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햇빛을 받아 싱그러운 비소를 건 낸다.
근처에는 하얀색의 긴 빨랫줄이 걸려있다.
곱게 털어진 빨래들이 줄 맞추어 걸려있는데, 그 모습이 줄 맞춘 장난감병정들을 생각나게 했다.
빨래를 다 넌 그녀는 이제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빨래 통을 들고 실내로 들어온다.
“할머니 뭐 찾아요?”
“아까 용재한테 전화가 왔단다.”
“그래서 또 오빠가 나두고 간 악보 찾는 거에요?”
“그렇단다.”
그녀의 얼굴이 잠깐 찡그려졌다.
나이도 그만큼 든 사람이 맨날 물건을 나두고 다니고, 연세도 지긋하신 할머니에게 가줘다 달라 하다니…
차라리 그녀가 있을 때 전화를 했다면 좋을 텐데 맨날 그녀가 없을 때만 전화를 하는 용재였다.
“내가 갔다 올게요. 할머니는 쉬고 계세요.”
아침부터 대청소를 한 그녀는 피곤하지도 않는지 자신이 가겠다며 먼지가 묻은 옷들을 갈아입고는 나간다.
“할머니 저녁 맛있는 것 해줘야 해.”
여름이라 그런지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뛰어다니면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머, 사아아니니. 요즘 날씨가 덥지?”
“네.”
“근데 어디 가는 길이야?”
“용재오빠가 또 악보를 두고 가서요.”
“아이구, 용재 걔는 맨날 왜 그런다니. 쯧쯧…… 나이도 너 보다 더 든 것이. 아무튼 잘 갔다 와.”
생선가게아주머니께서 생선을 다듬다가 그녀를 보시고는 인사를 건네신다.
그 밖에도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용재의 학교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금새 도착했다.
진짜 학교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무슨 학교가 이리 큰 것일까?
운동장만 해도 보통학교 한 체의 평수는 되는 것 같다.
실내 또한 깔끔한 게 좋았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구경한지 시간이 흘렀고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아야, 너 여기서 뭐해? 오빠 골탕먹이냐?”
“구경 좀 했지.”
용재가 안내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역시 예고답다고 해야 돼나?
시설이 무척이나 좋았다.
방음설치가 되어있는지 밖에서는 발자국소리하나 들려오지 않았고 그의 값나가는 바이올린 하나가 악보와 함께 위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처음 와보지? 우리나라에서 예고라고 하면 역시 여기가 좋지. 시설도 좋고. 졸업하면 여기로 들어와.”
“아, 난 별로……”
“네 실력 그 정도면 여기 들어와도 돼. 학비 때문에 그래? 그 정도는 우리 집에서 대줄 수도 있어.”
소파에 앉는 그녀를 보고 그는 아까의 장난끼 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 역시 이 곳이 음악을 하는데 최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부모님도 안개신데 할머니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하여 계속 큰집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비탈리의 샤콘느였다.
여러 대회에서도 대상과 동시에 여러 상을 탔을 정도로 용재의 실력은 대단했다.
그의 연주를 듣는 것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공부가 됐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 연주를 듣는 그녀는 아까 용재가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몇 십분 정도가 지나자 그의 연주가 끝이 났다.
“너무 깊이는 생각하지마. 난 그냥 네 연주실력을 그렇게 썩히고 싶지는 않거든.”
“괜찮아. 생각은 한 번 해볼게 오빠.”
“그래,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갈 때 같이 가자.”
“그만 가봐야지. 할머니도 집에 계신데.”
“어허, 어디 하늘 같은 오빠의 말씀을 어기시는 건가. 심심하면 오른쪽 끝 방에 가봐. 피아노 있을 거야.”
“하지만 마음대로 쳐도 될까?”
사아의 걱정스러운 말투.
그런 그녀에게 안심하고 치라고 한 뒤 용재는 한동안 또 연습에 열중했다.
걸음을 옮겨 오른쪽 끝 방으로 향하는 사아였다.
그가 조금이라고는 했지만 분명 지금까지의 그를 본다면 연습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다.
어쩌면 사아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는 연습에 몰두할 수도 있고.
그 것을 아는데도 기다린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다리라는 오빠의 말대로 기다리다가 5시간이 꼬박 흘러갔을 것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이 없었다.
용재의 바이올린 소리만 귀가에서 맴돌 뿐이었다.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가 사람이 없다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누군가가 있으니 놀랄 뿐이었다.
이 곳에 다닐 정도면 집에 피아노쯤은 있을 텐데 어찌 휴일에도 이 곳에 와서 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금방 지워버렸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창가에 서있기만 하던 사람이 피아노의자에 앉았다.
연주를 할 모양이다.
“그만 돌아…”
그녀가 말을 하며 몸을 트는데 멈추고 말았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다.
부드럽게 시작하는 곡.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분위기가 대조되는 듯한 느낌이다.
점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이 서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시계를 봤을 때는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넋을 놓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녀였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문뜩 낮의 일이 떠올랐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악기를 다루는 실력이 대단했었다.
천하의 그녀가 빠져들 정도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곡.
그녀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한 곡이었다.
웬만한 곡들은 다 쳐봤을 정도로 실력도 좋았고, 곡을 기억하는 기억력도 좋았다.
한 번만 들어도 이거다라고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아자신이었는데 그 곡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아노를 치던 사람이 작곡한 곡일 것이다.
궁금하다.
그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누군지 알려면 역시 그녀가 그 곳을 들어가는 것이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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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소닷에서는 글을 처음올리는 것 같네요
너무 설레요
그렇게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쓴다는 것이.
소설을 읽고 잘 못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말씀해주세요
조언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prologue도 읽어주는 센스 아시죠?
마지막으로, 소설이 언제 올라올지는 장담 못 합니다.
설마 아에 않올라 올 수도......농담..ㅋ
꼬릿말 달아주는 센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