보리차로 목을 축이고, 에너지바로 당을 보충하기도 했다. 그렇게 달려, 2시 31분 가학산과 흑석산이 모두 0.5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하고, 계속 전진하자, 2시 44분경 앱이 흑석산 정상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고개를 넘자, 왼쪽으로 정상이고, 비구름 속 정상에 마치 프러포즈 하는 듯한 영상이 보인다. 정확히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 모습이다.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가학산에 막 내려갔던 주당 멤버와 이번에 처음 같이 한 여성 산꾼이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다가 반갑게 맞아주고 인증도 찍어준다. 이후 셋이 휴양림까지 같이 했다. 흑석산 정상에서 400m가량 내려가자, 휴양림 갈림길이다. 좌회전은 휴양림으로 직진은 바람재로 0.5km 거리다. 그리고 그 중간에 깃대봉이 있다는 게 두 산꾼이 알려준다. 깃대봉? 처음 듣는데? 지도상에는 바람재 다음 '전망'이라는 표기가 있어 그게 깃대봉이라 생각했다. 그럼, 바람재에서 왕복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것과 두 산꾼이 하는 얘기가 다르다. 여성 산꾼은 여기서 내려가고 싶은 눈치나,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둘은 바람재로 향했다. 그러자, 여성 산꾼도 마지못해 쫓아온다. 그리고 조금 올라가자,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으로 깃대봉이다. 거기서 서로 인증을 찍어줬다.
깃대봉에서 할 일을 다하고, 바람재로 내려가는데, 이제야 등산 앱이 깃대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응? 막 정상에서 내려왔는데, 어쨌든 정상 반경 50m 내라는 건 맞다! 뭐 꼭 올라갈 때만 동영상으로 기록할 이유도 없어, 이번에는 반대로 내려가며 동영상을 찍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가, 3시 9분 바람재에 도착했다. 갈림길로 이정표에 따르면, 좌회전은 휴양림으로 1.32km, 직진은 전망대로 0.3km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날씨가 좋아 시야가 트였다면, 당연히 전망대를 갔다 오겠지만, 지금은 그럴 환경이 아니라, 바람재에서 인증을 남기고 바로 휴양림으로 하산했다. 중간에 거의 폭포 수준의 은굴약수터 물맛을 보고, 일제강점기 은광이었다는 은굴을 구경하기도 하며 내려가, 3시 31분 이번 산행 처음으로 의자가 설치된 쉼터에 도착했다. 휴양림 내로, 다 왔다. 해발 294m의 흑석산 갈림길을 지나, 3시 35분 갑판 전망대가 있는 휴양림 갈림길을 지나, 3시 41분 휴양림 임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임도로 내려가, 생각보다 늦은 3시 48분경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 사실상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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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48분 버스가 주차해 있는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한쪽 구석에서 여성 산꾼이 늦은 점심인지 빵을 먹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 방향에서 남성 산꾼이 씻고 오면서, 샤워실에 뜨거운 물이 나오니 씻고 오라고 권한다. 고로 우리에 앞선 일행은 그 둘이다. 5시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12분가량,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길을 착각한 일행이 그 시간 내에 도착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뭘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해서 휴양림 관리사무소 주변을 구경하다가 버스에 타, 잠을 청했으나, 피곤하기는 한데, 잠이 오지 않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 가끔 창밖으로 일행이 도착하는 걸 확인했다. 다행히 길을 잃었던 일행을 포함해 모두가 5시가 되기 전 도착해, 예정된 마감 시각에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조금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어보니, 6시 36분이라, 지도 앱으로 현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잠을 청해,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의 10분간 휴식한다는 마이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 군산휴게소로 언젠가 왔었다! 도대체 고속도로상에 가보지 않은 휴게소가 있기는 할까? 어쨌든 화장실에 들른 후 편의점으로 가 식혜를 하나 사, 버스에 탔다. 식혜가 아니라, 강력 접착제 회사로 전업하는 게 좋을 거라 적극 권하고 있는 회사 제품이지만, 독점이라 대안이 없다. 잘 뽑았기를 빌며 뚜껑을 열어보니, 내부 마개에 변화가 생겼다. 소비자의 불만이 폭증했는지, 내용물 손상 방지를 위해 절대 열리지 않게 강력 접착제로 붙였던, 내부 마개를 열려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약한 접착제로 바꾼듯하다.
예상대로 마개가 쉽게 열러, 과거 이 회사 제품 식혜를 먹을 때면 늘 쌓였던 스트레스 없이, 한 병을 깨끗이 비우고 다시 잠을 청해 깨어보니, 논산천안고속도로로 세종시 옆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올 때와는 달리, 막힘없이 일정한 속도로 달려, 먼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다음으로 버스 전용 차로 마감 전인 8시 56분 양재역 국립외교원 앞에서 섰다. 갈 때는 양재 기준 4시간 48분 걸렸으나, 올 때는 3시간 58분밖에 안 걸린 게 역시 부주의한 운전자의 사고가, 도로상의 모든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내려야 할 정차장이라, 인솔 대장과 기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에서 내려, 역으로 가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집으로 향해, 10시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비구름 속 가랑비를 맞으며 '제전마을 → 전위봉 → 별뫼/별매산 → 전망바위 → 은적봉/곰봉 → 은적분맥 갈림길 → 민재 → 가학산 → 암릉 → 노적봉 → 흑석산 → 깃대봉 → 바람재 → 은굴 → 흑석산자연휴양림'의 9.6km(트랭글) 코스를 4시간 15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42분, 휴식 33분!
조망이 좋은 산으로 유명하나, 높이가 높아질수록 비구름 속이라, 반경 10m 주변도 보이지 않아 실망이 컸다. 물론 기상청 날씨 예보로 이미 예상했던 바라, 낙담할 정도는 아니었다.
흑석산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이 동행한 산행으로, 버스에서 내리면서부터 보이는 암릉에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고, 그건 흑석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손에 꼽을 정도의 바위산행이었다.
암릉 산행을 좋아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올라봐야 할 산이다. 비록 몇몇 산이 실망을 안겨주기는 해도, 그나마 산꾼과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이 믿을 만하다.
시야가 좋은 맑은 날, 조망과 암릉의 재미를 같이 즐기기 위해 다시 오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