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122] 가는 봄이여
가는 봄이여
마쓰오 바쇼
가는 봄이여
새 울고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
-마쓰오 바쇼(1644~1694) (김정례 옮김)
하이쿠(일본의 짧은 정형시)가 촘촘히 박혀있는 바쇼의 기행문 ‘오쿠로 가는 작은 길’을 다시 읽었다. 친하게 지내던 이들과 헤어져 여행을 떠나는 감회를 적은 ‘가는 봄이여’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눈물’이다. 바쇼의 글에는 ‘눈물’이 자주 나온다. 눈물이 많아지는 나이 46세에 제자 소라와 함께 에도(도쿄)를 떠난 바쇼는 2400킬로미터 먼 길을 걸어서 여행했다. ‘눈물’은 하급무사 출신 방랑시인 바쇼의 서민적 성정을 드러내는 특징일 수도 있다. ‘새 울고’로 자신의 울음을 감추고 얼마나 슬프면 물고기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을까.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
조용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울음 소리
-마쓰오 바쇼 (김정례 옮김)
얼마나 조용하면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이 들렸을까. 정적이 감도는 산사에 이르러 그가 읊은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 덕분에 유명해진 류사쿠 사에는 바쇼의 흔적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1년에 백만명이라니. 일본인들이 얼마나 하이쿠를 사랑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