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송지호에서 좀 쉬었다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4.12.19. -
기러기 가족이 동천(冬天)을 날아간다. 멀고도 먼 길이다. 하늘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울 것이다. 그 얼음벽 같은 하늘을 날아갈 때 어린 기러기는 좀 쉬었다 가자고 말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어른 기러기는 서둘러 가자고 재촉을 한다.
그러면서 인간 세계에서 날개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를 한다. 갈 곳이 없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부재한 그런 사람들의 궁색한 처지를 오히려 딱하게 여긴다.
어쨌든 상공(上空)의 기러기 가족이든, 하늘 아래에 살림을 차린 사람이든 있는 힘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눈보라치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