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 구공탄 / 이소연
군산시 구암동 가난한 동네 연탄 집이 있었어요.
둥글게 모여 앉은 연탄 구멍마다
강물이 푸르게 담겨 있는 여름 날
요리조리 곡선으로 휘어지는 골목
다닥다닥 집들이 물결 소리 자장가로 잠이 들곤 했지요
집집이 도란도란 새어나오는 따스한 불빛
아짐은 연탄불 조절을 잘하는 솥뚜껑 운전사
부글부글 한바탕 솥단지에서 밥이 끓을 때
연못에 발 담근 연밥도 익어갔어요.
바람 따라 흔들리는 청갈대 노래 들으며
아이들은 연밥 닮아 튼실하게 자라났고
술렁술렁 재개발의 바람이 불더니
길이 열려 사람들은 마을을 빠져나갔어요
앞집 섭이네, 뒷집 옥이네 가족
지금은 어디서 구공탄 추억을 불 켜고 있는지?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아름답고 아련하고 애잔합니다.
마음도 그렇거니, 문장 또한 소박하고 수려하여 여러번 머뭅니다.
아름다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