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2016년 8월 26일의 일기, 감자 세 개
“아침이나 드셨는교?”
“못 먹었씸다. 근데, 그걸 왜 묻는교?”
“서울에서 오셨다면서요. 이 아침에 여기까지 오시려면, 집에서 새벽같이 나오셨을 것 같아서요.”
“아예 수사관을 하세요. 내가 대검찰청중앙수사부 수사관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런 경력의 내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질문을 툭 던지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아침 안 묵었다카만 우옐라꼬요?”
“우예긴 우예니껴, 좀 드릴라꼬 그라는 거지요.”
“뭘요? 뭘 줄라카는교?”
“감자 좀 드릴라꼬요. 저도 아침을 안 묵고 나왔는데, 대신에 감자를 푹 삶아 안 왔는교.”
“하이고, 미리 고맙다 카께예.”
대구 태전동 ‘더 트라움’아파트 B동 4층 분양사무실에서 만난 아파트 매수자의 엄마 곧 ‘나영이 엄마’와 나 사이에 나눈 잠깐 대화가 그랬다.
좀 모자라기는 했지만 김밥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웠음에도 아침을 못 먹었다고 한 것은, ‘아침이나 드셨는교?’라고 나영이 엄마가 내게 던진 그 질문에 이어지는 그 일련을 상황을 미리 넘겨짚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나영이 엄마가 내게 베푸는 그 정성을 온전하게 받아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였다.
“내 생전에 이키나 맛있는 감자는 처음 먹어보네요.”
감자 한 개를 덥석 집어 들어, 껍질도 안 벗긴 채 그냥 한 입 물어먹으면서, 내 한 말이 그랬다.
감사함의 표시를 확실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뜨거운 걸 우예 그리 잘 자시는교?”
그리 말하는 나영이 엄마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하도 맛 있어노이, 뜨거운 것도 모르겠네예.”
내 그리 답했다.
뜨거운 것을 내 모를 리 없다.
후후 불면서 먹는 내 모습으로, 뿌듯한 감동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뜨거운 것은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감자 세 개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때였다.
나영이 엄마가 이렇게 내게 한 마디 건넸다.
“제가 쪄온 감자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너무 좋네예. 중구청 가실 거죠? 제가 거기까지 모셔다 드릴 게요.”
거래신고를 하고 취득세 납부고지를 받아야했기 때문에, 당연히 중구청을 들러야 했다.
그래서 어차피 택시를 잡아 타야할 형편이었는데, 나영이 엄마가 자기 차를 운전해서 나를 중구청까지 데리고 가 주겠다는 것이었다.
10,000원쯤 택시비가 드는 거리였다.
그 택시비, 그렇듯 딱 감자 세 개 먹어 준, 그 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