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고법 민사10부 이종광 판사는 1일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글에서 “국가가 평균인의 시각에서 판단해 사이버상의 표현에 피해자가 모욕을 느꼈을 것이라고 예단해 수사에 착수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가슴속’을 미리 판단해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로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그런 처벌법규는 세계 형벌 입법에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나라에서도 매우 기이하고 흥미로운 법률로, 호기심어린 연구대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는 형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며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인터넷을 ‘질서위주의 사고’로만 규제하려고 하면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미국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에서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자발적으로 폐지했는데 권력자가 수사기관을 동원해 비판적인 개인을 탄압하려 한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MBC 이 명예훼손으로 피소돼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어느 누군가의 표현행위가 정치인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국가기관은 그런 표현이 ‘거슬리는’ 상황에서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감대적 가치는 수호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