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합숙훈련
지난 3월3일 대한민국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이번에도 13억 중국인들의 염원이었던
반공(공한증을 떨쳐낸다는 어구)에 실패한 중국 올림픽 대표팀.
집에서, 직장에서, 기차역 대합실에서, 혹은 학교 휴게실에서
일제히 TV앞에 모여들어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경기를 시청했던
인민들의 비통한 심정이야 이루 말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한 한국과 경기를 치른 당사자들인 감독과 선수들의 가슴은
인민들 못지 않게 아니, 더욱 갈기갈기 찢겨지는 듯 했다.
이 침울한 분위기는 3월4일 대한민국 인천공항을 빠져나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잠시 머물고, 다시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이 열릴
우한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까지 계속되었다. 그
러나 우한 공항에 도착해 자신들을 환영하는 우한시 치우미들의 열성에
침울한 분위기는 점차 사그라 들고 감독과 선수들은 2차전 필승은
물론 대승을 지상과제로 삼고 정신자세를 가다듬는다.
우한 도착 후 이들의 비장한 각오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센시앙푸 감독은 물론
전 선수들이 자진해서 머리를 짧게 깎은 것이었다.
쉬량, 우핑펑 등 이미 삭발에 가까운 3~4명의 선수들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이발했으며, 특히 한국전에서 김영광의 기습 롱스로인을
넘겨받은 최성국을 1차 저지하는데 실패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형 미드필더 왕동의 절치부심 표정은 단연 압권이었다.
주력진용의 변화
말레이시아와 갖는 최종예선 2차전의 스타팅 멤버들이 확정됐다.
한국전 직후 계속된 언론과 축구 전문가들의 집중포화에 손을 들었는지, 센시앙푸 감독은 3~4개의 주요 포지션을
한국전에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로 채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과의 1차전과 비교해 일단 최전방엔 한국전에서
단 한 차례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던 루펑 대신
최근 3개월 동안 무섭게 떠오른 차오밍이 원톱으로 설 것이 예상되고,
한국전에선 부득불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유타오가
제외되는 대신 그 자리엔 재기발랄한 후자오준이 컴백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리고 후자오준의 짝이 될 왕동은 한국전 한 차례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을 높이사는 센시앙푸 감독의 배려로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스타팅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센시앙푸 감독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왕동의 말련전 출전 가능성은 100%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3백의 오른쪽엔 한국전에 나섰던
186 cm의 장바오펑 대신 182 cm의 순시앙의 기용이 거의 굳어졌다.
말레이시아 격파를 위해 갈고닦은 비장의 전술
두웨이가 가장 잘 하는 기술. 또한 한국 축구팬들도
'두웨이'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
바로 세트플레이시 공격에 적극 가담,
장신을 이용한 헤딩슛을 터뜨리는 것이다.
현재 중국 올림픽팀은 우한 훈련캠프의 초점을
두웨이의 공격에 맞추고 있다.
가공할 '득점력'을 보장하는 두웨이의 헤딩슛. 그
러나 한국전과 조금 다르다면 3월3일 당시엔
왼쪽 오른쪽 코너킥 모두를 '왼발의 달인' 쉬량이 도맡아 처리했다면,
이번엔 중국 올림픽팀 '제2의 키커' 순시앙이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는 만큼 쉬량과 나눠서 킥을 처리하게 된다.
실제 '쉬량 띄우고 두웨이 찍고' 못지 않게 '순시앙 띄우고
두웨이 찍고'도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리아와의 올림픽 2차예선 홈경기에서
중국 올림픽팀은 2-0 승리를 거두었는데
두 골 모두 '순시앙 띄우고 두웨이 찍고'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격루트가 우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연마하는
중국 올림픽팀의 전술전략의 핵심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확실한 득점원으로 감독이나 선수들,
언론들이 꼽는 것이 '두웨이의 제공권을 활용한 플레이'인 셈이다.
물론 187 cm의 빼어난 신체조건을 무기로 내려꽂는 두웨이의 헤딩슛은
위력적이지만, 중국 올림픽팀 선수들의 역량이
단순 세트플레이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다양한 득점루트를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