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세이 그대 없는 빈자리 서로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느라 앞만 보고 지내온 시간을 텅 빈 병실 안에 풀어헤쳐 놓고는 남편은 벽면 한 편에 걸려있는 아내의 생일이라고 산 드레스를 보고 있다 “병원에 있는 사람이 환자복 하나면 됐죠“ ”그래도 당신 생일인데….“ 병원에서 네번째 맞이한 아내의 생일 날 남편 앞에서는 환자이기보다 여자가 되고 싶은 아내의 미음을 알고 있기에 남편이 사준 드레스는 입었지만 입으로 촛불을 불 힘조차 없는 아내는 손을 흔들어 촛불을 끄고 있었던 영상을 핸드폰으로 보며 추억에 젖어 들던 남편앞에 검사를 받기 위해 다녀온 아내가 간호사가 밀어주는 휄체어에 앉아 들어서고 있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만 아내와 마주치자 마음이 약해진 남편은 어색한 미소를 감추기 위해 ”당신 왔네… 힘들진 않았어?” 몇 마디 안부로 지워내고 있었다 이젠 어떤 것도 함께 해줄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픈 아내는 병원비 때문에 힘들어할 남편에게 가슴속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을 한다 “우리 큰아들 정수한테 연락 없었어?“ ”..........“ ”그럼 둘째 정인이 한테는?” 바람 없이 돌지 못하는 바람개비가 된 남편의 입에서 무슨 말이라도 흘러 나오길 바랬던 아내는 더 이상 할 말은 눈물이라 질문 대신 침묵으로 대신하더니 “여보,.. 자식도 결혼하고 나면 그저 좋은 남일 뿐이라더니 그 말이 맞지?“ ”여보…???“ ”아들 둘 둔 부모는 목 메달이라더니 그 말도 맞지 여보?“ ”여보,제들도 살기 어려워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자 우리” 자식들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이 아내의 병에 씨앗이 될까 봐 설득해 보려는 남편의 의지와는 달리 아내의 눈에서는 까닭 잃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집 팔려고 내놨어“ “그럼 당신은 어디서 살려고?“ ”당신 완치가 먼저지“ ”아파트 평수 늘려가고 차 바꾸고 자식들 유학 뒷바라지 할 건 다 하면서 빌려 간 돈 왜 안 준대….“ ”여보… 그런 건 나중 문제고 당신 치료에만 전념하자” "나 죽어도 좋으니 당신 자식 집 전전하는 꼴 못 봐” “난 당신 보내고 혼자 살 자신 없으니까 절대 죽지 마!” “여보…. 나 한 번만 안아줄래요” 누구나 한번은 그 길 끝에 선다지만 부부는 이제 조금씩 이별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껴서 신을 만들었다는 어느 철학자의 글귀를 떠올리며 무언가에 기대어 보고픈 마음 하나로 새벽 일찍 교회를 다녀온 남편은 하루 종일 아내 곁을 맴돌고 있었지만 아내는 혼자 남을 남편 걱정이 앞선다 “여보,.. 우리의 시작이 되어준 그 집에서 머물다 와 준다고 나랑 약속해“ 가슴에 안기며 마지막 말이 되어버린 그 말을 밤새 곱씹어 보며 새벽을 버티던 남편은 이제는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아내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새벽에 밀려 잠들고 있었다 그립다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시간을 가슴에 묻고서… 그렇게 1년이 흐른 어느 날 아내 없는 세상에 혼자 살아있다는 게 미안해서일까 남편은 아내가 남긴 유품들을 닦고 또 닦으며 가슴에 담고는 아내 없는 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사랑한 만큼 가슴은 아픈 거라며…. 목놓아 운다 세상 모든 걸 잃어도 함께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안에 있는 아내를 놓아보려 하면 할수록 더 깊어만 지는 하루에 지친 남편은 눈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가면 아내가 있는 곳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쓰러진 자리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해 보다가 "여보.. 우리 오랜만에 술 한 잔 할까?" 액자 속 웃고 있는 아내앞에다 냉장고에서 가져 온 소주와 잔 하나를 들고 마주 앉더니 ”여보…. 나 당신 없는 하루를 잘 견디고 있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아내 없는 삶을 견뎌야만 하는 남편은 슬픈 표정 하나라도 숨기고 싶은 마음에 이제 조금은 웃음 지어 보려 하지만 아직은 눈물부터 나오는 하루에 술잔에 한 움큼의 눈물을 먼저 담는다 사랑은 이별을 낳고 이별은 눈물을 낳았나보다며... 죽기 전엔 아물 수 없는 아픔이란 걸 알고 있기에 오늘도 그리웠다는 기억 하나를 담고서 술잔을 비워가며 울먹이고 있었다 이 사랑을 잊고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다고 눈물로 애원해도 이별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의 이름을 부르다 지친 남편은 스치는 바람에 아내가 있을까 마주보는 햇살 한 줌에 아내가 있을까 준비 없는 이별 앞에서 저 태양이 당신을 지우기 전에 전하지 못한 말을 이제야 하렵니다 당신의 마음이 서 있던 자리에 내 마음이 올 때까지 기다려준 사람 당신을 사랑했다고…. 펴냄/노자규 골목 이야기 ※ 이글을 다른곳으로 퍼옮기지 마세요~ 이글은 무단배포및전재 금지된 글로서 무단배포나 전재시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받을수 있습니다. 저는 작가의 이용동의 허가를 받아 올리는 것입니다~송암 이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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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띠동우회
●그대 없는 빈자리●
송암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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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3
24.11.03 10:0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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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모두가,
결국에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헤어지게 되어 있음이 불변의 이치라고나 할까요~?
자식도, 마누라도, 부모도, 심지어는 나 자신 역시도,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깊은 깨달음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 영혼에 큰 상처를 주지 않는 현명한 삶일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누구 에게나 언젠가는
닥쳐올 가슴아픈
이별을 애절하게
잘 표현한 글이지요~
잘읽어 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 합니다~^^
송암잠실님이
겪어야 할 차후 시간들 같네요
아니
우리가 다 겪으면서
사는 사연이지요 ㅎ
그래요~
우리 모두가
앞으로 또는 현재
겪거나 겪어야할
이별의 아픔 이지요~ㅎ
얼마되지 않았지만 제가 처한 심정을
글로 잘 표현해 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