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에 앞서-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란 존재론적 단어는 평범하게 사는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람이라고 그 족적을 남기고 싶은 얄팍한 심정에 나는 산행을 간다든가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그 후기를 쓰는 낙으로 산다.
글을 쓰기 위한 여행인지 여행을 위한 글인지 몰라도, 중년 후의 나이에 장문의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이제 단순한 일기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취미를 넘어 자아성찰적인 삶의 의무로 여긴다면 너무 지나친 독백적 표현일까?
아무튼 내 여행후기는 대부분 한달 이상을 넘기지 않고 마감이 되었으나, 아직도 가슴 뜨거운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해외원정을 제외한 이제까지의 국내외 여행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고 인상깊으며 감동적인 이번 네팔여행은 아름다운 단체를 유린하는 심각한 내용이 있기에 오래도록 고민과 번민을 거듭한 끝에 이제야 비로소 결론을 내리고 글을 쓰기로 한다.
일기든 기행문이든 수필이든 내면에서 표출되는 글이란 자고로 진실되어야 하고, 본대로 느낀대로의 순수한 감상을 가감없이 표현해야만 살아있는 사실적 여행기가 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해당인 혹은 불특정 다수가 주시하는 온라인상이라 하더라도...!
장문의 글을 쓰는 내 입장을 우선 이렇게 밝히니 염두에 두기 바란다.
단체 혹은 개인에게 갈등과 상심을 유발한 당사자들이야 자업자득이기에 사실적인 내 글로 인하여 그들의 마음이 상하고 평생의 명예에 먹칠이 되어도 나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아름답지 않은 내 비판의 칼날이 -해외의료봉사단-이라는 아름다운 단체와 순수한 봉사자들에게 모두 미친다는 데에 있는 것이니... 글을 쓰는 내 고민, 걱정, 근심이 태산처럼 높고 골이 깊다.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빛이 있으면 그림자 또한 있기 마련이다.
어둠이 있기에 그만치 빛이 빛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여 나는 이번에 경험한 너무나도 생생한 아름다운 히말라야 이야기를 연재해 보고자 마침내 용기를 내어 틈틈히 시간을 내어 자판을 두드린다.
히말라야를 구경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부탁한 것이지만, 내가 협력사로 있는 Young(약칭)의 이정책실장과 윤팀장이 권한 이번 해협(약칭)의 네팔의료봉사단에 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았다.
참가비 150만원, 8박 10일 일정.
한 때는 내 빈자리를 채울만한 직원들도 있었지만, 여러모로 축소되고 심플화된 지금의 단독사무실(광고업)을 비우고 한참 바쁜 계절인 10월 초에 장장 10일간을 여행한다는 것은 만만찮은 참가비와 더불어 나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으나,-저질러야 남는 것-이란 이제까지의 장기해외여행결과론으로 볼 때 나에겐 더 이상의 선택이 있을 수 없었다.
기회가 있을 때 주저치 않고 잡는다는 것! 바로 내 삶을 내 것으로 만드는 후회없는 삶의 자세 아닐까...?
이번 네팔의료봉사는 1편에서 전술한대로의 사업개요와 활동 및 관광 일정 등을 봐서라도 무척 의미있고 흥미로운 해외봉사활동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을 다투는 자영업을 하는 사정상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모일 1박 2일 동안의 경주에서의 워크샵과 회의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어떤 분들이 해외봉사에 나가나 궁금하여 사전에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보고는 싶었으나 BAND 소식과 사진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동안 나는 미국 뉴욕에 가 있는 아내에게 먼저 허락을 받은 후 내 도움이 필요한 중요한 거래처엔 미리서 장기여행 소식을 전해주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미리 연락을 해 두었다.
★ 10월 3일 (맑음) -히말라야를 그리며-
※ [해협] 네팔 국외봉사: 10월 3일 오전 8시까지 인천공항 3층 10번 출입문 안 집결, 시간엄수!
준비물: 세면도구, 편한 복장, 따뜻한 점퍼 등 단체 짐 고려 기내반입 요청, 이메일 참조
9월 27일에 날아온 해협 김간사로부터 온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며 집안단속을 마친 나는 별이 빛나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내가 멘 소형 등산베낭에는 세면도구, 의류, 양말, 카메라, 쌍안경, 고글, 노트 등 여행에 필요한 장비로 가득하다.
여명이 밝아오는 서울거리. 휘황한 가로등 위로 솟아있는 서울역 앞 마천루 배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세계화된 한국을 말해주듯 해외여행객들이 줄을 선 난생 처음 타 보는 고급스런 인천공항행 전철은 복잡하고 단조로운 시내 지하철과는 사뭇 달랐다.
