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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고지피(敗鼓之皮)
찢어진 북의 가죽이라는 뜻으로, 쓸모없는 물건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이다.
敗 : 패할 패(攵/7)
鼓 : 북 고(鼓/0)
之 : 갈 지(丿/3)
皮 : 가죽 피(皮/0)
‘북은 칠수록 소리가 난다’란 속담은 함부로 다루다가 손해만 커진다는 뜻이다. 어떠한 문제를 순리로 풀지 않고 여기저기서 하자는 대로 두었다간 일이 더욱 꼬인다. 대표적인 타악기 북은 동물의 피막(皮膜)을 통에 씌워 소리를 낸다.
북소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같아 북을 두드리면 생명이 약동한다는 표현은 전쟁터에서 진격할 때 울리는 擊鼓(격고)에서 실감한다. 또 억울한 일을 풀어달라고 두들겼던 申聞鼓(신문고)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을 함부로 치다가는 찢어져 이러한 일이 모두 허사가 된다.
우리의 시인 金永郞(김영랑)은 노래한다.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북이 찢어지면 소리의 명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찢어져 못쓰게 된 북(敗鼓)의 너덜너덜한 가죽(之皮)이란 성어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唐(당)나라의 문장가이자 사상가인 韓愈(한유, 768~824)가 ‘進學解(진학해)’라는 글에서 처음 썼다. 산문의 문체개혁에도 힘써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들어가는 한유는 이 글에서 자신의 재능에도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했다.
어려운 말이지만 알려진 성어가 다수 나오는데 머리 벗겨지고 이가 빠져 훤한 노인 頭童齒豁(두동치활), 손톱으로 후비듯 흠을 들추는 爬羅剔抉(파라척결), 같은 재주라도 곡을 달리 한다는 同工異曲(동공이곡) 등이 그것이다.
찢어진 북의 가죽이란 말은 앞의 성어보다 더 자주 사용된 牛溲馬勃(우수마발)과 함께 나란히 등장한다. 소의 오줌과 말똥이란 흔해빠져 하찮은 물건이란 뜻인데 부분을 보자. ‘쇠오줌이나 말똥이든 찢어진 북의 가죽이든 모두 거두어 모아놓고(牛溲馬勃 敗鼓之皮 俱收幷蓄/ 우수마발 패고지피 구수병축), 쓰일 때를 기다려 버리지 않는 것은 의사의 현명함이라(待用無遺者 醫師之良也/ 대용무유자 의사지량야).’ 쇠오줌과 말똥이란 실제 질경이풀과 버섯 이름이라 하고, 북가죽도 한약재로 쓴다는데 가치도 별로고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도 갖춰두면 유사시에 유용할 때가 온다는 이야기다.
쇠오줌과 말똥이든 약재로 쓴다는 풀이나 버섯이든 흔하고, 다른 사람이 버린 북의 가죽조각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런 물건을 후일을 대비해 알뜰히 모아 약재로 쓰는 현명한 사람도 있다. 겉으로 번듯하고 잘난 사람을 등용하지만 말고 능력에 적합한 인재를 골라 일을 맡기는 것이 임용권자의 도리라는 뜻으로 한유는 이 말을 썼다.
이처럼 숨은 뜻 말고 흥청망청 물건을 쓴 뒤 함부로 버리는 오늘날 세태를 비춰도 적합한 말이다. 자원을 낭비하고 재생할 수 있는 물건도 생산비보다 더 든다며 폐기하여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룬다. 육지든 바다든 사람 살 곳이 줄어드는데도 아랑곳없다.
