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Falling Autumn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554호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3535.html
밤 10시가 다 되어 학교를 나오다가 유시민군을 만났다. 빨리 나가자는 말에 뜻밖에 그는 자기는 학교에 남겠다고 했다. 어떻게 군인들에게 텅 빈 학교를 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일단 피해야지 무슨 얘기냐는 내 말에 유시민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됐던 그날, 학생회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나는 그저 민망한 일로 여겼던 반면, 대의원회 의장인 그는 군인들이 의기양양하게 텅 빈 학교에 주둔하는 광경을 그렸던 것이다. 망해가는 나라에서 황현과 같은 선비가 목숨을 끊은들 그게 대세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마는, 황현처럼 목숨을 끊는 선비 하나 없었다면 조선의 망국이 얼마나 더 참담했을까? 유시민군을 남겨두고 통금이 다 되어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긴급 뉴스로 비상계엄 전국 확대의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현실에서건 역사에서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을 보게 될 때면, 광주 학살의 전야에 그 넓은 관악캠퍼스의 불 꺼진 학생회관에 홀로 남은 유시민을 떠올렸다. 스물두살 어린 나이의 그는 다가오는 카타필라의 굉음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서울의 봄 영화보고왔는데
마지막쯤 정우성 대사중에 저 굵은 글씨 비슷한 말이 있었어서
급 저 칼럼이 떠올랐어 ㅠㅠ
혹시 이게 스포라면 자결준비 완 ㅠ
(난 이 칼럼내용이나 황현선비 절명시 알고나서 영화 대사들으니까 더 뭉클했었음...!!)
첫댓글 나하나 목소리낸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말에 대한 대답같다... 그 목소리마저도 없으면 얼마나 더 참담할까
저런 정의로운 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거같아
나 하나뿐이 아닌 나 혼자라도 지켜낸다는 저 신념이 정말 대단함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왠지 울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