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운명(運命)-18*
"혜정아. 나는 잘 할수 있고 잘해. 더구나 지금부터는 사랑하는 혜정이 때문에 더
잘 할텐데. 혜정이 너나 자주 연락하고 올 때 상세히 말해라. 내가 미리 준비도 할테니.
오케이 ㅎㅎㅎ."
"여보~ 당신 너무 감격스럽게 말해서 혜정이 울려요. 으흐흐흑~"
나는 다시 그의 가슴으로 달려들어 안겨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너무 행복해서.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말을 잘 하는지 몰라.
그이는 그렇게 해서 라버레도 시티를 떠났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은 처음에는 안타까워 눈물이 나왔지만, 나는 얼른 마음을 바꿨다. 뭐가 안타까워. 이별은 더 큰 기쁨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인데. 이제곧 제임스를 다시 만날테고 나는 완벽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하는데 라 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즐거워지고 희망으로 가슴이 서서히 뜨거워지며 온통 다시 바쁘기 시작하였다. 세상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 병원에 도착하였다. 병원에는 나를 기다리는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닥터 김. 이제 우리병원은 충분한 백신을 가질 수 있답니다. 다음 주 내로 새로운 백신이 도착한답니다."
버킷 간호부장이 지나가며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 금방 해드무스가 떠올랐다. 주민이 약 300명이라 하였다. 넉넉히 500인 분만 확보하면 될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확보한다? 내과 과장인 호프만 박사를 생각했다. 아버지 같은 분이라서 내 부탁이면 다 들어 줄 것이다. 좋았다. 나는 그 생각에 기뻤다.
일주일은 금방 지나갔다. 해드무스의 제임스와는 아침 저녁으로 통화하였다. 그이의 부드럽고 굵직한 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힘이 났다. 그이의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나는 그이의 목소리를 밤에 들으며 혼자 흥분하기도 하였다. 그이는 뭔가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모두 다를 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를 설레게 하였다. 그이는 같이 사는 동안 나를 늘 긴장하고 설레게하고 웃기고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나는 그이를 위하여 무엇을 할까? 늘행복한 고민을 할 것이고. 우리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두 사람의 하나된 삶의 가치를 찾을 것이다. 나는 그이 몰래 임신을 시도할 것이다. 그 생각에 나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하며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내일은 백신 600인 분을 확보하는 날이다. 병원은 나에게 해드무스를 위한 온타리오 주지사의 승인을 요구하였다.
"헤이! 제임스.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혜정아. 좋아. 준비는 어느 정도 되었 어? 고생이 심하지?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해야 돼. 오케이?"
"예. 알았어요. 3일 정도면 준비 끝이예요. 온타리오 주지사 승인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 건은 다니엘이 해결했다. 오늘 중 팩스로 보낼 것이야. 그리고 병원 오픈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와 인.허가문제는 다니엘이 추장이어서 쉽게 거의 다 했다. 다니엘의 말에 의하면 상황 진척도에 따라 카운티에서도 예산 편성을 하여 지원할 계획이란 다. 멋지지? 우선은 40feet Container 2개를 연결해서 간이 병원을 만들고 있다. 당신이 올 때면 다 끝날거다. 간판은 당신이 이름을 만들어야 해. 당신이 병원 오픈 하는 날 주지사도 참석하게 해 달라는데?"
"와우~ 진짜? 농담 아니지요?"
"농담 아니야. 기다리겠다고 했어. 그리고 내일 내가 컨테이너 트럭 몰고 당신에게 로 간다. 그러니 무거운 것은 건드리지 말고 날 기다려. 아마도 모레쯤에는 도착할거야. 올 때는 같이 오는 거야. 그렇게 준비하고 있어. 컨테이너크기는 40feet야. 당신 벤츠 suv도 실을 수 있어."
"오! 아아아~ 여보. 정말 당신이 오는 거예요?저 혜정이 실으려 으아앙~ 나 울어요. 여보. 조심해서 잘 오세요. 저는 그때를 맞춰 준비할께요. 사랑해요 여보~"
나는 너무 감격해서 전화를 마치고 울고 말았다. 봐라. 내 결정이 옳았지. 저이는 저렇게 잘 건마다 감동하게 하고 감동하게 해서 아마도 행복으로 죽게 할거야 으흐흐흑 어어엉~.
나는 바쁘게 움직였다. 병원을 오픈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비와 컴퓨터와 꼭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였고, 한편으로는 제임스에게 줄 물품들을 사서 챙겼다. 홈디포며 월마트 코스코 등에서 구입하였다. 이제 그들 인사를 나누며 지내는 모두는 내가 떠남을 알고 아쉬워 하였다. 그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환자들 이거든. 동료
의사들은 아직도 내 결정과 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하였다. 그럴것이다.
지금 내 연봉은 의사(M.D.)들의 하이클래스 수준에 있다. 모든 조건도 좋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러나 나는 그걸 다 뿌리쳤다. 저 61세의 제임스 단 한 사람을 위하여. 내 사랑을 위하여. 그이와 함께 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나는 선택하였다. 32세 전도 망망한 캐나다의 내과 의사이고 의과대학 부교수인 나 김혜정이.
