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운명(運命)-16*
"혜정아. 이제 일어나야 돼. 곧 피어슨 공항에 도착한다."
"에이잉~ 나 토론토를 하늘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럼 어서 밑을 봐라. 아마도 저 아래가 브램톤일거고 우린 동쪽으로 더 가서 윗삐나 오샤와에서 돌아
서서히 마캄을 지나 노스욕을 또 지나 유티를 지나서 공항 활주로에 내릴거다. 싫도록 봐 둬라."
"제임스. 왜 그렇게 빙빙 돈 데요? 혜정이 잘 보라고 그러는 거지요?"
그러면서 혜정이는 몸을 도려 창가에 얼굴을 대고 맑은 하늘 아래를 보고 있었다. 눈덮힌 토론토는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펼쳐져 있었다. 토론토를 보며 환호하는 혜정을 잡고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이제 곧 도착하고 우리는 다시 라버레도 시티행 비행기를 찾아 타야 한다.
"헤이! 제임스. 이것 봐요. 캐나다에서 코비드-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어요. 봐요."
그 사이 핸드폰에서 뉴스를 보다가 놀라 나에게 보라며 내 밀었다.
"우리가 라버레도에 도착하면 저희 병원에서 당신, 제임스를 당장 백신을 맞게 할거예요. 저도 같이
맞을 거고요. 아. 정말 잘됐어요. 어서가야 하는데…"
"그럼 내려서 뛰어가지."
"에이잉~ 또 놀려요. 참 나뻐요."
다행히 라버레도로 가는 경비행기를 찾을 수 있었다. 10인 승이었고 6명의 카메라를 잔뜩 맨 사람들이
동행이었다. 그들은 고대 유물을 찾는 탐사 팀이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활개를 칠 타임이었다.
제임스를 편안하게 집까지 도착하게 하고 뜨거운 탕 속에 집어넣어 그 동안 쌓인 피로를 다 풀어내도록
하여 야지. 그리고 백신부터 맞게 할 거다. 나는 마음이 벌써 바빴다.
"혜정아. 뭐가 좋아서 혼자 웃고 그러냐? 나도 좀 알자."
"제임스. 여보. 이제부터는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시는 거예요. 여기서 부터는 제가 노는 동네이거든요."
"예. 알았습니다. 근데… 어떻게 하자고?"
"보고만 계셨다. 하라는대로 하면 아주 좋아요. 오케이?"
나는 절로 신이 나고 힘이 났다. 내가 보살펴야 할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정말 꿈만 같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떠난 내가 며칠 만에 이렇게 희망이 가득해서 돌아오다니. 운명의 신이시여. 땡큐 쏘우마치.
절로 튀어나왔다.
"어. 누구에게 말하는거야?"
제임스가 듣고 물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봤다. 참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고 정말 사랑하는 내 남자였다.
"여보~ 나 좀 꼬집어줘 봐요."
"이렇게."
"아야아~"
옆에 남자들이 놀라 나를 봤다. 정말 내 뺨을 꼬집은 거다. 아팠다. 너무 아프게 꼬집었다.
"I'm sorry. It dozen matter. This isour business. As I already told you he is my husband. This is love song."
나는 그들에게 안심시키고 제임스를 봤다. 그가 미소 짖고 있었다. 비행기는 흔들거리며 퀘백의 눈 위를 날고
있었다. 이제는 불시착해도 나는 걱정 없다. 왜냐면, 내가 사랑하는 내 남편 제임스가 있으니까. 그가 다
해결해 줄 거니까.
"여보~ 당신도 운명을 믿는다고 하셨지요?"
"응. 그런데?"
왠 엉뚱한 소리냐? 묻듯 나를 보며 말했다.나는 그의 팔을 안았다.
"제가 라버레도를 떠날 때는 온통 마음이 불안했어요. 앞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걱정했어요.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구요. 그런데, 지금누구하고 돌아가는 거예요?"
"ㅎㅎㅎ 김혜정이 남편 제임스 리 하고."
"빙고! 맞았네요. 그래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어요. 당신을 만나고 결혼까지 해서
금의환향하다니… 감격스러워요. 놀라워요. 그래서 운명의 신에게 감사한 거예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해드무스에서내 삶을 조용히 마감하려는 나에게 61살의 평범한 삶을 끝내고
반란하라고 너를 나에게 보낸 거야. 전혀 새로운 내 삶이 이제 너와 함께 반란을 시작하는 거야.
나는 아름다운 반란을 만들어야 해. 너와 함께."
"여보. 제임스. 그러면 우리는 반란군이네요 ㅎㅎㅎ. 공범이 벌이는 당신의 반란에서 저는 영원히 혼신을
다해 그 역할을 멋지게 해 낼 거예요. 저는 걱정 안 해요. 당신이 저 없이는 살 수 없도록 만들 거니까요.
아셨죠?"
"사랑한다. 김혜정."