▶️ 敗(패할 패)는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貝(패)가 합(合)하여 싸움에서 지게 되어 패하다를 뜻한다. 敗(패)는 則(칙)의 반대로, 법칙(法則)을 때려 부수다, 사물을 못쓰게 만들다, 나중에는 적에게 지는 것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敗자는 '깨뜨리다'나 '패하다', '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敗자는 貝(조개 패)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敗자의 갑골문을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고대에는 나라마다 섬기는 신이 있었고 그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솥을 사용했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은 매우 신성시됐다. 그런 솥을 그린 鼎자에 攵자가 더해진 것은 신성한 솥을 깨부수었다는 뜻이다. 신성한 솥이 깨졌다는 것은 적에게 패배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敗자는 '패하다'나 '깨뜨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鼎자가 貝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도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敗(패)는 실패(失敗)하거나 패배(敗北)함, 또는 그러한 일의 뜻으로 ①패(敗)하다, 지다 ②무너지다 ③부수다 ④깨뜨리다 ⑤헐어지다 ⑥깨어지다 ⑦썩다 ⑧떨어지다 ⑨해(害)치다 ⑩기근(飢饉) ⑪재앙(災殃), 재화(災禍) ⑫흉년(凶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실(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길 승(勝), 있을 존(存), 이룰 성(成), 있을 유(有), 일 흥(興) 이다. 용례로는 가산을 탕진하여 없앰을 패가(敗家), 싸움에 져서 망함을 패망(敗亡), 싸움에 지거나 일에 실패한 원인을 패인(敗因), 도덕과 의리를 그르침을 패덕(敗德), 싸움에 져서 죽음을 패사(敗死), 싸움에 져서 뿔뿔이 흩어짐을 패산(敗散), 사업에 실패함을 패업(敗業), 패하여 세력이 꺾인 나머지를 패잔(敗殘), 전쟁에 짐을 패전(敗戰), 싸움에 져서 멸망함을 패멸(敗滅), 패배의 빛이나 패배할 것 같은 경향을 패색(敗色), 싸움이나 경기에 진 사람을 패자(敗者), 싸움에 져 도망침을 패주(敗走), 찢어진 종이나 못쓰게 된 종이를 패지(敗紙), 싸움에 져서 도망함을 패배(敗北), 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망함을 실패(失敗), 이김과 짐을 승패(勝敗), 참혹하게 패함을 참패(慘敗), 성공과 실패를 성패(成敗), 쇠퇴하여 문란해지는 것을 퇴패(頹敗), 경기나 시합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애석하게 짐을 석패(惜敗), 싸움에 한번도 지지 아니함을 무패(無敗), 지지 아니함이나 실패하지 아니함을 불패(不敗), 일을 그르쳐 패함이나 분하게 짐을 분패(憤敗), 가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침을 일컫는 말을 패가망신(敗家亡身), 마른 버드나무와 시든 꽃이라는 뜻으로 용모와 안색이 쇠한 미인의 모습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패류잔화(敗柳殘花),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적필패(輕敵必敗),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전패위공(轉敗爲功), 한 번 이기고 한 번 짐을 일컫는 말을 일승일패(一勝一敗), 자기 군대의 힘만 믿고 교만하여 적에게 위엄을 보이려는 병정은 적의 군대에게 반드시 패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교병필패(驕兵必敗), 아주 튼튼하여 절대로 깨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만년불패(萬年不敗), 자연을 거역하여 私意사의를 끼우면 길패함을 이르는 말을 위자패지(爲者敗之) 등에 쓰인다.
▶️ 鼓(북 고)는 ❶회의문자로 支(지; 대나무가지)와 壴(주)의 합자(合字)이다. 대나무가지로 북을 친다는 뜻이 후에 직접 북을 뜻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鼓자는 '북'이나 '북소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鼓자는 壴(악기이름 주)자와 支(가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壴자는 장식이 달린 북을 받침대에 올려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악기 이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북을 그린 壴자에 支자가 더해진 鼓자는 북을 두드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전시에는 북이 아군의 사기를 높이거나 명령을 내리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래서 鼓자는 '북'이나 '격려하다', '악기'와 같은 다양한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鼓(고)는 ①북(타악기의 하나) ②북소리 ③맥박(脈搏), 심장의 고동(鼓動) ④시보(時報), 경점(更點: 북이나 징을 쳐서 알려 주던 시간) ⑤되(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 또는 부피의 단위) ⑥무게의 단위(=480근) ⑦치다, 두드리다 ⑧휘두르다 ⑨악기를 타다, 연주하다 ⑩격려하다, 북돋우다 ⑪부추기다, 선동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것을 