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팔아먹는 듯한데 말로는 미래로 나가는 거라 한다
정권은 이념을 내다 파는 데가 아니므로
시민들은 종종 호수공원을 돌면서도 정치를 나무란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낭만도 아닌 저것들,
악행은 선택지를 모르는 일일까도 싶다만
길을 이르면 천지간 길을 터주면 그리로
물꼬가 트인 물들이 번져 나가듯 그런 벌물이듯
긴 한숨 끝에 여기저기 꽃을 기다리는 자세,
꽃망울은 늦겨울 끝에서 햇빛과 바람과 하늘을 받들 듯이
정권은 무리의 한 사람의 배설이 아니므로
서민들이 종종 여럿이 한목소리로 탓해도
길가 화단의 바위도 문득 제 어둑한 가슴에서 귀를 꺼내 듣는 것이므로
그럼에도 여전히 여전한 방종의 정권이
여기저기 싸질러놓은 저 무더기들을 어찌 치울지 모르므로
길 가다가 보게 되는 저 귀가 덮인 개는
뒷다리를 동시에 쪼그려 볼일을 보는 게 암캐인 거 같다고 하고
한쪽 뒷다리를 들어 기우뚱 선 채로 갈기는 게 수캐 같은데
그러나 배설할 때는 다 엉거주춤 서게 마련이므로
제 언행을 싸질러야 할 때는 정권이 그래도 멈추는 법을
멈추어 뒤를 보면서도 저를 둘러싼 풍경의 가혹함과 고혹스러움을
우연처럼 그러나 비명을 삼킨 풍경의 고요를 보아야 하므로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4.12.19. -
“긴 한숨 끝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지도자의 결단이 시계를 몇십 년 전으로 돌려놓을 뻔했습니다. “비명을 삼킨” 겨울, “물꼬가 트인 물들이 번져 나가듯”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다시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덕분에 고비는 넘겼지만 “방종의 정권이” “여기저기 싸질러놓은” 한 “무더기”의 배설물을 어찌해야 할까요. 이제 우리 앞에 “꽃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