"여보. 사랑해요."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삶이 다시 불타기 시작한 것이다. 저 늙은 내 사랑을 내가 나와 같은 몸과
마음을 만들 것이다. 나는 위대한 삶의 목표가 만들어 졌다. 야호!
다들 또 나를 보고 웃었다. 웃든 말든 나는 신난 거야. 그때 기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버레도 공항 도착 10분전입니다. 준비해 주십시요."
나는 빵빵해진 빽쌕과 천으로 만든 쇼핑빽 2개를 들었다. 제임스도 역시 빵빵해진 빽쌕과 롤빽 2개를
들었다. 우리는 당분간 옷과 가정용품과 작은 전자제품 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임스가 꼼꼼히 챙겨 샀으니까.
드디어. 내가 놀던 땅. 라버레도 시티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일행과 헤어져 픽업트럭 택시를 잡고 짐을
싣고 내 집으로 왔다. 날씨는 눈이 와 있어서 추웠다. 아미도 영하 15도는 될 것이었다. 이 정도 쯤이야
생각하며 제임스가 사 준 캐나다구스 점퍼에 달린 폭스 털 달린 후드를 썼다. 그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이구. 내 사랑! 여기는 내가 노는 동네이거든요.
"제임스. 여보~ 저 곳이 제가 사는 콘도이예요."
내가 말하자 제임스는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놀랐다.
"와우~ 참 깨끗하다. 멋진데."
"지은지 3년 되었데요. 그래도 저는 요, 당신 사는 캐빈이 더 좋아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 동안 일에 공부에 바빠서 나를 돌보지 않았지만, 며칠 전 이곳을 떠나면서
내 스스로를 잠깐 돌아 볼 수 있었다. 나는마음과 정을 나눌 친구도 선. 후배도 없었다. 대부분 모두가
일에 의하여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정도였다. 퇴근해서 자고 일어나 출근하고 환자들과 부딪치고 강의
준비하고 강의하고…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결혼이라 든 가 외롭다 거나 쓸쓸하다 거나 를 느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너무 외롭고 쓸쓸한 메마른
생활을 나도 모르게 한 것이었다. 한국 출신 사람들은 내 주변에는 없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이유도
시간도 감정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이 남자. 내 남편. 올드 제임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남자. 제임스가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든다. 하나도 남 줄 것이 없다.
나에게는 완벽한 남자이다. 나이? 그건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가보여 줄 것이다. 그것이 내 삶의
새로운 목표이다.
"여보~ 저를 업고 제일 처음으로 집 안에 들어가면 안돼요?"
나는 그러고 싶었다.
"아. 맞아. 그래. 어서 업혀. 아니 안고 들어가야 겠다. 업어서는 안 보이니까. 내가 안고 보며 들어가 야지.
오케이?"
기대한 바와 같이 시원하였다. 우리는 쇼핑빽만 문 앞에 남겨두었다. 나는 그가 나를 두 팔로 거뜬히 안자
일단 안심하였다. 나는 그의 목을 꼭 안았다. 따스하였다. 그는 나를 추스려 가슴에 꼭안았다.
"여보. 잠깐만 조금만이러고 있어줘요. 당신 가슴을 느끼고 싶어요."
나는 그의 점퍼 지퍼를 열고 두 팔을 그의 가슴에 넣고 그를 안았다. 아. 얼마나 좋은 지 당신들은 모를꺼다.
그가 문을 열고 우리는 함께 내 집으로 들어왔다.
"지금 당신과 함께 집에 들어왔어요.저는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거예요. 사랑해요. 여보. 제임스."
"혜정아. 사랑한다."
그가 안은 채 키스해 주었다.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대충 방 정리가 끝나고 나는 커피 두 잔을 준비했다. 제임스는 트리플 트리플로. 그리고 담배 재털이로
컵에 물을 반쯤 담아 창가로 강이 보이는 테이블위에 놓았다. 해가 아직은 지기 전이서 환하였고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동안 가지에 붙어있는 나뭇잎들이 애처로 와 보였다. 그 아래로 호수 같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제임스의 담배를 위하여 창을 열고 히팅을 좀 더 높이고 나는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내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한모금 빨고는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제임스. 당신은 뻐끔담배를 핀다지만, 가능하면 조심해서 피워요. 요즘은 담배 피는 사람들의 설 곳이
줄었어요. 저는 당신의 담배 피는 모습과 생각하는 모습이 모두 좋아요."
나는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그의 담배 피는 모습을 봤다.
"혜정아. 나는 아무 곳에서나 막 담배를 필 정도로 중독이 되지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없는
곳이나 피해가 되지 않을 곳에서 가끔 필 거야. 그렇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예. 알았어요. 나중에 제가 다 체크해 볼 거예요. 제가 M.D.(Medical Doctor 의사)로서 내과(Internal
Medicine :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대사, 신장, 혈액종양, 감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중환자의학,
노년의학) 전문의(IMD) 이고 페밀리 닥터(FM.D)와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닥터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요.
저는 의사로서 제네바 선언(Declaration of Geneva)에 의한 맹세도 하였어요. 이것들이 제가 제임스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들 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