고취(鼓吹), 북을 쳐 춤을 추게함을 고무(鼓舞), 북이나 장구 따위를 치는 사람을 고수(鼓手), 심장의 혈액 순환에 따르는 울림을 고동(鼓動), 북과 피리를 고적(鼓笛), 군중에서 호령할 때 쓰던 북과 나팔을 고각(鼓角), 북을 실은 수레를 고거(鼓車), 북을 치며 나아감을 고행(鼓行), 더욱 힘을 내도록 용기를 북돋움을 고려(鼓勵), 생식기가 불완전한 남자를 고자(鼓子), 생식기가 불완전한 여자를 고녀(鼓女), 무덤 앞의 상석을 괴는 북 모양의 돌을 고석(鼓石), 북을 단 누각을 고루(鼓樓), 북을 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큰 소리를 지름을 고함(鼓喊), 북을 두드림을 격고(擊鼓), 매달아 놓은 북을 현고(懸鼓), 북을 쳐서 울림을 명고(鳴鼓), 작은 북을 소고(小鼓), 큰 북을 대고(大鼓), 절에서 밥을 할 때 여러 사람의 쌀을 모으려고 치는 북을 미고(米鼓), 한 쪽만 가죽을 메우고 모서리로 돌아가며 잔 구슬을 단 그다지 크지 않은 북을 반고(半鼓), 배를 두드리고 흙덩이를 친다는 뜻으로 배불리 먹고 흙덩이를 치는 놀이를 한다 즉 매우 살기 좋은 시절을 이르는 말을 고복격양(鼓腹擊壤), 술 그릇을 두드리는 아픔이라는 뜻으로 아내 상을 당함 또는 상처한 슬픔을 이르는 말을 고분지통(鼓盆之痛), 아내의 죽음을 한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고분지탄(鼓盆之歎), 격려하여 기세를 북돋우어 줌을 일컫는 말을 고무격려(鼓舞激勵), 입심이 좋아 마구 지껄여 댐을 이르는 말을 고설요순(鼓舌搖脣), 군중에서 북을 치면 앞으로 나아가고 징을 치면 뒤로 물러남이라는 뜻으로 초보적인 군사 훈련을 일컫는 말을 고진금퇴(鼓進金退)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皮(가죽 피)는 ❶회의문자로 又(우; 손)으로 가죽(又를 제외한 부분)을 벗기는 것을 나타내어, 벗긴 가죽을 뜻한다. 革(혁)과 자형(字形)이 비슷한데, 나중에는 皮(피)는 짐승으로부터 벗긴 채로의 가죽, 革(혁)은 털을 뽑아 만든 가죽, 韋(위)는 다시 가공(加工)한 무두질한 가죽으로 구별(區別)하고 있다. ❷상형문자로 皮자는 '가죽'이나 '껍질', '표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皮자는 동물의 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皮자가 가죽을 뜻하는 革(가죽 혁)자와 다른 점은 갓 잡은 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皮자와 결합하는 글자들은 대부분이 '껍질'이나 '표면', '가죽'과 같은 '겉면'을 뜻하게 된다. 상용한자에서는 부수로 쓰인 글자는 없지만 波(물결 파)자나 被(입을 피)자 처럼 부수가 아닌 글자에서는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皮(피)는 (1)물건을 담거나 싸는 가마니, 마대, 상자(箱子)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가죽 ②껍질, 거죽(물체의 겉 부분) ③겉, 표면 ④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모피옷 ⑤얇은 물건 ⑥과녁 ⑦(껍질을)벗기다 ⑧떨어지다, 떼다 ⑨뻔뻔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뼈 골(骨)이다. 용례로는 척추동물의 몸의 겉은 싼 외피를 피부(皮膚), 날가죽과 무두질한 가죽의 총칭을 피혁(皮革), 가죽과 살을 피육(皮肉), 살가죽과 뼈를 피골(皮骨), 피부속이나 살가죽의 밑을 피하(皮下),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피공(皮工),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함에 따라 낡은 허물을 벗는 일을 탈피(脫皮), 털가죽으로 털이 붙어 있는 짐승의 가죽을 모피(毛皮), 식물체 각 부의 표면을 덮은 조각을 표피(表皮),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을 호피(虎皮), 탄환이나 처란의 껍질을 탄피(彈皮), 땀이 나고 허한을 거두는 데 필요한 한약재로 쓰이는 계수나무 껍질을 계피(桂皮), 껍질 또는 거죽을 벗김을 박피(剝皮), 가죽과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인조 피혁을 의피(擬皮), 게나 소라나 거북 따위의 몸을 싸고 있는 뼈처럼 단단한 물질로 된 껍데기를 경피(硬皮), 겉으로만 알고 속을 모르는 것 진상까지를 추구하지 아니하고 표면만을 취급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피상적(皮相的),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철면피(鐵面皮), 깨달은 바가 천박함을 이르는 말을 피육지견(皮肉之見), 살가죽과 뼈가 맞붙을 정도로 몹시 마름을 일컫는 말을 피골상접(皮骨相接), 옛 모습에서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구태탈피(舊態脫皮),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는 뜻으로 몹시 뻔뻔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을 면장우피(面張牛皮), 호랑이에게 가죽을 내어 놓으라고 꾀다라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虎謀皮), 살갗은 닭의 가죽처럼 야위고 머리칼은 학의 털처럼 희다는 뜻으로 늙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계피학발(鷄皮鶴髮),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리저리 함을 이르는 말을 녹비왈자(鹿皮曰字),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남자를 일컫는 말을 철면피한(鐵面皮漢), 풀뿌리와 나무 껍질이란 뜻으로 곡식이 없어 산나물 따위로 만든 험한 음식을 이르는 말을 초근목피(草根木皮) 등에 쓰인다.