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창작 강의 / 박정규 (시인)
시론 11. / 시 언어에 대한 가치관 오늘만큼은 부디 경청(敬聽)하는 태도로 집중해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왜 경청(집중해서 정독)하라고 말했느냐 하면, 우리가 시를 쓰면서 언어를 대하는 자세, 태도 그리고 언어를 다루는 가치관을 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는 쓰는데 있어서 가장 중심에 있어야할 핵심이기도 하다. 잘 알고 있다시피, 어떤 것을 찾아서 거기 담겨있던 불순물을 갈고 닦고 제거한 다음 남겨지는 한 움큼의 것을 우리는 정수(精髓)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시가 언어의 정수’라는 말에는 시에서 다루는 언어에 그만큼 엄격한 태도를 가지라는 뜻이 담겨있다. ‘플로베르’가 말했다.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하나의 단어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말을 찾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고. (이것이 바로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계속해서 ‘워즈워드’의 말을 덧붙여볼까? ‘최상의 말을 최상의 순서로 늘어놓은 것이 시’ 라는. 이처럼 시인은 최상의 말을, 최상의 순서로 진열(아름다움에 대한 형식과 내용의 일치)하기 위해서 언어와 피 흘리는 것 같은 싸움을 하는 것이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언어와 피 흘리며 싸운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언어와 치열한 사랑을 한다는 뜻이다. 이 의미가 새겨졌다면 오늘만큼은 마음의 여러 잡다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시 쓰는 일에만 집중해보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날씨도 더운데 그동안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은 책상 앞에 앉아 실행해보는 것이다. 가장 절실히 그려보고자 했던 사물, 혹은 가장 간절히 표현해보고 싶었던 내면의 의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언어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시적언어를 사용해서 써보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반복되어 삶의 습관이 되어진다면, 쓰는 일이 진전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까지 점점 환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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