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박 소 란
한 사람을 입원실에 옮겨두고 저는 서울로 올라갑니다 별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픈 사람의 입에서 짜부라져 나온 그 말 별수 없다, 별수 없어, 따라 중얼거리다 보니 제법 안심하게 됩니다 별수 없이, 또 살겠구나 그러겠구나 저는 서울로 갑니다 (…중략…) 애를 써보아도 눈은 감기지 않습니다 옆 사람이 켜둔 휴대폰 화면을 흘끔거리며 공연히 어떤 드라마를 상상하며 울고 이별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 같은 것 결국, 사랑하는 이야기일 테지요 네, 저도, 괜찮습니다 겹겹의 흉터로 털컹이는 창을 도리 없이 바라보면 그 독하다는 어둠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의 피 사람의 침, 가래, 오줌, 그리고 얼굴 저는 서울로 갑니다 제가 아는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치듯 기차가 달려갑니다 깊은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 꼭 그런 척 공들여 기지개를 켭니다 뻣뻣한 몸이 응급실처럼 환히 불 밝힌 역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갈 때쯤 배가 고파질 것입니다 저는 곧 도착합니다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4.12.20. -
수옥 - 예스24
어떤 물은 사람이 됩니다어떤 사람은 녹아 물이 되듯이”이 시대가 사랑하는 감수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위로의 언어세상의 바닥과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정시의 힘“박소란의 언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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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 시집 〈수옥〉 창비 | 2024
[시가 있는 휴일] 기차를 타고 - 박소란
한 사람을 입원실에 옮겨두고저는 서울로 올라갑니다별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픈 사람의 입에서 짜부라져 나온 그 말별수 없다, 별수 없어,따라 중얼거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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