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된 한 주
삼월 초순 둘째 월요일을 맞았다. 그제는 여항산 미산령을 넘었고 어제는 작대산 양미재로 올라 두릅 순을 따면서 각시붓꽃을 봤다. “호젓한 산중 숲길 짐승은 무서워도 / 환하게 마주하는 여인은 설레더라 / 붓꽃 중 잎줄기 가는 각시붓꽃 만났다 // 외로이 핀 그 모습 애잔한 여승 같아 / 수줍음 타는 사내 반가움 제쳐두고 / 서로는 내외한다고 눈인사만 나눴다” ‘노랑 각시붓꽃’
주말에 미산령을 넘다가 본 노랑 각시붓꽃은 날이 밝아온 아침 앞 인용절의 시조로 남겨 지기들에게 사진과 같이 보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는 평소 교류가 있는 두 문우와 들녘으로 나가는 산책이 예정되었다. 이웃에 사는 문우의 차에 동승 팔룡동으로 가서 한 문우가 더 합류 셋이 되었다. 올봄 들어 자주 나가는 낙동강 강가 대산 들녘을 거닐고 찬거리를 마련할 요량이었다.
같은 생활권에 사는 문우들이라 가끔 동선을 같이 하는 시간을 보낸 바 있어도 각자 고유의 제 빛깔을 엮어 사는 분인지라 대면한 기회는 적다. 서로 틈을 낼 수 있는 시간을 조정해 모처럼 교외로 함께 나선 일정이니 반가움이 더했다. 한 문우가 운전대를 잡아 동정동으로 건너가 굴현터널을 통과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찻길을 달려 본포를 거친 옥정교차로에서 시골길로 내려섰다.
나는 근교 강변 지형지물에 익숙함을 살려 운전자에게 본포 수변생태공원과 인접한 상옥정마을 들판 농로로 안내했다. 대산면과 경계를 이룬 동읍 마지막 마을이 옥정으로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다. 강변에서 드물게 예전 우물이 있어 옥정(玉井)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세월 따라 그 우물은 기능을 잃어 폐가가 되다시피 한 농가 주택 허물어진 담장 곁 뚜껑을 덮어 방치되어 있다.
들녘 비닐하우스에는 수박 농사를 지었는데 올봄 비가 잦고 일조량이 부족해 농민의 시름이 깊다. 노지에 심는 감자 농사도 씨감자를 묻어두고 잦은 비에 싹이 트지 않아 걱정이다. 농사는 농부의 땀방울만이 아닌 날씨가 좋아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새로 뚫은 찻길에 농기계가 다니는 굴다리에서 강둑으로 나가 다음 굴다리 통로에 차를 세우고 강변 풍광을 감상했다.
강변은 창원시민들의 상수원의 원수에 해당하는 여과수를 퍼 올리는 취수정이 있는 둔치였다. 강 건너는 밀양 초동면 반월 습지로 4대강 사업 이후 꽃양귀비와 코스모스를 가꾸어 외지인들이 찾는 명소다. 드넓은 둔치의 갯버들은 유록색으로 물들고 군락을 이룬 돌복숭나무에선 분홍 복사꽃이 저무는 즈음이었다. 색이 바래 시들어 드러누운 물억새와 갈대는 움이 틀 기미를 보였다.
강둑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가 둑길을 걸은 후 차를 둔 곳으로 와 1번 마을버스 종점 부근으로 갔더니 한 할머니가 머위를 캤다. 사유지가 아닌 도로 경계였지만 현지 우선 기득권으로 이방인은 물러났다. 차를 몰아 죽동 들길을 지난 가술 산업단지를 앞둔 윗대방 근처 묵정밭 언저리로 갔다. 그곳도 머위가 자라는데 일용 찬거리로 삼을 만치 머위 순을 캐 모았다.
감나무 묘목을 심어둔 밭뙈기에는 가시상추와 방가지똥도 싱그럽게 자라 일행에게 채집하도록 했다. 머위 순과 식용 야생초를 캐서 들녘 농로를 따라 다시 강변으로 나가 대산 문화체육공원으로 갔다. 파크골프장 곁에 조성된 플라워랜드를 찾으니 유채와 튤립이 피고 다른 화초들은 움이 트고 있었다. 일자리 창출로 파견된 현지 인부들은 김을 매고 산책로를 살피느라 수고를 했다.
둔치 주차장에서 자전거길 가로수 벚꽃이 활활 핀 강둑을 지난 모산마을로 나와 25호 국도를 달렸다. 진영 신시가지 아파트단지 상가 한식 뷔페를 찾아 점심을 같이 들었다. 식후 가술로 되돌아와 제과점을 겸한 카페에서 유자차를 들면서 세상 사는 얘기를 더 나누다 두 문우는 창원으로 먼저 복귀했다. 나는 대산파출소로 나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날이 저물어 마을버스를 탔다. 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