문득 내 눈에 요염한 반라의 자태로 행운카드(?)를 들고 있는, 노란 바탕의 Seven luck Casino 광고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객석칸막이에 천사처럼 아름다운 이국적인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가방을 안고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에게 저 여인이 누구냐고 물으니 모배우란다.
"야~ 저 천사처럼 이쁜 여자가 푼수라는 그 배웁니까? 내가 무척 좋아하는데 마음은 착한 여자겠죠? 참 여자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몰라볼 정도로 천변만화하는 신통한 재주를 지녔으니 말입니다."
나는 농이 섞인 은근한 말로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천사라구요? 깔깔깔~~ 정작 그 내용을 알고보면 실망이 클 겁니다."
"어쩔 수 없지요, 연예인들의 세계가 대개 그러니... 늑대같은 남자, 여우같은 여자 연예인.... 천사같은 얼굴을 한 서양 연예인들 또한 마찬가지...."
순진한 나에게 들으라는 듯 계속 미인 여배우에 대해 독설을 쏟아내는 방송국에 다닌다는 30대 초반 아가씨. 가만히 훑어보니 고운데가 거의 없는 밉상이었다.
"아, 어쩜 저리도 이쁠까~~!"
여명에 물들기 시작하는 멋진 행주대교가 보이는 강상철교에서 창밖을 내다보던 아가씨가 몸을 약간 떨며 소리친다.
서울에서 근 40년을 살아온 나도 정말이지 한강이 저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다.
늦지 않게 그 장면을 카메라를 담은 후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전철이 멎는다.
"여기는 우리 집이고, 네팔에 가시는 선생님은 다음 정류장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전철을 갈아 타셔야 합니다. 금방 올 것입니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꾸벅 절하고 걸어 나가는 독하지만 마음 착한 그녀는 의외로 다리를 저는 소아마비 환자였다.
공항행 전철은 갈색 해초가 초지화 된 간조로 드넓게 속살을 드러낸 개펄 위를 달리더니 현대판 시설로 가득한 대단위 인천공항역에 도착했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동화 속 요술궁전에나 나올법한 면세점 광고가 든 호화로운 샹들리에도 카메라에 담으며 지정장소인 10번 출입고로 향했는데 아무도 없어 김간사장에게 전화를 해 본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의사, 간호사, 중학생, 총각, 처녀, 아줌마, 아저씨, 스님, 여스님으로 이뤄진 봉사단의 남녀성비는 반반.
많은 짐들을 나르며 정리하는 단원들. 함께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서로 통성명도 나눈 후에 우리는 현수막을 앞세우며 대장정 단체기념사진도 찍었다. 우람한 체격의 카메라맨은 해외봉사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우리들의 모습을 열심히 녹화한다.
스마트폰은 자동로밍이 된다하여 방관하고 있던 나는, 반드시 로밍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공항내 통신사에서 로밍을 신청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네팔행 비행기 티켓을 살펴보았다.
★케세이퍼시픽, 이코노미클라스, 보잉패스, KA192 30CT13, Seat 51A, 홍콩, 카트만두, Please be at boarding gate BEFORE 17:30 Otherwise you may not be accepted for travel.★
오전 10시 20분.
캐세이퍼시픽 보잉여객기가 힘찬 굉음을 내며 인천공항 하늘 위로 날아 오르자 히말라야 만년설 고봉이 줄을 잇고 솟아있는 신비한 산악국이자 신의 나라 네팔로 향하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여정은 마침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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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업개요인 1편은 실명으로 이뤄진 -참가자 워크샵-이라 뺐습니다.
제가 약속한 이 기행문은 이제야 쓰기 시작하는 것이며, 원문은 동문회에다 장편으로 연재할 생각인지라 언제 몇편으로 끝날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천학비재한 제 글의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에서는 강호제현의 단호한 지적과 엄정한 회초리 부탁드립니다. ^^;;
내공이 깊으신 강호제현님들로부터 배우거나 얻어가기만 하고 베푼 것이 거의 없는 놈인지라 이런 것으로라도 보답을 하고 싶은 얄팍한 마음으로 글을 올림을 혜량해 주소서...^^
글 잘 쓰십니다.
저도 조금이라도 닮았으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납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대합니다_()_
이 글을 쓰면서 독하신 단현님, 신사 실론섬님, 그리고 사천왕 신공을 지니신 향광님을 떠올립니다. ㅋㅋ
언제 우리 서로 만나 맛나고 진한 약주 나눌 기회가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