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이 서울에는 아파트, 지방에는 농지나 임야 등 부동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신고한 재산공개를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해 분석한 결과, 이들의 부동산 보유실태는 충격적이었다.
특히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은 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區)’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또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은 물론 임대 목적으로 상가를 사들이는
등 부동산 재테크에서 앞서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근무지와 가깝고 자녀교육을 위해서 강남에 살 수밖에 없고, 지방 소재 부동산은 개발붐이 일기
전에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에 집중된 부동산=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이 지난 10년간 공개한 소유 부동산은 모두 2만330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고된 부동산중 3분의 1이 넘는 8363건(36%)이 서울에 있었다.
또 고위공직자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지탄받는 용인지역의 임야와 대지 등을 비롯, 분당과 과천, 일산 신도시지역 등 지가상승폭이 가장 큰 경기도에 5405건(23%)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경남(1435건)과 경북(1502건)지역 등 공단 주변과 서해안개발 기대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충남(1333건)에도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연고가 전혀 없는 제주도에 과수원을, 강원도와 충남 서해안 해변가 임야를 사는 등 ‘투기성’ 구매로 보이는 부동산도 대거 드러났다.
◆강남 ‘불패신화’와 공직자=재산등록 대상자들이 공개한 서울지역 부동산 가운데는 아파트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1가구2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주상복합건물이나 오피스텔, 상가 등의 매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신고대상자인 고위공직자들이 서울에 소유한 부동산은 모두 8363건으로 이를 신고대상자수로 환산할 경우 1인당 평균 2.3건이다.
이를 지역별로 분류할 경우 강남구가 207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서초(1434건)·송파(659건) 등 강남지역 3개구에만 4166건의 부동산이 등록됐다.
국회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은 이른바 ‘강남불패 신화’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와 영등포, 종로 등 강북중심지역에는 주로 상가건물을 신고한 점도 특이하다. 반면 금천구(27건)와 광진(76건)·도봉(85건)·중랑(37건)·구로구(101건) 등 도심 외곽지역에는 부동산 소유건수가 극히 미미해 대조를 보였다.
◆강남은 동(洞)마다 차별화=서울 강남지역이라고 해서 고위 공직자들이 마구잡이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건 아니었다. 이들이 구입하는 부동산은 같은 강남지역에서도 동(洞)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강남구 가운데 고위공직자들이 가장 많이 등록한 부동산은 압구정동으로 334건이었다. 이어 대치동이 325건 등록됐고 도곡동과 개포동도 각각 220건과 204건으로 4∼5위를 기록했다. 역삼동은 테헤란로에 몰려있는 오피스텔과 상가 등을 분양받아 임대하는 공직자들로 인해 3위(293건)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단일지역 부동산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무려 229건에 달했다.
특히 부유층이 가장 선호한다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42건이었고, 재건축을 앞두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은마아파트도 22가구였다.
◆보유자 많은 용인·신도시=고위공직자들은 분당과 일산 평촌 등 신도시 지역과 용인, 광명, 안산 등 서울 인접지역의 부동산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최근 수년동안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어 온 용인시는 가장 각광받는 투자대상지역으로 무려 700건을 신고했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도 각각 625건과 234건을 기록했다. 제2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과천은 118건이 신고됐으며 인근 산본도 347건이나 됐다.
이와 함께 신도시 개발중인 판교와 파주, 김포 지역은 물론이고 화성지역에서도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들은 본인의 소유목적과는 무관하게 적게는 몇배에서 수십배의 개발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金부총리 강남에 55평 아파트... 崔건교는 방배동에 2채 소유
<부동산정책 입안자들은…>
서울 강남지역의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부처의 고위 공직자중 상당수가 강남지역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강남 3구’에 부동산을 새로 사들이거나 평수를 늘린 경우도 많았다.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아파트 55평형(153㎡·시가 13억5000만원)을 소유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1998년 재산등록에서 이 아파트의 가액을 3억265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도 본인명의로 강남구 논현동에 대지 391㎡, 건물 164㎡의 단독주택을 지난해 2월 9억8000만원에 매각하고 서초동 현대슈퍼빌 90평형(216㎡·시가
16억원)을 배우자 명의로 11억9900만원에 분양받았다고 밝혔다.
김영룡 재경부 세제실장은 강남구 개포동 LG빌리지 61평형(201㎡·시가12억원)을 7억7600만원에 분양받았다. 또 배우자 이름으로 강남구 대치동 대청아파트( 60㎡·시가 2억8000만원)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최종찬 장관은 96년 12월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 49평형(136㎡·시가 7억5000만원)을 3억1600만원에, 같은 아파트 35평형(84㎡·시가 5억2000만원)을 1억9750만원에 각각 본인과
배우자 이름으로 구입했다.
최재덕 건교부 차관도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31평형(94.89㎡·시가 9억원)을 2억3800만원에, 서초동 오피스텔(65.59㎡)을 1억3110만원에 각각 배우자 명의로 매입한 사실을 2002년 4월 재산공개에서 밝혔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는 행정자치부 김주현 차관은 강남구 역삼동에 대지 63평(202㎡), 건물 43평(140㎡)을 소유하고 있다. 권오룡 차관보는 강남구 대치동 삼성아파트 38평형(97.35㎡·시가 9억원)을 5억2500만원에 매입했다고 2002년 2월 등록했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2000년 본인 소유의 송파구 가락동 프라자아파트 48평형(133.76㎡·시가 6억원)의 가액을 2억100만원으로 등록했다. 이주성 국세청 차장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1평형(171.43㎡·시가 13억5000만원)을 가지고 있으며 올 3월에는 배우자 이름으로 서초구 서초동에 오피스텔(96.58㎡)을 1억5730만원에 분양받았다.
최명해 조사국장도 서초구 방배동 대림아파트 61평(164.38㎡·시가 11억9000만원)을 지난해 7억9900만원에 분양받았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아파트 49평형(145.37㎡·시가 8억1000만원)을 83년에 취득했다고 신고한데 이어 2003년 4월에는 배우자 이름으로 송파구 가락동 다세대주택(136.09㎡)을 사들였다. 이동걸 부위원장은 지난 5월 현직에
임명되면서 소유하고 있던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양아파트 45평형(126.90㎡·시가 6억4000만원)을 3억92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시가는 4일 현재 ‘부동산114’의 평균가.
출처 -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