나는 진정한 내 삶을 원했고 그것이 이것이다. 나는 제임스와 진흙탕물에서도 놀 것이고, 폭풍속에서도 손잡고 걸어 갈 것이다. 나는 나를 다 잡아 맸다. 질투와 시기와 오만과 경솔함과 부러움과 원망 등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제임스.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갈 것이니까. 다행히 이곳 캐나다에서는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제임스와 살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다.
No more. That's it.
모든것들이 준비되었고 집안 가득히 준비물로 찼다. 내과 필요 장비는 병원에서 얻기도 하고 싸게 돈 주고 사기도하였다. 특히 소아과와 산부인과 필요 장비는 가능한 한 돈을 더 주고서라도 구입해서 챙겼다. 필요한 의학 서적은 소유 범위내에서는 역시 다 챙겼다. 내일이면 그이가 도착한다. 나는 욕심을 버렸다. 제임스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비싸고 좋은 침대도 친구에게 주었다. 그것이 내게는 그나마 큰 짐이었는데. 맘이 설레어 잠을 잘 수가 없다.
'제임스쟌샤넬' 이라고 이름 지었다. '샤넬'은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의 이름이다. 너무 앞서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 이름을 제임스에게 보여 줄 생각으로 온통 흥분하고 가슴 설레는 밤을 보냈다.
"스쟌나. 김혜정. 어디 있어?"
"여보. 제임스. 어디예요?"
"내가 먼저 물었다."
그이는 이렇게 시작했다.
"집에 있어요. 당신 기다리고있어요."
"그래. 잘했다. 앞으로 30분 후에 집 앞에 도착 할 테니 무빙 에리베이트 준비하고 있어라.
뒤로 갈 테니."
"예. 뒤로 오시면 바로 일 할 수 있어요. 누가 같이 오는 가요?"
"아니. 혼자서 할 거야."
"오 마이갓! 안되네요. 혼자서 일하게는 안 둘 건데요. 이 많은 짐을."
"걱정하지 마. 작은 리프트 하나 가지고 가니 혼자 할 수 있어. See ya soon."
내가 걱정할까 봐 전화를 먼저 끊었다. 나는 시계를 봤다. 아침 10시였다. 사실 큰 물건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이곳 에서의 마지막이 될 아침식사 준비를 하였다.
하비스 햄버거 3개와 프렌치 프라이 조금. 커피 트리플 트리플 1개와 레귤러 1개 그리고 아이스 티가 다였다.
거의 10시가 가까워져 서야 다시 벨이 울렸다.
"혜정아. 나 뒤에 거의 다 왔다."
"여보. 어엉엉."
"왜 그래! 혜정아!
"너무 보고 싶어 운다고요! 미워요. 미워요."
"하하하. 나 이제 다왔다. 당신 보인다. 헬로우."
나는 그이가 뒤로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 말자 달려가 안겼다.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을 수가. 덩치 큰 그이가 작아 보일 정도로 차는 컸다. 나는 그이를 꼭 안고 놓아 주지 않았다. 지나가는 이웃들이 보든 상관없었다.
"혜정아. 이제 됐어. 나 배고픈데…"
나는 그제서야 '아차' 하였다.
"여보. 제임스. 어서 들어가서 식사하고 샤워하고 짐을 옮기도록 하세요. 제가 작은 짐은 옮길께요."
"안됩니다. 사모님. 이 일은 제가 다 할 테니 여기서 지켜 보십시요. 아셨지요."
그이는 내 빰을 톡 두드리며 말했다.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은 날이었다. 그이 말대로라면, 바람 불지 않은 캐나다 날은 무조건 착한 날이란 다 ㅎㅎㅎ.
그이가 샤워를 마치고 테이블에 앉자 나는 뜨거운 커피 두 잔을 준비했다.
"여보. 반가운 소식이있어요."
"응. 반가운 소식. 애기?"
"아이잉. 아직 아니 예요. 당신도 애기를 바라고 있죠? ㅎㅎㅎ 너무 좋아요.
저는 우리 애기 이름을 당신이 허락하면 ‘샤넬'이라고 지을 거예요. '샤넬 리' 얼마나 아름다워요. 그렇지요?"
"역시 천재이다. 아직 꿈도 꾸지 않은 아이의 이름을 저렇게 먼저 짖다니 ㅎㅎㅎ.
좋아요. 그런데 좋은 소식은?"
"여보. 백신! 백신을 600 케이스 받았어요. 600! 이것이면 해드무스 주민들 전체가 맞고도 남아요."
"우와~ 김혜정. 김혜정 박사님! 최고! 정말 해냈구나. 다니엘이 무척 좋아하겠다. 어서 전화해야 겠는데, 당신이 말해."
그이의 좋아하는 모습에 나는 기쁨과 보람이 배가 되었다. 너무 좋았다. 이것이 의사로서 느끼는 불 같은 보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